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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우리 할머니
앵두 2004-03-26 01:02:29 | 조회: 9313
소세마리님 할머님의 별세소식을 접하는 순간
조금은 오래된 그러나 내 가슴속에는
바로 엊그제같은 일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5년전에 돌아가신 저의 외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하루도 잊은적이 없는 할머니였지만
오늘은 왠지 더더욱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집에서는 화장은커녕
간신히 세수만 하고있는 저를 보시고는
아무리 양귀비같이 이쁜 여자라도
곱게 단장안한 박색만 못하다시면서
집에서도 곱게 화장을 하고있으라며
싫지않은 잔소리를 하시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당신은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여든이 넘어서까지도
세수하고나서는 얼굴에 분을 바르지않고는
손주사위 얼굴도 안 마주치시던 그런 고운 할머니가
언제부터였는지 아주 야속한 병
(이걸 병이라고 해야하는지..)에 걸리고 마셨습니다.


그렇게 깔끔하시던 분이 씻기를 싫어하고
항상 배가 고프고
항상 무언가를 찾아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수십년전의 일은 모두다 기억하시면서
바로 조금전에 드신 식사를 기억못하는
그렇지만 여느 난폭한 류의 그런 것이 아닌
항상 옷장속의 옷들을 모두 다 꺼내서
다시 차곡차곡 개어서 넣어놓는 동작을
하루종일하시는 할머니를 보고
제가 그랬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참 이쁜 치매에 걸리셨다"고 말입니다.


그런 할머니를 목욕시켜드리면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더랬습니다.
"할머니! 왜 이렇게 됐어???"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저희 할머니!
"글쎄 말이다~~"


어느날 다른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저와 할머니와 노환의 할아버지만이
여느때와 다름없는 점심을 먹는 도중 돌아가셨습니다.
왜 갑자기 할머니가 숨쉬는 것을 힘들어하시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저 당황스러워서
할머니! 할머니! 부르면서
팔,다리를 주무르는일밖에 할 수없었던
내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던지.....


나중에 119를 타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서 질.식.사 하신 거라고!!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침착했었더라면....
누군가 한사람만이라도 옆에 있었더라면...
지금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아쉬움, 속상함과 함께 가슴이 메어옵니다.
그때 할머니가 기도에 음식이 들어간거라는걸 알았더라면
응급조치라도 취해봤을텐데.....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신건 늦은봄 아니 초여름입니다만
저는 이맘때의 봄이 참 싫습니다.
까만 밤하늘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면 그냥 서럽습니다.
겨우내내 움츠렀던 마음과 공기와 나무들과 풀들이
따뜻하게 파랗게 살아나는 봄이 싫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쨍~하는 봄햇살에
눈이 찌부려질 정도로 맑은 봄볕이 밉습니다.


오늘은 할머니가 참 많이 생각나네요.
이세상에서 제가 제일로 이쁘다고 하신 우리 할머니!

보고싶습니다!!!

잘 계시는거죠????
2004-03-26 0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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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앵두 2004-03-27 21:51:35

    그러게요! 자고 일어나 들어와보니
    이런 고운 음악이!
    감사합니다...
    지금 열심히 태그교실에서 공부하고있어요.
    영광의? 그날을 위해..
    잘 되야 할텐데......
     

    • 들꽃향기 2004-03-26 17:59:18

      배경 음악이 참 좋죠!!  

      • 들꽃향기 2004-03-26 17:59:01

        할머니, 엄마라는 이름은 늘 뭉클하지요...
        저도 늘 그렇답니다...
         

        • 집토끼 2004-03-26 15:41:09

          직접 뵌적도 몇번 있었고,
          그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 봤었지요.
          너무 슬퍼하지 말길....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잖아요.
           

          • 작은나무 2004-03-26 12:12:29

            죽음앞에서 사람들은 정말이지 겸허해지는것 같아요...
            저도 미리미리 잘 준비를 해서 아름답게 죽고싶습니다..
            깔끔하게 조용히 평화스럽게~~ 그렇게 말입니다...
             

            • 행복배 2004-03-26 09:12:35

              밥먹고 딸내미 학교데려다주고 오니 로그아웃됐었나봐요.  

              • 지리산숨결 2004-03-26 08:09:25

                봄에 죽는다면
                툇마루에 앉아 봄햇살을 받으며
                벚꽃에 취해... 추억을 생각하며... 그렇게..
                 

                • 지리산숨결 2004-03-26 08:07:33

                  앵두님!
                  죽음을 생각하며
                  절대 병원에서는 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늙어서 기력이 없을때 자식들이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병원으로 볼아버릴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아무리 아파도 죽음을 병원에서 맞이하지는 안는다고
                  자식들에게 누누히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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