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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쓴 농업이야기 아, 그렇구나-쌀 재협상 / ⑶ 관세화란?
지리산숨결 2004-02-21 06:27:03 | 조회: 8476
오직 관세만으로 방어 … 사실상 ‘전면개방’



올해 쌀 재협상과 관련해 우리 농업계가 금기시하는 낱말 하나가 있습니다. 뭐냐고요. 다름 아닌 ‘관세화’입니다. 도대체 관세화는 무엇이길래 모두가 쉬쉬하며 입밖으로 꺼내기조차 꺼리는 것일까요.





관세화는 지난 1993년 12월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어떤 상품이든간에 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수입을 규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도록 한 조치입니다. 이는 곧 관세만 물면 수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자 시장의 전면개방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쌀 재협상에 관세화를 대입하면 ‘쌀 시장 전면개방’으로 풀이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서 쌀의 관세화 개방을 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전까지 대부분의 나라들은 외국산 농산물에 대해 수입제한이나 수입금지 등의 수단을 통해 자국의 농업을 보호해왔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이러한 각종 수입규제 수단을 없애고 관세만을 통해 국내 시장을 보호하도록 하는 새로운 무역규범을 만들었습니다.


대신 농산물 수입국에 대해서는 주요 농산물이나 개방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에 한해 국내외 가격차이를 관세로 매겨 부과할 수 있도록 해 급격한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것을 바로 관세화라고 합니다.


그럼 특정 농산물의 국내외 가격차이 전액을 관세로 매긴다면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겁니다. 이론상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다릅니다. 왜냐고요. 그것은 국내외 가격차액을 관세로 환산할 때 기준가격을 무엇으로 하느냐 하는 문제와 현재 진행중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은 2004년까지 예외없는 관세화 원칙에도 불구하고 10년간 관세화를 유예 받았습니다. 그래서 쌀의 국내외 가격차액을 관세로 환산(정확히 말하면 관세상당치라고 합니다)해 적용할 필요가 없어 현재 정확한 쌀의 관세상당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일본의 관세상당치 계산을 근거로 우리 쌀의 관세상당치를 산정해본 결과 400%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올해 쌀 재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쌀을 관세화로 개방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가 먹는 쌀인 중단립종(자포니카계라고 합니다)의 국제시장 평균가격은 80㎏ 한가마니에 약 3만원 안팎입니다. 반면 우리 쌀의 정부수매가격은 약 16만원 선이죠. 3만원인 수입쌀에 관세 400%를 매기면 15만원이 됩니다. 이럴 경우 우리 쌀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쌀값은 거의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국제 쌀값이 2만원선으로 떨어지거나 중국쌀이 국제 평균가격보다 훨씬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2만원선으로 떨어질 경우 관세를 매겨봐야 수입쌀 한가마니는 10만원선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우리가 쌀을 관세화했는데 현재 진행중인 도하개발아젠다 농업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고관세 품목에 대해 관세상한이 설정되거나 품목별 최소감축률이 50%에 달할 경우 우리 쌀산업은 초토화를 면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관세상한이란 일정한 상한선을 넘겨 관세를 매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품목별 최소감축률은 최소한 정해진 만큼 관세를 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쌀에 대해 200% 이하의 관세상한이 설정되거나 개도국지위를 잃어 50%선에 달하는 품목별 최소감축률을 적용받을 경우 수입쌀 한가마니 가격은 5만~7만원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올해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하지 않는 것만이 우리 쌀산업을 지키는 길일까요. 관세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세화 유예를 올해 이후에도 유지한다는 말입니다.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해서는 낮은 관세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최소시장접근물량)을 늘려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의무수입량을 올해 20만5,000t(144만섬)에서 최소 37만3,000t(261만섬)에서 최대 60만7,000t(425만섬)까지 쌀 수출국에 내줘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매년 외국 쌀을 300만섬 넘게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쌀값이 그대로 유지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쌀 재협상의 최대 고민인 것입니다.


〈한형수〉


hshan@nongmin.com





*일본과 대만의 예


일본과 대만은 각각 1999년과 2003년에 쌀 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했습니다.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쌀을 6년간 관세화 유예를 받았고, 대만은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1년간 유예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1999년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막대한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 아래 조기에 관세화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가격은 가장 싼 태국산 쌀을 기준으로 하고, 반면 국산 쌀값은 최고급쌀을 기준으로 해 무려 1,250%가 넘는 관세상당치를 확보했습니다.


대만은 2002년에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쌀의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선진국 조건인 8%로 늘리는 대신 1년간 관세화를 유예받고, 2003년 이후 쌀시장 개방방식은 2002년에 협상키로 했습니다.


그러나 대만은 2002년에 쌀 수출국들과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을 하지 않고 종가세 기준으로 660%의 관세상당치를 확보, 2003년부터 관세화로 전환했습니다.


일본과 대만의 쌀 관세화 전환과 관련해 특이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본은 관세화를 농림수산성 장관과 자민당 농림수산물무역대책위원장, 일본농협회장 등 3자 합의로 결정했고, 대만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했다고 합니다.


〈한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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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04-02-23]
2004-02-21 06: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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