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지지난밤 설친 새벽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웅크려 또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새벽2시
그냥 자라는 수지행 언니(우리 국장)의 말을 들으며
사무실 앞에 둔 자료집이 걱정된다고 일어섰습니다.
"괜찮아, 방수 잘되게 포장해서 이슬에 젖지 않아. 누가 집어가면 잘 나눠주겠지."
이슬에 혹은 손 탈까 염려하는 저를 보며 자꾸 자라고 합니다.
"소피보고 생각할게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덜 깬 잠결에
휘청휘청 자료집 뭉치를 옮깁니다.
다 들여놓을 즘에
후둑 :: :: :: ::
빗방울 하나 볼을 그으며 사선으로 빗겨 앉습니다.
하늘을 봅니다.
별들을 숨기고 짙은 검빛을 내는...
후둑 후두둑 // // //
빗방울이 한뭉치씩 사무실 창을 내리칩니다.
어느 사이 빗물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걸레를 들고 훔쳐냅니다.
내일은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빗님은 모레나 오시지 그런다고,
고개를 늘어뜨리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맑은 기운으로,
장난 끼 어리게,
늘 웃으며,
그늘 없이,
오늘은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로지 비 때문에 바보가 되어 중얼거립니다.
내일은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빗님은 모레나 오시지 그런다고,
갑자기 새벽에 잠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런 새벽에 혼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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