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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는, 여자가 꿈꾸는 것은...
一禪 2004-06-21 20:46:29 | 조회: 6866


스무살 남짓 했던 때, 그 젊음이 너무 좋아 평생 나는 늙지 않을 것 같던 착각을 했던 적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 십대의 뽀얀.. 살결이 눈부시게 빛나는 여배우 핫세의 청순미에 누구든지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것처럼, 나역시, 그렇게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십대와 이십대를 거쳐 지금은 마흔의 문지방을 밟고 서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한마디로 나는 좋다.


물론, 여성으로 막 피어오르는 분홍빛 살결이 눈부시게 유혹해 대는 그런 풋풋환 아름다움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마흔"이 주는.... 새로운 생을 향한 열정과 깊이에 나는 하루하루 황홀해 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십대의 천진무구한, 풀내음 물씬 풍기는 소녀적 싱싱함도 아니고,


이십대의 사랑스럽도록 어여쁜 여성도 아니고,


삼십대의 임신과 출산을 첫 경험한, 젖가슴의 향기가 진동하는 여인의 아름다움도 아니지만,


사십이 되어 바라보는 여인으로서의.... 생을 향한 농익은 열정과 뜨거움이 활활 내면 깊숙이


타오르는 것을 느끼는 농염의 아름다움을 느껴가는 날들이다..



이전엔, 마흔의 삶은 , 오십대의 삶은, 아니 그 이후의 삶은 너무 무덤덤해서 산채로 썩어가는 육신을 그대로 죽은 듯 지켜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인생은 지난 젊음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중년 이후의 삶이 처절하게 판가름난다는 것을 알겠다..



산채로 썩어가는 부패의 삶이냐...


아니면 더욱 풍성하게 영양분을 간직한채 함께 나누어줄 수 있는 발효의 삶이냐...로.



흔히,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말들을 한다.


과연, 삶과 죽음을 가르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짧은 순간이다.


또한, 우리 절대 다수의 삶을 지배하는 이 공간만 하더라도, 영속성을 가질 수 없는 유한한 것.



사람들은 늘, 눈 앞에 보이는 것에 너무나 쉽게 길들여짐으로, 생의 비밀의 열쇠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단편적인 편린들을 제거하고, 시간을 관통하고, 공간을 관통하는 늘 순간에 새로움을 깨닫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때, 진실들은 낱낱이, 그 아름답고 풍부한 실체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주 가끔씩, 그렇지만, 너무도 강렬하게..



그것은 사랑이란 이름보다도 훨씬 더 큰 포용력으로 열린,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온기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이름 붙일 수 없는 따뜻하고 밝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을때, 처음 아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아기처럼 기저귀를 갈아주고, 먹이를 입안에 넣어주어야 하고, 끊임없이 스킨 쉽을 통해 비로소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노인이 되어 병이 들거나 정말 기운이 다 빠진 경우의 이야기이다.



죽을때까지., 빛나는 지성으로 형형한 눈빛으로 생의 열정을 담은 노인의 눈빛은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그 주름진 골에서 스며들 듯 베어나는 지혜의 샘물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주름진 얼굴의 자연스런 구겨짐은 진실로 인간이기에 마지막까지, 간직할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 최고로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언젠가, 그 주름진 얼굴위로 흘러내리는 맑고 투명한 눈물을 본 적이 있다.


노인의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한방울의 눈물이 주는 감동은 지금까지, 오래오래 가슴안에 맴도는 삶의 진한 카타르시스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진실로 위대한 일이다.


단, 가만히 있다고, 철부지한테도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04-06-21 20: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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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지리산숨결 2004-06-22 23:23:32

    서리태님! 중봉님! 반갑습니다.  

    • 중봉 2004-06-22 22:42:32

      지극히 좋은 이야기입니다/
      공부를 합시다. 먹기위해 공부를 합니다.공부를 위해 먹읍니다.
      먹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합시다.
       

      • 서리태 2004-06-22 19:10:57

        흠...... 감동적인 글입니다....
        나 역시 오십줄의 중반을향해 나가고 있습니다만..
        산채로 썩어가고싶지는 않은 몸부림으로 나름대로 여러 분야의 활동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참으로 끝이 없는 배움의 길에서 나이는 한낱 시간의 흐름에 불과합니다..
        님의 글에서 또 다른 나를 느껴봅니다... 고맙습니다
         

        • 지리산숨결 2004-06-21 21:54:56

          마흔살의 압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흔살이 되었는데...
          그러고보니 반이 훨 지났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이듬이 아름다워짐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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