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멋진 글을 쓰고 싶은 분들께!!
문사철시서화 2004-04-08 00:24:13 | 조회: 8907


        자농 사이트 이곳저곳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다보니 평소보다 글을 많이 쓰게 되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겁니다.
        좀더 멋진 글을 쓰고 싶은 욕심도 생기시겠지요.
        멋진 글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쓸까요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때 글쓰기 입문을 할 때
        제일 먼저 듣는 게 ‘지용의 시’, ‘태준의 산문’
        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시는 정지용을, 산문은 이태준을 교본삼아
        글짓기를 연습하라는 말이지요.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입니다만,
        좀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산문은 시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의사표현 도구로
        자주 쓰이므로, 한번쯤 제대로 글 쓰는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태준이 쓴 <문장강화>라는 책이 있는데,
        산문 쓰기의 고전으로 불릴 정도로 꽤 유명합니다.
        요즘 문창과 대학생들도 그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는 걸 보았습니다.
        그 책에 실린 내용을 소개해 봅니다.

        ..............
        <가을 비(A)>

        가을이라 하면 누구나 달을 말하고 단풍과 벌레를 말하나
        비를 말하는 이는 적다.
        시인들까지 그랬다. 달과 단풍이나 벌레소리에는 드러차게 읊었어도
        가을비 소리를 읊은 시인은 적다.
        나는 시인이라면 달보다 단풍보다 벌레소리보다
        이 쓸쓸한 가을 비 소리를 읊으리라.
        얼마나 가을 비 소리는 쓸쓸한 소리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인가. 가을은 쓸쓸한 시절이다.
        가을 비 소리가 더욱 그립다.(어떤 학생의 작문)


        <가을 비(B)>

        장독들이 비를 맞고 있다. 그것들이 어찌 시원해 보이는지
        지나다 말고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았다.
        빗발은 고르지 않다. 어떤 것은 실같이 가늘고 어떤 것은
        구슬같이 무거운 것이 떨어져 깨어진다.
        이런 무거운 빗발에 맞아 떨어짐인가,
        어디서 버들잎 하나가 날아와 장독 허리에 사뿐 붙는다.
        버들잎은 ‘나비인가.’ 할 정도로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벌써 낙엽이었다.
        비는 시름없이 내리어 장독들도 버들잎도 묵묵히 젖을 뿐,
        나는 손끝에 뛰어오는 몇 방울 빗물에 얼음 같은 차가움을 느끼며
        따스한 방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어떤 학생의 작문)

        여기 ‘가을 비’를 두고 지은 글이 두 편 있다. 우리는 다 읽어보았다.
        그런데 어느 글이 더 우리에게 가을비다운 가을비 맛을 전해주는가?
        아무래도 나중 글이다. 먼저 글은 ‘가을 비’에 관한 개념과 지식뿐이다.
        가을비를 눈앞에 두고 느끼어짐을 쓴 것이 아니요
        미리 속에 든 지식으로 썼다.
        가을비는 쓸쓸하다고 군데군데 말했으나
        쓸쓸하다는 말이 한 마디도 없는 나중의 글보다 훨씬 덜 쓸쓸하다.
        ..........

        이상 인용글입니다.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신지요.
        아래의 글이 훨씬 감각적이고,
        머리 속에 글의 내용에 대한 그림을 떠올리게 해주지 않습니까
        머리 속의 개념보다는 대상(자연)에 대한 개성 있는 관찰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가급적 심중의 것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을 잘된 글이라고 하고,
        명문이나 명필에는 일필휘지란 없으며,
        고칠수록 좋아지는 게 문장의 진리라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2004-04-08 00:24:13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문사철시서화 2004-04-08 16:43:03

    댓글이 세 개씩이나 달렸네요~~~
    이만하면 제 인기도 괜찮은 편이군요.ㅎㅎㅎ
    아휴 기뻐라~~~
    하나씩 답변을 해야지요.
    먼저 별님, 느낌과 감성의 중요함을 지적하셨네요.
    맞아요. 제가 올린 글에 별님의 댓글을 첨가하면 아주 괜찮은 글이
    되겠어요.
    별님 일터에 한번 정말로 놀러갈게요.
    푸짐한 술과 안주 한상 대접할테니 시간만 비워주시면 됩니다...

    향기님,
    닉네임이 길어서 모든 자농회원님들께 좀 미안한 생각하고 살아요.
    그래서 나도 풀꽃향기쯤으로 바꿔볼 생각도 해봤는데,
    나 같은 닉네임도 있는게 좀 다양해보이는 것 같아서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근데 너무 길긴 하니깐 그냥 시서화로만 불러주어!!
    내가 일하는 곳이 댁의 남편이 온다면...글쎄...
    나 정도 되니깐 앞만 보고 일만 하지, 댁의 남편이라면 아마
    사단 벌어졌지. 벌써...그 버릇 어디 갈까?
    그러니 댁의 남편이 있을 데는 그곳이 딱이여!! ㅎㅎ
    봄날은 오고 가는데... 연복이 성님 전시회가 임박했으니
    그때 서울에서 한번 보며 회포를 풉시다요.

    앵두 누님!!
    이제는 제가 공식적으로 동상으로 불리는군요. ㅎㅎㅎ
    좋슴다. 명동의 밤은 아름다웠습니다. 누님!!
    가까운 데 계신데 한번 모실게요.
    어쩌면 서울에서 조만간 번개가 칠지도 모르겠네요.
    또 뵈어요...
     

    • 앵두 2004-04-08 11:36:34

      문사철시서화 동상~~
      안녕하세요?? 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도 글을 잘 쓰고싶죠!
      어떤때는 글을 쓰는것이 아닌
      넋두리를 쓰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는데
      바로 지적을 해주시네요.
      心中 이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들꽃향기 2004-04-08 09:27:11

        안녕하시옵니까?
        문사철시서화님 남편이 이 이름으로 인하여 머리 나쁨이 들어 났잖수..
        그래서
        부인은 조금 났다 소리 들으려고 밤샘해서 외어잖소...
        왜이리 긴 좋은 이름을 가지셔서.....ㅎㅎㅎㅎㅎ
        고마워요.
        요즘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봄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올해도 어지없이 바쁘시군요.
        소문에 의하면 눈 부신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어떤 님께서 무척이나 부러워 하시던데 그곳에 그 님도 한번 데려가시지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노래하는별 2004-04-08 09:09:28

          안녕하세요?

          저도 글을 잘쓰고 싶은 바램이 있어서요
          자농에 글을 올리면서 '느낌'을 표현하는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성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가급적 심중의 것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
          감사합니다 ^^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4363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3502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87927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4472
          951 방송 날자 변경된데요. - 2004-05-13 7448
          950 산쇠서나무 서식처가 복원되고 있습니다. 2004-05-12 7804
          949 지리산 녹차를 그리며 - 2004-05-12 7773
          948 할말있어에~~~~~~~욜루 와 보시랑께요?? (3) - 2004-05-12 10507
          947 냄편이 보낸 편지 (7) - 2004-05-12 8978
          946 쌀이 필요해요... (2) - 2004-05-11 9614
          945 자농닷컴 영문홈이 완성되었습니다. (6) - 2004-05-11 10266
          944 효도관광!!! (8) - 2004-05-11 8357
          943 제가요~~~ (12) - 2004-05-11 8676
          942 마실 방송탄데요. (11) - 2004-05-11 9460
          941 이런 선물. (4) 2004-05-10 8006
          940 서울번개가 진짜 번개!! (8) - 2004-05-10 8822
          939 헌재야! 잘 크거레이~~~~ (8) - 2004-05-10 9055
          938 *^^* 상쾌한 월요일 아침 즐겁게 시작해요 *^^* (3) - 2004-05-10 9500
          937 행복배님! 정말 잘하시네요. (4) - 2004-05-10 8353
          936 오늘 여기에........ (5) - 2004-05-10 7325
          935 너무 오랫만이라 글 쓰기가 민망하네요. (10) - 2004-05-09 8080
          934 서울번개...딜레마를 안고... (15) - 2004-05-09 8215
          933 잘받고 (1) - 2004-05-09 7965
          932 엉터리 난초향 (11) - 2004-05-09 920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