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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한겨레에서
참사람 2003-12-22 11:33:19 | 조회: 15207




















농민 마음 살아야 흙도 살고 농업도 살지















△ 지난 94년 충북 괴산군 청안면에 보금자리를 튼 자연농업 생활학교에서의 조한규 자연농업협회 회장. 그는 지난 37년간 홀로 자연농업에 한국 농업의 미래가 있다고 외쳐왔다.(


괴산 한국자연농업협회 조한규 회장


농사는 흙에서 시작된다. 흙이 죽으면 농산물이 병들고 우리의 밥상도 오염된다. 그런데 흙이 죽고 농산물시장의 전면개방과 함께 농업의 희망이 없다는 탄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한국 농업에 대한 우울한 전망속에서도 그러나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이가 있다.


한국자연농업협회 조한규(68) 회장은 평생 “한국 농업의 미래는 있다”고 외쳐왔다. 이 때문에 자신의 고향을 떠나 인생의 대부분을 전국의 농촌에서 보냈지만 이젠 전국 1만5000여 농가가 그의 희망 만들기에 따라나섰다. 올 여름에도 농한기를 틈내 자연농업을 배우려는 농업인들이 제주도와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에서 그에게 몰려왔다. 강연은 밤늦도록 이어졌고 한마디라도 놓칠새라 농민들은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몰랐다.


“딸 가진 사람있어요?” “예” “농촌으로 시집보내?”


장대비가 퍼붓던 지난 5일 밤 9시30분 충북 괴산군 청안면 운곡리의 한 폐교를 개조한 자연농업생활학교의 강의실. 강사로 나선 조 회장의 질문에 한 여성 농민이 “아니요”라고 하자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수십년 농사에 이골이 난 ‘베테랑 농사꾼’들이다. 그만큼 자신의 딸들은 결코 농촌에 시집보내지 않겠다는 현실 앞에서 조 회장은 ‘한국농업의 살 길’을 말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 몇번인가 망설이기도 했다는 그가 자연농업의 씨앗을 국내 농촌에 펼쳐온 지 햇수로 37년째다. 이웃 할아버지 같은 넉넉한 인상의 그는 “참으로 멀고 외로운 길이었다”며 묻어둔 속내를 털어놓았다.


“5·16 직후 집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당시는 화학비료라고 하지 않았어요. 얼마나 효과가 좋았던지 ‘금비’라고 했죠. 그런데, 이게 넣으면 넣을수록 수확이 많이 나야 하는데 많이 주면 병에 걸리더군요. 그나마 ‘금비’를 썼던 곳에 주면 효과가 없었지요.”


조 회장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문제는 토양이었어요. 토양에 생명력과 지력이 있어야 효과가 나는 거였죠.” 당시 17살의 나이에 농사길에 들어선 조 회장은 “화학비료의 한계를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화학영농은 진짜 중요한 땅의 생명력은 보지 않고 늘 땅을 협박하고 착취합니다.그러다 보니 갈수록 더 화학비료에 의존하게 되고 농가빚은 늘고 땅은 피폐해지는데 그 곳에서 생산성이 높겠습니까”


이러한 ‘관행농’(기존 농사행태)에 불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하는 농민들에게 조 회장이 던지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땅은 약탈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라는 게 그의 평생 지론이다. “어머니가 건강하면 건강한 자식이 나오는 게 자연의 이치지요. 이걸 그대로 옮겨놓고 농사 현장에서 실천하는 게 자연농업이라고 보면 돼요.”


지난 1960년대 집에서 돼지를 키울 때였다고 한다. “당시 밀주를 막기 위해 집에서 술 만드는 것을 막았는데 어느날 경찰관이 왔습니다. ‘이 집에서 술냄새가 나는데 술 해먹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경찰관이 ‘무슨 술이냐’고 하길래 돼지풀술이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경찰관이 눈만 깜빡이지 뭡니까.”


‘돼지풀술’은 탄수화물 성분을 지닌 풀에 물과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돼지먹이용 천연사료다. 농촌 주변 어디에서나 재료 구하기가 쉬운 반면 효과는 화학사료를 능가하고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조 회장은 돈 주고 산 화학사료 대신 자신이 만드 천연사료를 돼지에게 먹였다고 한다.


“발효김치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돼지들이 그걸 먹고 얼마나 번들번들하게 잘 자라던지…. 자연농업의 방법이란 게 평생 이렇게 하나 하나 터득해 얻었는데, 그 때마다 펄펄 뛰도록 기분이 좋았어요.”


조 회장의 자연농업에서 사람은 간섭자가 아닌 자연의 보조자다. 땅은 물론 작물과 돼지, 닭 같은 가축이 스스로 활동하도록 사람은 환경을 만들고 필요한 영양분을 적시에 공급할 뿐 나머지는 자연에 맡긴다.


돼지풀술처럼 작물과 가축에 따라 필요한 천연사료나 자연농약은 주변 소재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가령 천혜녹즙과 한방영양제, 토착미생물 등 자연농업에서 쓰는 10여 가지의 ‘자연자재’는 조 회장이 수십년 노력 끝에 만들어 농가에 보급했다.


관행농에서 땅힘을 살리려고 화학비료를 쓴다면 자연농업에서는 토착미생물을 쓴다. 미생물이 몰려들도록 고두밥을 대나무나 잔디뿌리에 놔뒀다 이를 발효시킨 토착미생물을 흙에 섞어 뿌리면 화학 비료 대체효과는 물론 비옥한 토질이 나온다.


생산비가 덜 들고 땅은 비옥해지면서도 가축과 과일, 쌀에 이르기까지 질좋은 무공해 천연의 농작물을 없어 못판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전국에서 농민들이 너도나도 자연농업으로 몰려들었다.


조 회장은 이들에게 자연농업의 기술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집에서 어머니가 정성껏 음식을 지으면 식구들의 건강이 어떻겠어요.흙과 작물도 마찬가지입니다.흙과 작물을 생명이며 어머니로 보도록 농민의 마음을 살리는게 우선이죠.”


현재 자연농업학교를 거쳐간 3만여명 중 회원으로 등록한 농업인은 1만5000여명을 웃돈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다수확 특징을 지닌 자연농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명성을 얻고 있다.


중국의 연길과 일본, 태국에서는 자연농업이 일부 대학에서 정식과목으로 채택됐고, 멀리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콩고는 물론 필리핀과 싱가포르, 베트남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가 나서 조 회장의 자연농업보급에 참여하고 대규모 자연농업농장이 조성되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900농가가 자연농업회원으로 협회가 만들어졌고 일본방송은 지난 98년 5월 조 회장을 ‘아시아의 인물’로 선정해 조 회장의 다큐멘터리를 내보내기도 했다.







△ 자연농업 생활학교 143회 연찬회에 참여한 농민들의 모습. 초등학교 교실 2개를 이어 만든 강의실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은 농민들이 밤늦도록 자연농업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 아시아 19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생산성본부는 조 회장의 자연농업을 영역해 전세계 기관 무료배포에 나섰고 일어판은 10쇄를 넘었지만 조 회장은 아직도 국내에서는 조심스럽다.


“한번은 농학자가 와서 나한테 ‘당신 자연농업 검증 받은거냐’고 묻기에 한번 검증을 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연구비가 없어서 못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농사지으면 위법이라는 겁니다.”


조 회장은 “흙을 풍요롭게 하는 미생물이 학문의 검증을 받고 크는 것도 아닐 테고 앞산의 울창한 숲이 학자의 검증을 받아 저토록 푸르고 싱싱하게 크는 것도 아니잖아요 생명의 힘을 규명하는게 과학이지 과학이 생명을 만드는 것은 아니잖습니까”라고 물했다.


사실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학벌분위기도 한몫했다. 조 회장의 최종 학력은 경기도 수원에 있는 수원농고 졸업이 전부다. 그나마 6·25전쟁이 터지면서 배울 기회를 놓치고 26살의 나이에 늦깍이로 입학해 29살에 졸업한 것이 그의 정규 학력의 전부다.


대학진학을 포기한 그는 나이 서른이 되어 선진농업을 배워보겠다고 10여년 동안 200여차례 일본을 오가며 야마기시즘(국내에서는 화성 산안농장)을 만든 야마기시 미요조 등의 스승들로부터 자연농업의 뿌리를 배웠다.


조 회장은 “내 스승은 자연이었다. 훌륭한 선생님들을 찾아 배웠지만 수십년 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한국의 기후풍토에 맞는 자연농업으로 체계화시키려고 해왔다”고 했다.


15대째 농사를 지은 고향인 경기 수원시를 떠나 전국을 자연농업을 외치면 전국을 떠돌다 지난 94년 충북 괴산에 터를 잡은 조 회장의 삶은 이런 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통 농학의 길을 밟지 않은 그의 말이 농업연구의 산실인 수원에서 곱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학계와 전문가들한테 말이 많았지요. 이곳에 온 이유도 좀 떨어져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지금은 유기농이나 생태농이 나오면서 많이 편견도 줄었지만 다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그가 힘들었던 것은 ‘한국농업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였지만 그래도 굽히지 않았다. “화학영농은 그럴지 모르지만 자연농업은 희망을 줄 수 있어”라고 당당히 말한다.


자연농업에 뛰어들어 보낸 지난 37년. 고향을 떠나 한국에 맞는 자연농업의 길을 옹골차게 걸어왔지만 그는 이제 다시 고향의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나이 탓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편견이 줄어든 때문도 아니다.


“이제는 수입농업이 아니라 한국적 농업을 가르쳐 주어야해요.그리고 농민을 가르쳐야죠.당장 농사짓고 있는 농민들을.농민 뿐 아니라 농작물을 먹는 도시인들에게도 화학물질의 가공품들이 생명체의 건강에 얼마나 나쁜지 알려주면 농업이 살 길이 저절로 열립니다.”


최근 그는 꿈을 꾸고 있다. 아는 지인이 그의 고향인 경기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에 3000평의 땅을 희사하면서 고향에 돌아가는 꿈이다.


자연농업연구소와 학교,그리고 농민과 도시인을 위한 자연농업 체험장과 자연농업으로 얻은 작물의 가공과정을 한눈에 보고 풍력 등의 그린에너지를 쓰는 ‘자연농업 비즈니스 타운’ 설립이 그것이다.


“농민들을 평생 대학생 만들고 싶어요.지금 고령화사회잖아죠.대학 졸업한 젊은이들 중 누가 농사를 지으려합니까. 우리 농업을 지키려면 지금 농사를 짓는 농민을 가르쳐야지 누굴 가르치겠어요.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고 얼마가 되든 농민들이 생명공부를 할 수 있는 평생대학이 되어야합니다.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기념품으로 만들어 놓고 가려고 합니다.”



조회장 걸어온 길


●1935년 경기 수원 출생


1964년 수원농림고등학교 졸업


1965년 일본에서 자연농업 연구


1967년 생력다수확농법연구회 발족


1986년 한국자연농업중앙회 회장


1993년 한일 자연농업교류협회 설립


1994년 한국자연농업협회 회장


1997년 자연농업연구소 설립


1999년 일본 아시아 5월의 인물 선정


2002년 아시아생산성본부(APO) 환경전문위원



저서


<조한규의 자연농업>(1992)


<토착미생물을 살린다>(일본판, 1993)


<흙이 살아야 밥상이 산다>(1994)


<천혜녹즙의 모든 것>(일본판, 1998)


<만화로 본 자연농업>(1998)


<자연농업 자재만들기>(2000)



괴산/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2003-12-22 11: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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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0
  • 들꽃향기 2003-12-22 11:39:13

    참사람님!
    대단하십니다.
    이 기사를 찾으셨군요....
    보고싶습니다. 봄나무님과 그 분신들까지도.....
     

    • 노래하는별 2003-12-22 11:49:19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존경의 박수를....  

      • qqqq 2003-12-22 11:54:09

        재탕이요!!
        제가 No2337번에 올린 글
         

        • qqqq 2003-12-22 11:57:45

          수정해요 2637번  

          • 들꽃향기 2003-12-22 12:12:18

            qqqq님 그때 음악까지 곁들이시고 분위기가 쌈박했지요....
            못 보신님들도 많으셨을거예요.... 아마도
            참 반가습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올 한해도 마무리 잘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 참사람 2003-12-22 12:39:19

              qqqq님. 미처 보지 못했네요.

              요즘 조한규 회장님 자료를 찾아 헤매고 있거든요
              좋은 자료 있음 많이 올려주세요.
              필요하답니다.
              자연농업 관련자료도 모두 소중하답니다.

              감사합니다.
               

              • 들꽃향기 2003-12-22 12:40:29

                참사람님 컴이 두대~~~
                아님 한페이지씩 나누어서~~~~`
                전화통화를 해야겠는데~~~
                오늘 사과의 날인데 오시려나~~~
                 

                • 산중 2003-12-22 21:58:40

                  재탕이라도 저는 첨이니 좋습니다.
                  모두들 좋은 자료 부탁드립니다.
                   

                  • 마아가렛 2003-12-23 00:51:35

                    왜 저도 처음이지요.
                    관심있게 봐야하는딩
                     

                    • qqqq 2003-12-23 08:04:11

                      좋은 내용은 재탕이면 어떻고 삼탕이면 어때요
                      그렇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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