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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아파요. 답 좀 해 주세요.
2004-02-10 22:23:17 | 조회: 10779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틀내내 앓다가 겨우 일어나 답답한 심정에 이글을 써요.

부부라는게 뭔지 모르겠어요.
부부는 머리로 사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사는 거 아닌가요.
전 옳고 그른 걸 떠나 한편이 되어 사는 거,
이 어렵고 적이 많은 세상에 내 편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게 부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닌가봐요.

전 시골에 살아요.
지역 사회라 정이 많기도 하지만 남들 보는 눈도 많은 게 시골살이에요.
도시에서 살다 촌으로 와서
의지 할 곳이 없다보니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줘요.
그러면서도 앞에서는 따듯한데 뒤에서는 다른 말 하는 사람들을 보며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식당을 하는 이웃을 알았어요.
별로 저희와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친형님,언니처럼 잘해주어서 친하더군요.
너무 친하다보니 매일매일 연락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직장을 갖게 돼서 전화를 하지 않는 날이 생기게 되었는데
언니가 너무 서운해 하더군요.
그러려니 했어요.
서울에 올라오는 일도 잦아서 신랑은 식당을 하는 그 언니네서 밥을 먹는 일이 자주 있게 되었구요.

어느날 제가 서울에 볼일을 보고 내려와서 며칠후 식당을 가니 그런말을 하데요.
자기네가 저 없는 동안 살쪄서 얼굴 좋게 해놨는데
제가 와서 다 빼 놓는다구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신랑에게 너무 자주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요.
신랑은 그들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저를 나무랬지만 전 서운했어요.
그 이후로 신랑도 자주 가지 않는 눈치였고
저도 전화를 자주 하지 않았지요.
그들은 저희가 자기들을 배신했다고 정육점 주인언니에게 말했나봐요.
절 타이르더군요.
그렇게 잘 해 주었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지역사회라는 눈치도 있고
그런 일로 사이가 나빠지면 신랑 입장만 난처하게 한다 싶어서
다시 연락을 자주 한게 화근이었어요.
점점 더 간섭이 제게 심해지고 연락을 자주 하지 않으면 뾰롱퉁해지는 모습이 역력해서
며칠에 전화를 한번 하면 자꾸 변명을 하게 되더군요.

전 사실 그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절 옆에 두고 제 신랑을 전부터 봐서 저보다 더 잘 안다는 둥
(실은 그들과 신랑은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음),
거기 언니는 본인이 신기가 있어 사람을 잘 본다며
제가 남편복이 없다는 둥,
신랑이 없을 때는 신랑이 여자가 많았다는 둥,
제 신랑이 바람기가 많아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려면 신랑으 아니라는 둥,
신랑과 제 앞에서는 신랑의 얼굴에 외로움이 가득 들어 있다는 둥,
아무리 가까워도
신랑과 절 앞에 두고 할 애기는 아니었는데
그런 일들로 신랑과 전 자주 다퉜어요.

하지만 결코 할 수 없는 말이 있었어요.
제 아픔을 건드리는 말아었지요.
전 이혼한 전력이 있거든요.
저도 제가 잘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티브이를 보다 이혼 한 얘기가 나오면
저 들으라고 미친것들이라는 둥,
애들이 불쌍하다는 둥,
말하지요.

신랑은 저보고 못들은 척 하래요.
무시하라면서 절 위로하기 보다 일일이 그런 일로 스트레스 받아한다고
저보고 그릇이 작다며 뭐라고만 해요.
얼마나 서러운지
제가 이런 신랑하고 살아야 하나
견딜 수가 없어요.

얼마전부터는 제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화하지 않으니까
거기 언니는 제게 전화해서 짜증을 내더군요.
비비고면서 왜 전화도 없냐고 뭐가 그리 바쁘냐고?
그래서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고 변명을 하고 나니 화가 나데요.
신랑 앞에서 짜증을 부렸지요.
그런데 그이는 제 편을 들어주기 보다
뭐 그럴수도 있지 짜증이냐며 화를 내데요.
그쪽에서도 눈치를 챘는지
이제는 제가 없는 것을 제 주위나 신랑을 통해 알고는
그이만 불러내요.
제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어울리고

제가 서러운 건
제 신랑은 남은 잘 이해하는데
전 이해해 주지 못한다는 거에요.
시집살이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지 말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한 술 더떠서 그이도 저 같은 여자하고는 못 산다네요.
그리고 다 안보겠데요.
저도 그사람들도
그게 말이 되나요.
그 사람들과 어떻게 아내가 동격이 되는 거지요?
저도 그 사람과 잘 살 자신이 없어요.
너무 외롭고 쓸쓸해서요.
2004-02-10 22: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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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9
  • 지리산숨결 2004-02-11 19:18:34

    갈갈갈~ ㅋㅋㅋ  

    • 평화은어 2004-02-11 12:40:01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제 경우와 너무 흡사해서


      제생각에는 그사람들과의 관계가 원인이 되어
      실은 남편에 대한 서운함으로 이글을 올리신 것 같아요.
      많이 서운하시죠?

      어쨋든 원인은 그들로 부터 시작되었으니 풀어봅시다.

      사람살이가 그래요.
      전생의 악연처럼, 풀어보려 할수록 더 엉키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해 보세요.
      남편도 고집이 센 분 같은데 님의 생각과 같게 하려고 애쓰기 보다
      다른 일에 몰두하세요.
      일 하신다고 하셨지요?
      일 하세요.
      그리고 화가 나도 일단은 내버려 두세요.

      남자들은 이럴경우 숨결님 말마따나 중용을 보이는 거라고
      그래야 남자답다고 착각하지요.
      마음과 달리 아내의 투정을 받아주지 못하는 남편이 참 많아요.

      하지만
      어차피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따라오게 마련이에요.

      그런 주위의 여자나 사람들때문에 왜 님이 아픔을 당해요?

      님,
      오기라고 표현하면 뭐하지만
      속으로 두고
      애꿎은 남편에게 투정하기 보다
      님은 그들을 자츰 멀리해서
      남편도 따라오게 만드시는 거에요.

      그리고 나중에 얘기하는 거에요.
      얼마나 서러웠는지,

      힘내세요.!!!
      남자다움을 표방하는 남편을 안타까이 여기시고 사랑해 보세요.

      왜냐면 당신 남편이니까요.
       

      • 난초향 2004-02-11 11:53:01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짠하면서도
        또 한편에서는 위로를 느끼기도 합니다
        힘들게 하신 말씀을 듣고
        외람되게 위로를 느낀다고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표현한 것에 너무 언짢아 하지 마세요.
        님께서 힘겹게 보여주신 모습에서
        그래, 사람살이가 다 그런거지
        이런 문제 다 갖고 사는거야 하고
        마음깊이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남편의 모습이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정의 나눔이라고
        몇번이고 고쳐 생각하다가도
        우린 부부사이인데 이럴 수 있을까...
        실망과 원망과 안타까움..
        그리고 남편이 혹여 그 여자와 정분이 날지도 모른다는
        분노와 힘겨운 질투도 있을 것입니다.
        또 부부 사이를 해칠 수도 있을 정도로 무례하게 끼어드는
        다른 여인네에 대해 결코 성인처럼 대할 수 없는
        자신이 모습에 죄없이 자책도 하고
        억울한 감정도 느끼셨을 테지요.
        깊이 상처받은 모습도 보입니다.
        전 님의 그런 모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건강하고 솔직한 모습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실을 만나지요.
        그런데 그 사실을 사실로서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어요.
        그건 삶이 너무 초라하고 창백해 지기 때문입니다.
        사실에서 걸러져 남게되는 잉여의 그 무엇
        그 잉여의 빛을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어쩌면 그 빛은 쓰라린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지 모르지만
        전 그 빛이 비로소 우리를 숨쉬게 하고
        우리의 삶을 삶답게 하고
        살면서 겪게되는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결혼한 사실을 그저 어떤 사실로서만 기억하지 마세요
        그 사실은 달아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도요.
        어쩌면 한번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님을 더욱 조심하게 할 지도 모르지만
        너무 그 아픔에 힘겨워 하시지 마세요.
        다만 지금 결혼하여 함게 살게된 부부가
        서로의 존재를 변화시킨 그 의미의 소중함을 살아보세요.

        아가동자님의 경험말씀도 잘 한번 되새겨보셨으면 좋겠네요.
        참 좋은 말씀해 주셨어요.
        남자와 여자가 참 다른 점이 많아요.

        그리고 님께서 힘들어 하시는 그 여자분을
        마음 깊이 껴안아보세요.
        그리고 차분히 마음이 가라 앉으면
        그분에 대한 님의 솔직한 마음과 힘들어 하는 부분을
        한 번 전해보세요.
        전화보다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보다
        편지 같은 것도 좋을 수도 있겠지요.
        남편에 대해서도 또 그분에 대해서도
        미움보다 깊은 신뢰의 마음을 가져보세요
        그분도 어쩌면 아픔이 있을지도 모르고
        간절한 정이 그리운 분일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지리산 숨결님이
        시렁시렁 고물고물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새삼 그말이 생각나네요.

        외람된 말씀 드렸지만
        우리의 삶의 이렇게 보여주고 나누며
        위로하며 살고 싶네요.
        님은 결혼하셨잖아요.
         

        • 아가동자 2004-02-11 09:54:18

          앗. 예전의 저와 제 아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오직 저만 바라보고 살지만 저는 대인관계가 많았거든요. 아내의 불만은 제가 다른 사람한테는 다 잘해주고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아내한테는 그렇게 대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그런 아내를 저는 그릇이 작다고 나무랬지요.
          저희 부부도 그런 문제로 힘든 나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서로 헤어지자는 말까지 나왔었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관계라는게 한번 틀어지기 시작하면 계속 틀어지게 되고 그 깊이가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땐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한발 떨어져서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지요. 자,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가. 남편을 사랑하는가... 일단 사랑한다고 생각이 되면 주변의 일들은 부차적인 것입니다. 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그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될 겁니다. 남일이 아닌듯 해서 주제넘게 말이 길었습니다.
           

          • 들꽃향기 2004-02-11 09:10:27

            투명인간님! 안녕하세요.
            마음이 많이 아프신가봐요. 여자인 저로서도 당연히 화가 날것 같아요.
            그래도 글중에 남편께서 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읽혀져요.
            가만히 가만히 생각을 곰곰히 해보면 어떨까요.
            또 지금은 화가 나지만 뒤 돌아보면 좋은 일도 있을것 같아요.
            화 났을때 남편 바라보는 모습 시선은 곱지 않고 안좋은점만 자꾸 생각이 날것 같아요.
            마음을 진정 시키시고 남편분과 조용히 솔직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인간이란 자체가 외로움과 쓸쓸함을 늘 갖고 사는것이 아닐까 싶어요. 투명인간님 힘내세요.
            일단은 헤어져서는 안되다는 앵두님의 말에 저도 동감을 합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하시고 일단은 대화를 나누시는것이 우선인것 같아요. 저도 무어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투명인간님 아무쪼록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혹 화해하시면 그때도 알려주세요......
             

            • 쌈마을 2004-02-11 00:11:38

              다 그렇지는 않지만 너무 상심 하지마세요.
              대화를 자주 하시면 좋은 결실이 있을 듯 합니다.
              용기를 갖고 한세상을 산다면 ........
               

              • 지리산숨결 2004-02-10 23:36:58

                남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용인듯 착각을 합니다.
                여자는 그런 모습에 상처를 입습니다.
                허나 둘을 하나입니다.

                앵두님이 등장하셨네요?
                 

                • 산내음 2004-02-10 23:28:21

                  다른사람의말을 인용해서 하기는 싫지만
                  니이체가 이런말을 했던것같아요
                  내가 무었을 할것인가를 생각하기전에
                  내가 무었인가를 생각하라 .
                  지금 이시점에 맞는 말인지 잘모르겠지만
                  어떤 중요한일을 결정하기전에
                  현재 나의위치나 그리고 내가 무었인가를 깊이있게
                  한번 뒤돌아 볼필요가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천천히생각하세요
                  지나간일들만 있는것이아니라
                  앞으로의 일들이 더중요하잖아요
                   

                  • 앵두 2004-02-10 23:20:28

                    오랜만에 들어와서 님의 글을 읽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화가나고 무어라 말을 하자니 조심스럽고...그러나 결론은 절대로 헤어진다는말을 해서는 안된다는겁니다. 어차피 인간은 둘이 같이 있건 아니건 외롭고 쓸쓸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부부사이에 그 어떤 다른 이유에 의해서 헤어진다는건 더더욱 안된다고봅니다. 너무 억울하잖아요?! 두분이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조용히 그리고 충분히 이야기해보세요. 서로 내 이야기만 하지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많이 들어보세요. 네??? 이제 곧 새싹돋는 봄이 올거에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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