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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그이가 떠나던 날...
평화은어 2004-03-03 01:17:17 | 조회: 9907




그이가 이제 가는구나,
그런 생각을 할 짬도 없이

지난밤 노고단 기도에 참석하러 오신 등불님들 안내하느라
주차장으로 달려가서
생명평화탁발순례단 이라는 글귀가 인쇄된 표식을 나눠주고
매표소와 성삼재에서 안내해줄 친구들을 찾아 보내고
기도단에서 쓸 제물과 상을 챙겨 보내고
촛대와 꽃을 차에 실으니
마음이 급해지더군요.

부랴부랴,
노고단에 가니
빙판이어서 차량운행이 안된다는 관리소 직원들에게
사정사정,
군데군데 얼어있는 길을 걱정스레 달리며
노고단에 올라갔습니다.

바람은 어찌 그리 휘어치며 불어대던지
탁발순례단을 배웅하기 위해서
하동에서 새벽부터 올라오셨다는 젊은 아저씨는
꺼지기만 하는 초를 끌어당겨서 품에 안고
불을 붙여 주셨어요.
신심이 깊은 신도님은 제물을 다 준비해서 놓아주시고
모든 게 다 준비되었다 생각했는데
돗자리를 가져오지 않아
순간, 당황했지요.

그럭저럭
국장님과 자화자찬을 하며
기도단을 차려놓고
저는 부러 기도단과는 동떨어져서
이원규 시인을 배웅하러 온 몇몇의 후배들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어느결엔가부터 콧등이 자꾸 시끈거려서 딴청을 부린게지요.

헌데 마이크 소리가 작아서
볼륨을 조정해야지 하고 앞으로 가 있다가 그만,
이선종교무님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신호로
줄줄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고작, 웃으면서 잘 다녀오라고 밖에 해줄 게 없다고 해놓고서는
그마저도 지키지 못해서
맑은 기운으로 길 떠나야 하는 사람마저
울리고 말았지요.

헌데 그이의 눈물을 보며,
그 마음 하나로도 얼마든지
잘 버티며 제 일 해나가리라고
마음 추스렸습니다.

이제 저는 한남자의 아내로 이 자리에 있기보다
한 단체의 실무자로서 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아마도 그이는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는,
그런 쓸쓸함을 말하는 아내보다

때로는 가는 길을 바라보며
아픈 소리도 해줄 수 있는
도반으로
자리매김 해주길 바랄겁니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이시간,
수화기 너머에서 도법스님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리고
업무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총괄진행(이원규)님의 곤한 말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그 많던 아침 잠은 어디로 다 달아나 버린 걸까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거추장스런 외로움을 떨어내듯
부산을 떨며 하루를 시작하다 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홍보물 책자 하나 가득 안고서
산동마을로 갑니다.
아주 환한 얼굴로...

자농에 계신 분들의 마음을 담아서 순결님과 향기님이 오셨어요.
얼마나 힘이 되던지

이제 어리광부리는 거 그만하고
명랑쾌활한 평화은어로 돌아와 헤엄치고 놀게요.

오늘까지만 봐주세요.



2004-03-03 0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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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5
  • 노래하는별 2004-03-03 20:17:22

    은어님! ^^  

    • 소세마리 2004-03-03 19:17:13

      나두요~~~
      딸기 출하하고 성님들 모아서 토착미생물 채취하고 자재창고 만들고
      주정도 사오고 .....
       

      • 검지 2004-03-03 13:15:31

        아 바쁘다 바빠,
        그니까 그리워할 틈도 없나봅니다.
        갸~앙 바삐 바삐 사시려고요
        평화, 명랑, 쾌활, 은어,,
        내년에는 복분자도 많이 수확하겠습니다.
         

        • 평화은어 2004-03-03 12:00:06

          아 바쁘다 바빠,
          여러분 울리고 저는 한잠도 못자고
          서방님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홍보책자 갖다 줘야 하는데
          밤새 국장님은 디자인하고 저는 메일 발송에, 홈페이지에 글 올리랴,
          틈틈히 자농에 들어오고
          헉헉!!

          고마워요.
          자농 가족이 있어서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말로 다 할 수가 없어요.

          저 지금 남워네 가거든요.
          시사저널 사오라고 해서...

          이따 뵈요~~~~*^^*
          제가 명랑쾌활은어로 돌아온다고 했지요!
           

          • 옆집아줌마 2004-03-03 10:30:40

            평화은어님
            향기님 말씀처럼 왜 아침부터 저를 울리시나요?
            글을 읽으면서 떠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향기님이랑 숨결님이 평화은어님 옆에서 꼭 지켜주기라 믿습니다
            은어님 토요일에 만나서 같이 울던지 웃던지 하지요 우리....
             

            • 산중 2004-03-03 09:15:59

              그렇진 않을겁니다.
              독수리타법이 고쳐지지가않네여.
              좀 느린 편이지요.

              요즘 전정을 좀 하느라 몸살이 나서요.
              여전히 아침이 일찍 못 일어나네요,
              병원에서는 올해만 조심하면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항상 행사에 반쪽만 되어 숨결님과 향기님에게 죄송합니다.
              앞으로 노력해 보겠습니다.
               

              • 들꽃향기 2004-03-03 09:08:05

                산중님께서 저 보다 타이핑이 빠른것 같네요.
                저보다 먼저 글을 올라온것을 보면....
                 

                • 들꽃향기 2004-03-03 09:06:11

                  아~~~
                  아침부터 왜 저를 울리시나요~~ 으앙앙~
                  요즘 저에 마음이 텅비어있습니다.
                  뭔 일인지 저를 참 많이 슬프게 합니다.
                  왜 그럴까~~~

                  그런데
                  사랑하는 시인님께서도 먼길을 떠나시고
                  외로이 평화은어님을 옆에서 열심히 지켜야할 사명감도 불타고...
                  피아산방님 염려 붙드러 배시고 3년동안 건강하세요.

                  평화은어님은 제 레이저망에 걸려있습니다.
                  평화은어님께서 제 솜씨를 익히 아셔서 포기하고 제 옆에 계실겁니다, ㅎㅎㅎ

                  아시지요, 뭔 말인지요.
                  기운내시고 당분과 지리산평화결사와 자농에서 열심히 만나요, 우리..
                   

                  • 산중 2004-03-03 08:58:19

                    꼭두 새벽에 올리셨군요.
                    얼마나 마음이 허전 했을까요?
                    먼 여행은 언제나 시작이 멀 뿐입니다.
                    가다 보면. 가다보면........ "올 날이 가까워지는 법"이라고 하면 위로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가지 못함이 왜 이리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저두 잘 모르겠네요.

                    평화은어님!
                    자농과 함께 하심이 좋을듯하네요.
                    이곳에서는 모두들 좋은 말씀이 많으신지라 같이 뜻을 나누었으면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순례중 어려운점이있다면 자농님들이 함께 해 드릴것입니다.
                    힘내십시요,
                    마음만은 피아산방님과 항상 같이 있지않습니까?
                     

                    • 행복배 2004-03-03 08:27:20

                      평화은어님!
                      피아산방님과 두 분 스님을 보내시고 마음 한쪽이 빈듯한 느낌이신가 봐요.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일을 찾아지겠지요.
                      오늘은 음악좀 많이 들으시고 글도 많이 써서 자농에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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