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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고단에서 출정식을 마친 수경 스님(왼쪽)과 도법 스님./김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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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지리산 실상사 도법 스님과 수경 스님, 그리고 시인 이원규씨가 1일 2007년까지 3년 예정으로 지리산 탁발 순례의 첫 발을 내디뎠다.
85주년을 맞는 삼일절 아침, 해발 1507m의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는 지리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불교·원불교·기독교·천주교 등 종교계 인사와 환경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시작을 알리는 기도회가 열렸다.
‘지리산생명평화결사’(운영위원장 이병철)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탁발 순례의 출발을 하늘에 고하는 ‘고천축문’으로 시작, 수경 스님의 ‘생명평화의 경(經)’ 독송, 남영숙 목사의 생명평화를 위한 기도로 이어졌다.
도법·수경 스님과 이원규 시인이 이끄는 순례단 본대는 기도회가 끝난 뒤 성삼재를 거쳐 861번 지방도를 따라 전남 구례 방향으로 탁발 순례의 대장정에 올랐다.
불교계의 중진인 도법 스님은 그동안 실상사를 중심으로 평화·생명운동을 벌여왔다. 이번 탁발 행진은 지난 2000년 초부터 2003년 후반까지 계속된 1000일 기도를 잇는 것이다. 수경 스님 역시 불교계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 두 스님의 환경문제 인식과 해법은 불교계를 넘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번 탁발 순례는 걸어서 방방곡곡의 읍·면을 빠짐없이 찾아 주민들을 만나고 생명평화의 문화를 가꾸는 것이 목표다.
믿는 것은 튼튼한 두 다리뿐. 한 달에 1000리(400㎞)씩 3년이면 3만리가 넘는 길을 걷게 된다. 4월 18일까지 49일 동안 전남 구례군을 시작으로 경남 하동·함양군을 거쳐 전북 남원시에 이르기까지 지리산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며 30여개 읍·면을 찾아간다. 올해 말까지 백두대간의 동쪽(영남·강원) 지역을 순례할 계획이다.
도법 스님은 “탁발은 밥과 진리를 얻는 수행자뿐 아니라, 탁발에 응하는 대중들도 ‘비워냄’을 통해 자기완성의 삶에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스님, 잘 다녀오세요.” 대중들의 환송 인사에 그는 알 듯 모를 듯한 혼잣말을 남긴 채 길을 재촉했다. “끝없이 가는 거지, 오기는 뭘 와.”
(지리산=김성현기자 sh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