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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엉터리 난초향
난초향 2004-05-09 03:32:55 | 조회: 9204




그제 일주일 전부터 천둥번개친
서울 자농모임이 있었습니다.

하루 해가 귀하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이 바쁜 철에
저 멀리 진주에서, 고성에서, 화천에서 오셨는데...

우선 번개를 주동한 저로서는 못내 아쉬움과 허전함,
아니 얼마나 송구스러움이 남는 모임이었는지 이루 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성격이 다른 두 모임(1부, 2부)을 하루에 연이어 갖다보니
설레임이 지나쳐 아마 안테나에 이상이 생겼나 봅니다.

풀과 나무와 햇살과 고요한 바람,
황토빛깔 웃음을 웃는 여인네들의 정겨운 대화와 천진한 어린아이들
사람들 옆에 드러누워 편안한 오수를 즐기는 어미개들과 강아지,
소박하지만 편안함과 자연이 함께 한 점심식사.
그리고 여유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1부 모임은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왔습니다.
이것이 이번 행복배님이 사는 곳에서의 시골모임이었습니다.

자, 그런데 2부 모임은 어떠했는지요.
1부 모임이 오픈게임이었다면 2부모임은 본게임이었어야 했는데
저로서는 2부가 유감스럽게도 완죤히 낙제를 간신히 면한
송구스러운 모임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식당 입구에서부터 누군가의 두 번의 전화를 받았건만
도저히 통화할 수 없을 정도로 멍멍해서 급히 밖으로 뛰어나와서야
통화를 마칠 수 있었던 주변의 엄청난 이야기 총알들.
왠지 호사스럽고 번들거리는 실내장식과 잘 차려입은 손님들의 형식성.
인공조명으로 빛나는 어두운 도시의 밤과
여유없이 빠르게 흘러만 가는 먼 곳에서 온 우리들의 시간..
여럿이 들어갈 방의 크기와 테이블 배치를
미리 챙겨보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로만 예약한 탓에 좁은 방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3개조가 서로 등을 마주 대하고 앉아야 했던 옹색함.
더구나 일찌감치 시간에 맞춰 올라오신 시골 자농님들은 한 쪽부터
채곡채곡 줄 맞추어 앉아계신 덕에 저를 포함하여 늦게 온 서울내기들간의
눈에 뵈지 않는 분단의 어색함과
물론 너그러우시겠지만 어 이상하네..
이게 난초향 초등학교 동참횐감 하는 의구심 아닌 의구심.

더우기 결정적으로 면목 없었는 것은 아무리 장소가 좁고 앉음새가 옹색하고
시끄러웠다고 하더라도 처음 만나는 분들끼리 서로 수인사를 나누는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는 엉터리 모임 주선자 난초향.
이런 엉터리 난초향은 2차 '건아들' 라이브 카페가 끝날 때까지
혼이 나갔으니..
지금에서야 아쉬워한들 아뿔싸입니다.
이것이 이번 서울 2차 모임이었고
왜 제가 낙제를 간신히 면한 모임이었다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우리가 하는 말은 우리 자신을 나타냅니다.
언어는 인간 존재가 살고 있는 집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는 것은
내 존재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내가 살고 있는 존재의 집, 영혼의 집으로 상대방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그 말하는 사람의 존재를 만나는 것이고
그 존재의 집 초대에 응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고
서로의 영혼의 집으로 초대하는 대화를 했어야 했습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 할 때
그 이야기가 서로를 상대에게 보이고
상대를 자신의 영혼 속으로 초대하는 동안
언제나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이야기를 경청하여 듣는 제3자가 있습니다.
그 제3자는 침묵입니다.

자농님들, 설혹 겉으로 내뱉어진 이야기가
소음 속의 고함대화였을지라도
발언되지않은 마음 속 언어, 깊은 사랑의 언어
침묵의 대화도 다들 나누었으리라 위로해봅니다.

그 대화는 아마도 얼굴을 쳐들고 아빠의 눈동자 하나 표정 하나,
춤동작 하나 하나를 존경하는 마음 가득담아 땀을 흘리며 따라 하는
숨결과 성우의 무언의 대화에서 볼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압빠...난 아빠를 존경해요. 아빠 같은 사람 될거예요"

성우와 아빠의 무언의 춤대화를 침묵으로 경청했던
자농님들, 이 침묵의 경청자들이 이번 모임의 의미라고 생각해봅니다.

다음 번 모임을 또 주선하게 되면 확실히 하겠습니다.
그러나 경복궁이나 창경궁에서 할 것입니다.
자농님들 사랑합니다.













































































































































2004-05-09 03: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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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1
  • 쉼표 2004-05-10 15:23:46

    난초향님, 수고하셨네요.
    대강 모인 자리인줄 알았더니 거대사였군요.
    님의 수고로 여러사람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그 나름대로 의미는 충분했을 것 같아요.
    님들 모두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배가 사알살 아파오는군요.
    부러움이 병이 됐나봐~~~요.
     

    • 봄나무 2004-05-10 08:22:24

      와우.....^^~
      반가운 님들이 많이 뵈니 좋으네요..^^
      난초향님..늘 건강하시길요..
       

      • 아줌마 2004-05-09 21:10:21

        님들이 넘 부럽당~~~~~~~
        조은 변개모임 이었군요 그래요 백번의 대화보다도 한번의
        모임이 더욱더 친밀할수있는 관계가 이루어지죠
        참석하신 님들의 열정이 대단하신것같아 부럽습니다
        다음에 제게도 기회가 오면변개팅에 함류할수있는 영광있기를!!!!!!!!
         

        • 평화은어 2004-05-09 20:19:49

          에구 에구 부러버라~~~~ 난중에 알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제주도에 있으니 오기 어려울(?)거라는 배려였던 것 같습니다.
          오지마을(?)제주에서 내용을 몰랐던 저는 결국 가지 못하고
          님들이 노는 그 시간 신나게 일하고 날세고 엄벙덩벙하다
          서방님 전화한통 받고 잠들어
          지난밤이 끝났겠구나만 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이 악물고 참석합지요.
          담에도 풋풋하게, 소담하게, 그러다 화아끈하게
          함께 하기를...
           

          • forest lim 2004-05-09 17:30:56

            1부 얼떨결에 간 양주행복배님댁..

            황토물들이기 재미있었습니다.
            손으로 짜고 발로 밟고 한게 전부였는데...
            배고파서 쑥떡으로 남들몰래 열심히 배채웠는데...

            나중에 문경에서 가져왔다면서 각종 산나물에 고기굽고
            난리가 났더군요..(아 쑥떡을 너무 많이 먹었군!!)그때의 황당함이란!!

            암튼 기억에 남는건 문경산 물이었습니다.
            물맛이 다르더군요.. 우리집 물이 않좋은건지?/
            물맛....대단했습니다.

            2부 또 더욱 얼떨결에 간 강남의 놀부넨지 흥보넨지 암튼 오리집..

            황토물들이기 마치고 집에 갈려고 했는데
            주변 이장님과 행복배님의 향토적이면서도 편안한 설득에
            또 얼떨결에 향한 강남...

            놀부집 찾아 들어가니 숨결님 외엔 아는 사람 거의 전무한 상태..
            또 다시 느껴지는 낯설음...
            세혁님과 맛있는배를막먹고난표정을항상하고계시는행복배님을
            의지한체 자리에 앉았는데...
            별이 노래를 다하다니?..암튼 그분과 4계절향기님의 따뜻한
            대접에 그냥 금세 편안한 분위기 느꼈습니다.

            2부 속편.
            이제는 진짜 집에 갈 시간인데...
            맘속으로 계속 빼고 있는데 또 어딜 간다고 하니.
            암튼 또 따라 갔습니다..
            운전까지 주체적으로 하믄서...
            건아들인지 건달인지 가서......... 쇼킹한건 숨결님의 ....

            이제껏 살아오면서 쉽게 보지 못했던 수준급 막춤...
            막춤의절정판...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대단했습니다. 언제 한번 배움의 기회를...

            다들 좋은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 고재평쌈마을 2004-05-09 12:43:05

              죄송혀요.
              꼭 참석 헐라고 했는데 시간이 허락을 하지 않아서요.
              모든님들 뵈니 반갑네요.
              재밋게 노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아쉽네요.
              담엔 꼭 참석 하리라고 약속 하니 불러주시어요.
               

              • 햇살초원 2004-05-09 11:55:46

                향기님예~~~!!!울산 아즈매 웃는소리 들리지요?  

                • 들꽃향기 2004-05-09 10:15:09

                  와~~~우~~~~~~~~~~~~
                  정말이지 이렇게 적날하게 적으시다니~~~~~~~~~~~~ ㅠㅠㅠㅠㅠ
                  숨결님의 비장무기를 이렇게 여지없이 공개가 되다니~~~~~~~~~
                  흐흐흐흐~~~~~~~~~

                  번개를 핑개삼아 어버이날을 핑계삼아 서울 나들이를 갔습니다.
                  전화를 주고 받기 몇차례.....
                  윗쪽에 계신 님들께는 깜짝 놀라게 할 요량으로 미쳐서 사무실만 지키겠노라고 하고 조용히 올라가기로 한거였죠... 우~~하하하
                  소세마리님, 여물주는이님, 산내음님, 오솔길님, 샛별, 이쁜이, 작은 영상이 그리고 저 들꽃향기...
                  우리는 단성 아이시에서 만나 즐겁게 서울 나들이를 갔답니다.
                  휴계소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딸기도 휴식으로 먹어가면서....
                  어느새 한 가족이 되었답니다.

                  드디어 서울에 도착해서 영풍문고에가서 책도 보고 사고 지하에 이것저것 구경도 간단히 하고 어버이날 꽃바구니도 사고 이렇게 저렇게 하고 모임 장소로 가니 와~~~~~~우

                  벌써 자리가 가득 메워져 있었지요.
                  반가운 님들께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계셨던게지요.
                  넘넘 반갑고 좋고 기분이 업되다못해 오버되고 난리가 아니였습니다.
                  행복배님등장에 총각등장에 여자끼리 모여 앉아서 식사 하던곳은 갑자기 쟁탈전이 벌어지고 자리유치에 나서는 적극성도 보였지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문사철 시서화님을 비롯해 서울농부님도 와 계시고 마실님, 백두대간님, 포도시인님, 안세혁님, forest lim님, 이장집님, 행복배님, 여물주는이님, 산내음님, 소세마리님, 오솔길님, 금진이장님등 ...........

                  출석체크는 나중에 멋진 음악과 함께 한번 올립죠!!!!!
                  번개친날~~~~~~~~

                  그런데 문제는
                  건아들에서 부터 시작 되었답니다.
                  뭐냐구요,]
                  사진에 적날하게 잡혔기에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답니다.
                  보시는 것처럼 부자지간에 사건입니다.
                  어쩜 둘은 뭐 자기들의 독 무대인냥 마이크와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는거지요.
                  옆에 앉아계시던 행복배님의 표정을 보면서 제가 어찌~~~~~~~~
                  그런데 나중에 소문을 듣자하니 다른 자농님들께서도 같은 증세를 보였다고 하더군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이 고정 되어있는 그 자세 말이지요.
                  그거 아무나 할 수 없는 자세거든요....

                  자농님들 !!!! 에쿠쿠쿠

                  어찌되었거나 얼마나 번개가 심하게 치던지 아직도 멍멍하고 얼얼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더 실감나게 해 드립죠!
                   

                  • 노래하는별 2004-05-09 10:06:06

                    ㅎㅎㅎ
                    저도 그날 너무 오바하는 바람에 좀 부끄럽습니다
                    멀리서오신 님들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못나눈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얼굴이라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더 좋은날을 기약하며....
                     

                    • 해거름에 2004-05-09 09:34:30

                      난초향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도란도란 이야기가 좀 어렵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흥겨웠던 시간이었는걸요. 따뜻한 오라버니 같았어요. 아, 옆에 계시던 분의 미소가 한층 더 난초향님의 향기를 진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들었습니다. 종종 연락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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