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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그런 새벽에...
평화은어 2004-03-17 06:21:45 | 조회: 10250



비가 옵니다.
지지난밤 설친 새벽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웅크려 또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새벽2시

그냥 자라는 수지행 언니(우리 국장)의 말을 들으며
사무실 앞에 둔 자료집이 걱정된다고 일어섰습니다.
"괜찮아, 방수 잘되게 포장해서 이슬에 젖지 않아. 누가 집어가면 잘 나눠주겠지."
이슬에 혹은 손 탈까 염려하는 저를 보며 자꾸 자라고 합니다.
"소피보고 생각할게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덜 깬 잠결에
휘청휘청 자료집 뭉치를 옮깁니다.

다 들여놓을 즘에
후둑 :: :: :: ::
빗방울 하나 볼을 그으며 사선으로 빗겨 앉습니다.

하늘을 봅니다.
별들을 숨기고 짙은 검빛을 내는...
후둑 후두둑 // // //
빗방울이 한뭉치씩 사무실 창을 내리칩니다.
어느 사이 빗물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걸레를 들고 훔쳐냅니다.

내일은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빗님은 모레나 오시지 그런다고,
고개를 늘어뜨리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맑은 기운으로,
장난 끼 어리게,
늘 웃으며,
그늘 없이,
오늘은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로지 비 때문에 바보가 되어 중얼거립니다.

내일은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빗님은 모레나 오시지 그런다고,
갑자기 새벽에 잠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런 새벽에 혼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모레는 걷지 않는 날*
2004-03-17 06: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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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9
  • 참다래 2004-03-17 07:39:24

    평화은어님 비도 무심하시지요.
    걷지 않는 모래 비가 오면 좋으련만,
    오늘 차가운 봄비가 내리니.....
    생명평화탁발 순례하시는 님들께 하느님이
    시련을 주시려나 봅니다,
     

    • 산중 2004-03-17 08:37:40

      비가 옵니다.
      오라지 않았지만 깨어 나는 대지에 생명을 넣기 위해 옵니다.
      목말라 하는 새싹들은 크게 숨을 들이 쉬어 봅니다.
      시원하고 향긋한 봄내음이 가슴속 깊이
      구석 구석 담김니다.

      오늘도 걷고 계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너무도 동감이 갑니다.
      그러나 나는 걷지 못하고있습니다.
      마음만으로는 대신할수없습니다.
      마음이 아파 옵니다.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지금 나에게는 뒤돌아 보는 여유가 필요한데
      아직도 마음뿐입니다.

      언제나 그렇나 봅니다.

      이제 봄이 오고 여름이 와도
      걷고 있는 분들이 내내 마음속에 남아 져려 올것입니다.
      언제 홀가분한 마음을 가져 볼수있을까요?
       

      • 아줌마 2004-03-17 09:26:28

        한치건너 두치라했나요. 저는 새벽빗소리가 왜그리도 신경 쓰이던지요.
        잠을설쳐는데 평화은어님은 순례하시는 님들걱정하는데 수경스님께서
        욕심을 버리라고 하섰는데 난 지금도 욕심을 심고있봐요
        님들께서 순례하시는데 비가내리시지 않아야 햘테데요
        비가오시는데도 낭만과 걱정은 입장차이일까요
        은어님 힘내시고 순레단 여려님들께도 조은날이 돼시길바람닙다
        봄비가 야속한 하루가 시작입닙다
         

        • 산내음 2004-03-17 09:30:42

          은어님 괜시리 내리는 비속에홀로서있는 님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들려오는 음악또한 날씨와 조화로와 흘러가는구려 .
          맑고 밝은 모습언제나 보여주시길
           

          • 사과랑복상이랑 2004-03-17 11:28:44

            가녀린 은어님의 몸짓이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꼿꼿하시잖아요...
            은어님 화이팅~~~~~~~~~~
             

            • 평화은어 2004-03-17 12:14:41

              비는 와야 하는데 괜시리 감상에 젖었습니다.
              저때문에 행여 님들도 가라앉으면 어쩌나 걱정이 듭니다.
              근데요.
              우울할때는 끝까지 바닥까지 우울해야만 치고 올라온다고 그러네요.
              그래서 억지로 절 밀어넣어더랬습니다.
              가끔 젖어보는 것도 괜찮지요.

              빗속에서 잘 걷고 계신답니다.
              전 오후에 자연농업 들려서 아이들 옷 갖다 주고
              자료집 들고 일요신문 사 가지고 청학동의 오크빌리지에 갑니다.
              오늘밤은 그곳에 계신답니다.
               

              • 보리수 2004-03-17 12:33:12

                비가 오면 그 비가,
                눈이 오면 그 눈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쪼이면 그 뜨거운 태양이,
                길을 떠난 님들을 생각하는 이들의 가슴에
                아프게 새겨지실 겁니다.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하지만 님들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의 사랑이
                있기에 고단하지만은 않은 길이 될 것라 믿어봅니다.
                 

                • 지리산숨결 2004-03-17 22:06:22

                  보리수님!
                  자농에 자리하나 마련해 드려야 겠네요. ㅎㅎㅎㅎ
                   

                  • 노래하는별 2004-03-17 22:19:25

                    보리수님도 조심하셔야 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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