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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서울에서 번개가 ~*~*~
앵두 2004-02-16 14:35:16 | 조회: 9989
아~~ 몰라요! 몰라~~~
여기서만큼은 좀 조신??하게 살아볼려고 했는데...
그리고 이 정모후기가 언제적거였는지...
심해도 아주 심한 뒷북 후기입니다.
올리라 해서 올립니다. 향기님 미움 사면 살아남기 힘들거같아서....
ㅋㅋ

1월 17일에 있었던 자농 첫 정모때의 후기를
저의 초등학교 동창싸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려거든......

생각납니다. 수줍게 사람좋은 인상으로 웃으시며
읽어내려가던 詩!
오늘 다시 읽어보니 바로 엊그제 일인데도 그리워집니다.


흩뿌리며 내리는 눈오는 토요일 아침일찍
같이 가기로한 친구들을 만나기위해 나서는 길은 한마디로 착잡했었습니다.

가는 곳은 자농(자연농업)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라는 싸이트의 첫 정모날로서 자농을 운영하시는 분이 살고 계시는 곳으로 지리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라 합니다.

그럼 왜 오늘 그곳에 가게 되었느냐?
단지 30년도 훨씬 넘어 만난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이 그동안 저에게 책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저는 이것이 그냥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 너무 반가워서 사주는 것으로 참으로 좋은 친구로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난사모회원의 자격으로 가게 된
아니 내정된 음모에 의해 동원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난사모란 "난초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랍니다.
그럼 또 난초향이란 누구냐?
여기서 우리의 재미난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
앞으로 여기에 나오는 이름은 실명이 아닌
닉으로만 거론하겠습니다.
밝혀가는 재미가 있을지도...

어쨌든.....
단지 가기만 하면 맛있는것도 많이 많이 있고
밤에는 모닥불 피워놓고
돌판에 구운 바베큐와 자연 무공해 음식과 과일, 떡,
술은 전혀 들어가지않은 순수한 포도로만 만든 포도주와 막걸리..암튼 대한민국에서 5년이상 산 사람으로서 와 X표만 구분할 줄 아는 정도의 수준이면 누구나 혹!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매혹적인 유혹이었습니다. 당연히 가지요!!

가는 길은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대진고속도로를 달리며 눈내리는 경치와
주변의 나무, 산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을 보는 우리는 달력이나 어느 외국잡지에서나 볼수있을 법한 경치에 탄성을 내가며 지금 우리가 어느곳으로 끌려가는 지조차 잊을 정도로 어린아이마냥 즐거웠습니다.

이윽고 지리산 자락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노래로만 들었던 섬진강 줄기따라 자리잡은 화개장터(아쉬웠던 것이 그날은 장이 안 서는 관계로 조금은 썰렁한 느낌마져 들었습니다)를 보고 이윽고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한 것입니다.

역시 外觀은 시골의 여느 조용한 마을에 있을 법한 아주 아담한 학교였습니다.
오랜만에 이순신할아버지도 뵙고 아는척하고..
그곳 주인장께서 반갑게 웃으시면서 맞이해주실때만해도 우리는 열심히 김칫국부터 마실 요량으로 뺀질거리기 일쑤!!
"틈을 봐서 우리는 이 자리를 튄다!!!!!!!!"
가 지령어였습니다.

허나 가랑비에 속옷 젖는줄 모른다고
우리가 그자리를 결국은 벗어나질 못했던것을
그때까지만해도 아무도 모른채...

그곳 두목님??의 자세한 집소개를 받으며
우리는 이곳저곳을 기웃기웃..(그 와중에도 우리가 잘 방을 나름대로 찜해두는 치밀함까지..)
여기서 놀란것은
역시 저도 여자인지라...(앵두라는 닉을 남자가 쓸리는 없겠지요!) 각 숙소로 쓰이는 방에 있던 이불들이 모두 흰색인것을 보고 너무도 놀랐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감히 하고싶어도 못하는 색으로
모든 침구를 마련해놓으신걸 보고 그곳 안주인의 정성이 고스란히 베어있는것같은 걸 느꼈습니다.

조금있을 자기소개시간에 인사할때 이곳에서는 모두 닉네임을 쓴다면서 닉을 하나씩 지어달라는 말에
모두들...당황하는듯한 표정들을 짓고있었으나
여기서 인간의 사악함이 드러납니다.
각자 머리속에서는 굴리고있었던 것입니다.

난초향
영원한 운짱
짱돌
옆집아줌마
눈내리는날 배탈나다 -.-;;;;;
김씨 아저씨
앵두

이게 웬일이랍니까?
이젠 닉까지..... 슬슬 조짐이 보이죠?

자~~ 여기서 재미난 놀이~
누구일까요?

그런데 같이 간 사람들 입에서 한결같이 나온 말들이그곳에 모인 분들의 얼굴표정이 너무 밝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너무 맑고 편안해보이고 밝아보이는것이
약간 과격한 표현을 하자면 무슨 사이비 종교집단에 모인 신도들 같은 표정이었다고나 할까요?
(퍽! 퍼벅!!! 돌 맞는 소리)
그냥 한마디로 나도 저런 표정을 갖고싶다는 거였습니다.
이런걸 갖는다고 표현하는것 자체가 얼마나 내자신이 욕심많은 인간인가를 말해주는거겠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되고싶었습니다.

이어서 첫 정모에 모인 분들 한분한분 나오셔서
각자 자기 소개하시는데 제일 처음 나오신 분이 시인으로서 바로 위에 소개된 "행여 지리산에 오려거든"이라는 시를 들려주신 분이었습니다.
그다음
소세마리님, 검지님, 금진이장님, 노래하는 별님,
대봉님, 평화은어님, 레비스님, 문사철시서화님,
배달농부님, 물푸레 나무님, 여물주는 이님,
산내음님, 포도꽃향님, 신선님, orangejeju님,
오솔길님, 자유님, 참사랑님, 청사초롱님, 토물님,
산내음님, 지리산숨결님, 들꽃향기님.....

헉헉..더 이상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일일이 머리가 허락하는한 써본것은 한분 한분의 닉을 나열하면서 기억나는분도있고 아닌분도 있지만 그때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역시나 우리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결성된
난사모팀들의 한결같은 자기소개에는
"일단 가기만하면 맛있는거 많이 준다는 악덕부로커의 말에 이끌려 왔다. 맛있는거 많이 먹게 해달라"였습니다. 다른말 필요없었습니다.

뒤이어 식사시간
두말할 필요없습니다.
이제부터 안 가신 여러분들의 염장을 지르는 대목 시작입니다.

여기서의 모~~~든 먹거리는 자연농법 키운 것이라는거!!
심지어는 김치까지 海水로 절인 김치였습니다.
방금 만들어 갖고오신 말랑말랑한 인절미. 고사지낼때 먹던 팥떡, 제주감귤, 돼지고기볶음. 시금치나물, 달걀조림.된장국........심야의 파뤼를 위해서 조절을 하고싶었으나 인간이 먹는거앞에서 얼마나 나약해지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식사시간이 끝나고 교육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때 이미 밖에서는 파뤼를 위한 준비가 슬슬~~
저는 그때 사무실에서 다른 교육을 받고있었습니다.
100%순수 소비자의 자세로
이것저것 맛있는 과일이며 라면, 밀가루, 녹차등에 대한 것들을 둘러보며 심지어는 전시용으로 놓여있었던 곶감에 까지 손을대어 먹어보는...우리조직원들을 먹이고자 옆집아줌마와 염치불구하고 곶감을 마구마구...집어먹고 먹이는...나중에는 한상자 더 뜯어주시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뜨겁습니다.

자~~자~~~!!!
드디어 쎄러데이나잇 파뤼이이이~~~

돌판에 구운 삼겹살
각종 내장 구이
석화구이
누가 만드셨는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앟고 그리 먹었으면 물이라고 켰을텐데 전혀 그러함없이 마냥 달기만한 풋고추와 마늘을 찍어먹기에 여념이 없었던 쌈장


아까도 말했지만 술이라고는 전혀 들어가지않은
포도주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않았던 이것때문에 다시한번 꼭 가고말리라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던
악양 막걸리

여러분! 그런 느낌 아십니까?
먹다 먹다 너무 먹어서 배가 찢어질듯한 그러나 즐거운 기분!!
눈물이 납니다. 남기고 온 음식생각에...
한분 한분 그 음식을 준비하시고 갖고 오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하고싶습니다.

내가 못한 일을 나머지 몇몇 조직원들이 임무에 충실하고자 새벽 아니 아침까지 남은 음료??를 다 정리하느라고 애쓰신것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바입니다.

아침에 식사시간을 알리는 소리라는 것이
"아.아...이 동네 이장입니다. 식당에 지금 떡국이 준비되어있으니 일어나셔서 아침을 드시기바랍니다"

드셔보셨습니까?
굴이 들어간 시원하고 쫄깃쫄깃한 현미떡구~~욱!!
정말 대단한 해장국 아닙니까?

아침식사를 마치고 학교앞에서 기념사진 한장!!
뒤이어 보리밭에 가서 보리밭밟기를 하는 것으로
우리 조직원들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정말 정말 다시 한번 꼬옥~ 오라는 말씀들과
헤어지기 아쉬운듯 학교앞에서 서로 손잡고 인사하고나서 보리밭가서 다시 작별인사하기를 몇번!!
누가 일본사람들이 인사를 많이 한다고했는지
우리도 절대 안집니다.
자꾸만 뒤돌아 보게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첫만남의 헤어짐이 이럴진데
그다음은 어떨지.....

안 가신 분들이 읽으시기에는 지루?
정말 지루하셨는지요?
아마 짜증이 좀 나셨을겁니다.
그러니까 누가 그 누가라는것이 비록 악덕부로커라 할지라도 한번 믿고 따라가 보십시요.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갖을 수있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제 自意로 이런 모임에 참석한다는것이 그리 쉬운 아니 거의 없었을것입니다.
직접 생산에 참여하시는 분들과 그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것이 저로서는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임에 능동적은 아니더라도 좋은 먹거리 먹는데는
그리 나쁜일은 아니니까..라는 아주 소극적이긴 하지만 그런 작은일부터 하려합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에게 그런 기회를 갖게 해준 난초향님께 감사드립니다.

한번 더 기회가 된다면
악양막걸리이~~~~~~
2004-02-16 14: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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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5
  • 지리산숨결 2004-02-17 12:14:52

    흠메~~  

    • 평화은어 2004-02-17 11:17:04

      헉!
      지존이 나타나셨군.
      혹여 다 안 읽을 까봐 정면에 서지 않고
      줄 무지 바꿔가며
      짧게 쓰는
      제 허를 찌르셨습니다.
      숨 안쉬고 단번에 읽었습니다.
      앵두님과 전 호흡이 같은 건 같아요.
      제가 언젠가 피아산방의 이상형이
      저 혹은 앵두님 같은 상이라고 말씀 드렸던가??????!!!!
       

      • 이장집 2004-02-17 02:42:49

        앵두님글에 찬사를....  

        • 문사철시서화 2004-02-16 23:18:45

          앵두님!
          쉼없이, 그리고 재미나게 쏟아내신 글 잘 읽었습니다.
          머잖아 자농 사이트 최고 입담꾼이 되실 것 같아요!!
          아니 그보다 자농을 번성시킬 최고의 도시 대빵 아줌마가 될 것 같아요.
          님의 맹렬한 활약이 기대됩니다.
           

          • 아가동자 2004-02-16 22:55:12

            아~ 나도 악양 막걸리 먹고잡다... 동자아낙 빨리 꼬셔서 함 가야헐틴디...  

            • orangejeju 2004-02-16 22:06:36

              앵두님! 김씨 아저씨!
              잘 지내고 계시죠?
              그리고 제가 이바구한 겨우살이(참나무,동백나무)와 화살나무,
              까마중을 함께 달여 드셔 보시는 중인지요?
              제주도에 한번 오시던가요?
               

              • 검지 2004-02-16 22:05:34

                앵두님, 저는 이글을 세번에 걸쳐서 다 읽었습니다.
                어디 사진에 있는 글하고 매취하며 한꺼풀씩 벗겨지는 맛에 이제사 이해가 가네요
                >뒤이어 식사시간
                >두말할 필요없습니다.
                >이제부터 안 가신 여러분들의 염장을 지르는 대목 시작입니다
                어떻게 염장을 지르나 궁금혀서 마저 다 읽었지요
                음~염장은 저렇게 지르는구나~~!!!
                 

                • 마아가렛 2004-02-16 21:39:30

                  앗~~~  

                  • 토물 2004-02-16 21:06:55

                    으이고 타자 연습좀 하지.
                    혹시말에요. 숨결님.. 투명인간상 생기면 추천좀 해주세요.
                     

                    • 산내음 2004-02-16 20:22:41

                      앵두님 잘지내시죠.
                      가슴이 따뜻하고 정이 만은 사람들끼리 모이면
                      언제나 밝고 맑게 보인는거아닌가요.
                      그날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저에게는 맑은 열굴과
                      행복함으로 가득해보였읍니다
                      그래서 자농은 중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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