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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도시 아그들 똥은 땅도 못 먹어!”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참사람 2004-01-09 22:38:23 | 조회: 11089
“도시 아그들 똥은 땅도 못 먹어!”

글메김꾼 : 김은주


“으악, 선생님! 화장실에서 뭐가 튀어 올라와요.”
배가 아프다고 칭얼대던 민수가 화장실에 들어간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고 헐레벌떡 뛰쳐나온 녀석은,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여 둘러보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애들아, 저기 화장실에서 똥을 누는데, 풍덩! 소리가 나더니 뭐가 내 엉덩이까지 튀어올라왔어. 똥인 거 같애~. 진짜야, 니네 저기 들어가지 마. 냄새도 지독하단 말이야.”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민수의 호들갑. 듣고 있던 아이들도 갑자기 코를 싸쥐며 “으이~, 똥이 묻는다고?…” 난리를 친다.
“녀석아, 똥통에 똥이 빠지면 당연히 튀어 오르지. 옛날 사람들이나 여기 분들은 다 그런데서 볼일 봤어. 그게 다 조상들의 지혜란 말이다. 욘석들.”
이제 겨우 이틀을 넘긴 여름 캠프가 화장실 때문에 삐그덕거린다. 아이들과 함께 캠프를 열고 자연에 묻히는 생태 기행을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화장실 문제. 류 선생은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하게 할까, 고민된다. 웅성대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니들 뱃속에 똥 무더기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니 무게로 따지면 1.5kg부터 3kg까지 나간단다. 행여 변비에라도 걸리면 똥 무게가 10kg이 훨씬 넘어. 자기 배에 있는 똥은 안 더럽고, 밖에 나온 것만 그렇게 더럽다고 고개 돌리면 되겠어?”
화장실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만, 일단은 참는다. 아이들은 생소한 시골에 와서 산을 배우고 나무를 배우고, 도시의 삭막함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머리 아프게 설명을 하는 것보다 스스로 깨치게 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니까.
“선생님, 그래도 저긴 너무 더러워요….”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 변기에 앉아, 편하게 볼일을 보던 녀석들이니 불편하고 더럽게 여겨지는 게 당연하지. 그래도 여기선 똥이 퐁, 퐁 튀어 오르는 뒷간이 전부이니 지들도 어쩔 수 없을 걸?
오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숲을 산책하고 저녁에는 반딧불이 구경도 하고, 별 바라기에 수박 잔치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밭의 김을 매 주고 얻은 감자며 고구마, 옥수수도 있으니 신나게 구워 먹을 수도 있겠다. 실컷 일하고 실컷 놀고, 실컷 먹고 밤을 보낸다. 눈치를 보아하니 캠프에 참여한 50명의 아이들 중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그 뒷간에서 볼일을 보는 녀석은 하나도 없는 듯 하다. 작은 볼일이야, 대충 숲 같은 데 친구 녀석을 망 세우고 보면 그만이지만, 큰 볼일은 어쩌려나.
어찌 됐든,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노는 법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절로 알게 되는 것이어서, 류 선생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판을 벌여 주는 것뿐이다. 아이들이 풀피리를 불어 보게 하고 싶으면, 모르는 척 길섶의 풀을 뜯어다 삘릴리리~, 피리를 불면 그만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창의력이랑 같이 오기 마련이어서, 제가 갖고 놀고 싶은 웬만한 건 다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다. 재료만 있고 여건만 되면, 굳이 장난감을 사 주지 않아도 되는 건데. 이 아이들은 도시에서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서툴게 피, 피~ 몇 번을 불고 나면 이내 능숙하게 피리를 부는 녀석들. 새를 부르는 호루라기를 불고 서 있으면, 금세 옆에 붙어서 “선생님 저두요, 저도 불어 보께요.” 한다. 그러니,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하게 될 테다.
새들과 바람, 구름과 놀다가 하루가 간다. 저녁을 먹고, 푸짐하게 옥수수도 실컷 먹은 아이들은 텐트에서 씩씩, 푸르를 코를 골며 잘도 잔다. 류 선생도 달콤하게 잘 잤다. 가끔씩 두런두런, 옆 텐트에서 아이들이 들고나는 소리가 나고 손전등 불빛이 어른대긴 했지만, 오줌 누러 가는 것이려니 해서 부르지 않고 그냥 잤다. 그리곤 아친, 해맑은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야 하는 게 순서인데, 이게 웬일?, 아침부터 바깥에서 웅성웅성 아주머니들의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여그 선상님이 누구신가요 선상님 좀 나와 보소.”
얼른 나가 봤더니 대여섯 분이나 되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손에 호미를 들고 몰려와 있었다.
“선상님 이시오 어쩔 랍니까 우리 밭에 아그들 똥 덩어리가 한가득인디, 이거 치워 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 호미 있으니, 아그들하고 가서 깨끗이 치워주소.”
이런… 깜짝 놀란 류 선생은 기세 등등한 아주머니들 뒤를 따라 현장검증(?)을 나섰다. 아이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류 선생 뒤를 따랐다. 새벽부터 호미 들고 밭을 매러 간 이 아주머니들이 달려온 이유는 곧 밝혀졌다.
캠프장에서 멀지 않은 고구마 밭이며, 감자 밭에는 밤새 아이들이 들며 나며 만들어 놓은 똥 무더기가 여기저기 예쁘게도 쌓여 있다. 몇 놈은 망을 보고, 몇 놈은 볼일을 봤겠지. 한두 놈만 그랬으면 괜찮은데, 다들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 하나같이 밭에다 일을 저질렀으니…
“얘들이 화장실이 익숙치 않아 그런 모양인데, 좀 너그러이 봐 주십시오. 그거 다 밭에 거름 되고 그럴 거 아닙니까?”
“모르는 소리 하지 마시오,선상님. 도시 아그들 똥은 썩질 않는디 어찌 거름으로 쓸 수 있겄습니까요 먹고 사는게 죄 방부제 덩어리고 요상한 음식들이니 그렇지. 그런 똥은 땅도 못 먹는 똥인디…”
류 선생은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밭 주위에 둘러서 밤새 자기들이 해 놓은 일을 보고 있던 아이들도 겸연쩍게 뒷머리를 긁어대며 민망해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땅에서 온 것을 땅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이 너무도 당연했었는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잘못된 식생활은 이제 땅에서 온 것들을 제대로 먹지도 못할 뿐더러, 되돌려주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똥이 가장 심각한 오염원으로 등장할 날이 곧 올 것이라더니 이렇게 확인하게 될 줄이야…
할 수 없이 류 선생은 아이들과 밭둑의, 고랑의 , 깊섶의 똥 무더기들을 모아 화장실로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 코를 싸쥐고 도망가려던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 잘못이구나. 해로운 똥만 가득 배에 담게 한 어른들이 잘못했구나. 이일 마치고, 제대로 된 먹을거리에 대해 얘기를 좀 해 보자꾸나. 다 자기안에 있던 거니까, 치울 수 있지?”
해 가며 함께 일을 했다. 땅이 못 먹는 똥이라, 류 선생은 자꾸만 되뇌인다. 제철 음식 못 먹고 자라는 아이들, 온통 하우스에서 키운 과일을 사시사철 아무때나 먹으며 사는 아이들, 공장에서 만들어진 과자 나부랭이에 속을 버리는 아이들, 우리 땅에서 나지도 않은 음식들을 떠받들며 살게 된 아이들에게 땅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똥을 싸게 해야겠다. 그게 자연생태학교가 해야 할 일이겠다. 생각하고 또 다짐했다.
“선생님, 저 이젠 저기서 똥 쌀래요.”
밭을 치우던 민수가 류 션생에게 하는 말이다. 남은 캠프날 동안 아이들은 최소한 그 무섭다는 재래 화장실에 익숙해질 기회를 갖게 되겠다.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살았던 조상들의 이야기, 시골 어른들의 이야기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겠지.
땅이 먹을 수 있는 똥을 싸자. 깨끗한 똥, 맑은 똥, 이쁜똥…..
2004-01-09 22: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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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검지 2004-01-10 20:58:36

    캠핑장에 나서는 꼬마들의 베낭에는 작은 삽이 하나씩 들려있고
    용도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킨다 하는데...
    참사랑님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 참사람 2004-01-09 23:14:23

      늦지 않게 새길을 찾아가기
      그래도 늦지않게
      님들을 만난 것
      지금 여기
      이 순간들
      귀중한 이 순간들
      감사드립니다.
       

      • 지리산숨결 2004-01-09 23:04:41

        그랬군요.  

        • 들꽃향기 2004-01-09 23:04:39

          참사람님이 정말 잘 하셔야 되용 알죵
          옆지기의 힘이 그 누구보다 크다는것을~~~
           

          • 참사람 2004-01-09 23:02:07

            오늘이 옥수수 아이들과 헤어지는 날이예요
            간밤에 정들었던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편지써서
            오늘 마지막 수업하고
            아이들과 이별하는 모습 지켜보고만 있어요.
            힘들거예요.
            하지만
            내일은 다시 환한 해가 뜨겄지요
             

            • 들꽃향기 2004-01-09 22:44:23

              봄나무님이 오늘이 어째 영~~~  

              • 지리산숨결 2004-01-09 22:42:08

                참! 문제지요.
                근본에서부터 달라져야 하는데
                 

                • 지리산숨결 2004-01-09 22:40:51

                  참사람님 잘계시죠.
                  오랜만에 보초서려니까 어깨가 결리고...
                  그래도 날로 변해가는게 느껴지죠?

                  이렇게 희망을 만들어 가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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