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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아주 오래된 이야기
목사골 2003-10-26 21:06:52 | 조회: 15620
1991년 자연농업 1.2월호에 실린 기사 입니다.
1990년 3월28일 창간호를 발행 했고 한국자연농업중앙회시절
안양시에 사무실이 있었던 시절 입니다. 아주 쬐그만한 책으로 발간 되었는데
그때는 너무 감격이었읍니다. 재정이 여의치 못해서 얼마안가서 중단이 되었고
우리는 그때 참 서글펐읍니다. 지금 이때 그시절 이야기를 보니 지금은 보편적인
사건들이 그때는 신선한 깨우침 이었답니다.

자연농산물을 저장하노라면
박노진(전남 나주)
지난 2년 동안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면서 오직 작물의 성장발육과 병충해 방제에만 열중한 나머지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맛과 향기가 좋고 품질이 우수한 과실을 만들 수 있을까 어서 빨리 빛깔이 곱고 싱싱한 농산물을 자연농법으로 생산해 낼 수 있어야 할텐에......”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자연농업! 쉽고도 즐거운 어감이 가는 말입니다. 아직은 많이 배워야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친숙함을 느낍니다. 논에 미꾸라지가 우글거리고 아침에는 벼포기마다 거미줄이 하얗게 걸려 있습니다. 메뚜기가 날아다니는 논두렁에 서 있으면 삶에 대한 뿌듯함과 자연계의 신비함이 절절이 넘쳐오릅니다.
과수원에서 손으로 흙을 헤집어보면 지렁이가 우글대고 땅강아지가 기어다니고 두더지가 땅 속을 헤집고 다닙니다. 땅은 보송보송합니다. 과수원이 온통 잡초로 무성해도 나뭇가지마다 열매가 탐스럽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불안감은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언제 몹쓸병이 걸리지나 않을까, 해충이 침범하지나 않을까하여 두려움마저 듭니다. 금년에는 기상재해가 유난히도 심했던 까닭에 모든 농사의 수확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가을 햇볕이 따갑고 맑은 날이 많아서 맛과 품질은 극히 좋았습니다.
잘 여문 곡식을 정성껏 건조시켜 창고에 잘 저장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별로 생각하지 않고 무관심했던 일인데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와 닿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무심히 곳간 문을 열고 정돈을 하면서 깜짝 놀란 발견을 한 것입니다. 그토록 완전히 잘 말려 두었던 팥에 바구미가 우글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온통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왜 바구미가 벌써 생겼을까?” 그때는 이상하다고만 여기고 무심히 넘겼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햇빛에 바싹 말려서 비닐봉지에 넣어둔 고추를 꺼내 보았습니다. 어떤 것은 속이 하얗게
벌레가 갉아먹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고추 속에서 벌레가 먹고 있었습니다. 벌써 상당히 많이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이럴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원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썩지 않는 과일, 썩지 않는 계란이 떠올랐습니다. 배를 저장해 놓은 창고에 가보았습니다. 벌써 저장고에서 부패과일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로소 무공해 무농약 농산물이 생각났습니다. 농약이나 항생제, 화공약품을 쓰지 않는 농산물은 쉽게 망가지고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양의 화학비료나 농약, 항생제로 버무렸으면 과일이 썩지 않고 곡식에 바구미도 생기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아무 생각없이 그런 것들을 먹고 살아왔던 일들을 생각하니 겁이 나고 두려움이 짓눌려 왔습니다. 겉모양이 곱고 아름다우며 오랫동안 보관해도 변질될 수 있는 식품이 오히려 인간에게 안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운반과정에서 상하기 쉽고, 저장 중에 부패가 잘 되고 벌레가 많이 생기는 무공해 자연농산물이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는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식품은 어떠한 것인가를 깊이 깨달아 이것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겠으며 안전한 식품을 신선한 상태 그대로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2003-10-26 21: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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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지리산 숨결 2003-10-27 08:55:40

    우리들의 삶, 우리들의 생각들 코너로 내용을 이전했습니다.
    이 쪽을 애용해주세요.
     

    • 사람 2003-10-26 21:41:24

      목사골님!
      대단하십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염치없이....
       

      • 지리산 숨결 2003-10-26 21:23:13

        목사골님으 자연농업의 산증인!
        님의 따뜻한 뒷심이 오늘에 자농을 만드셨습니다.
        감동입니다. 그때 그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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