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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마침표 마라도여, 신생의 검푸른 눈동자여!
정주은 2004-06-29 17:03:18 | 조회: 6492





























월간한민족(6월호) → 사진사랑 시사랑







정주은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초대작가(사진부문)
시인 / 칼럼니스트





















하늘이시여, 한라산의 설문대 할망이시여,
지리산 노고단의 마고 할미시여, 마라도여,
한반도의 검푸른 신생의 눈동자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리산 1500리를 걷고 걸어 참으로 먼 길을 돌아 우리 여기까지 왔습니다.
서기 2004년, 단기 4337년의 시간을 넘어 선인들의 숨결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시공을 초월해 바로 여기 한반도의 최남단 마라도 할망당까지 찾아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차디찬 물에 몸과 마음을 씻고 마침내 못다 부른 노래를 목놓아 부릅니다.
지리산 노고단을 달리는 고라니여, 제주도 오름을 뛰어오르는 조랑말이여, 제주도의 녹색댐 곶자왈이여, 마라도의 자리돔이여,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묵언과 모든 죽어가는 것들의 침묵이여, 오히려 고막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자꾸 숨이 가빠지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설문대 할망의 저주입니까, 깨우침입니까. 그동안 우리는 모두 어미 없는 고아처럼 살았습니다. 길 위에서 길을 잃은 미아처럼 살았습니다. 뒤늦게 찾아와 통곡하는 우리들의 참회는 3년, 아니 5년이 가도록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하략-

-이원규 시인(생명평화탁발순례단 총괄팀장)의 ‘마라도 생명평화 기원제를 올리며’ 中에서






하늬바람, 높새바람, 샛바람, 마파람, 갈바람, 섯바람, 섯하늬바람, 양두새, 양바람…
마라도를 스치며 지나가는 세상의 온갖 바람의 눈빛들이 차가운 할망당(애기업개당)에 탁발순례단 일행이 정성스레 마련한 과일과 술, 초, 향, 그리고 누군가에게 탁발 받았을 떡을 베낭에서 꺼내 제단에 정성스레 올려놓는 시인의 마음으로 제단이 차려지고 도법스님과 수경스님의 은은한 염불 소리로 한반도의 시작과 끝이 있는 마라도에 생명평화의 꿈이 열렸다.
마라도 해녀들의 안녕과 마라도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는 할망당 돌탑 사이사이로 새어 나는 향내음이 애기업개의 애절한 사연이 베어 있는 섬 구석 구석에 스며들었고, “유세차 갑신년 사월 스무아흐레 대한민국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가파리 마라도에 와서 하늘과 땅, 저 푸른 바다의 모든 신명께 저희들 한마음으로 고합니다.”







바람이 사람의 말로 노래 부를 때까지, 사람이 바람과 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노래 부를 때까지 마라도 건너 제주, 지리산과 백두건너 세상의 끝과 처음까지 생명과 평화의 걸음걸음을 쉬지 않고 천천히 걸을 것이라는 박남준 시인의 바다 밑 울음 같은 시 낭송이 햇살마저 숨죽인 마라도 하늘에 슬프게 울려 퍼져 관강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모두 하나로 합장하게 하였고, 지리산 시인인 이원규 시인의 귀신의 신음인 듯한, 천년의 노래인 듯한 목소리가 섬 주변의 시린 넋 곱은 영혼을 위로하며 끌어안았다.













봄 산 어드멘들 꽃다운 풀 없으랴만, 그 높은 지리산 노고단 자락에 방초길이 사방으로 이어진 이른 봄날, 그 곳에 가장 낮은 마음으로 꽃다운 꽃, 키 작은 소박한 풀꽃 한 송이가 피었다. 부처님과 하느님의 백옥같은 말씀과 절박한 현재 우리의 삶까지도 피워 물고 바람을 더듬으며 생명평화탁발순례의 풀꽃이 꽃망울을 환하게 터뜨렸다.

2003년 11. 15일 도법스님(순례단장)의 ‘생명평화민족화해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지리산천일기도’ 끝에 생명평화를 가꾸고 실천하고자한 전국 각지의 카톨릭 신부님, 개신교 목사님, 원불교 교무님, 불교의 스님등 종교인들을 비롯하여 농부, 회사원, 문인, 교수 등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삼일절 노고단에 모여 이념대립으로 희생된 지리산의 외로운 넋을 위로하고 살아있는 뭇 생명에게 찬사를 보내는 지리산 위령제를 올린 후 바리떼 하나 달랑 멘 도경 수경스님과 순례단은 생명 평화를 바라며 하루 30리 탐욕 반성의 첫 발걸음을 차가운 꽃샘바람과 함께 내디뎠다.







지리산을 돌고 돌아 한반도의 최남단 마라도까지 오는 동안 순례단은 수천리를 걸으면서 길 위의 죽은 새와 동물들과 이념과 전쟁으로 곳곳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민간인 학살터의 외로운 원혼을 달래는 천도제를 올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아픔을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마을회관, 교회, 성당, 사찰, 원불교 교당, 폐교, 민가, 어린이집, 식당 등 70여 곳에서 음식과 잠자리를 얻었고 감사와 기원을 담아 ‘생명평화의 등’을 달아주었다. 비와 바람과 친구 되어 걷는 순례단에게 주먹밥과 국수, 행락객이 건네주는 과일 한 조각, 물 한 대접, 빌어먹는 탁발은 늘 따스하고 감동적이었다. 탁발은 얻는 행위이다.







그러나 탁발은 단순히 얻는 것만은 아니다. 주는 이의 입장에서는 나눔의 실천이요. 얻는 이는 겸손과 감사를 배우는 공부이다. 그래서 탁발에는 나눔과 섬김, 모심과 살림의 생명평화정신이 깃들어 있다. 생명평화탁발순례는 이러한 생명평화의 삶의 문화를 가꾸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순례단은 지역민들과 함께 그 지역의 실상과 문제와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며 산길을 들길을 물길을 걷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한데, 변덕 심한 제주도의 봄날씨는 아랑곳없이 순례단 어깨위로 비바람을 쏟아 붇기가 다반사였다.







천연기념물 제 423호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는 풍광이 아름다운 섬 마라도의 여기저기 바닷가 바위위엔 미역줄기들이 서른 대여섯 가구의 섬사람들의 삶과 함께 널려 있었고 전교생이 3명인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운동장은 텅 비어 썰렁하였지만, 자전거로 10분이면 한바퀴 돌 정도로 작은 섬 안에는 절, 교회, 성당, 그리고 서로 원조라는 간판의 2개의 짜장면 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였고 나들이 나온 행락객들의 부산한 움직임에 마음은 깊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 쳤다. 년간 20만 명이 드나든다는 마라도는 현대문명에 파괴되어 있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어 지난해 ‘새만금 살리기 삼보 일배’로 다리를 절뚝이며 지팡이를 짚고 걷는 수경스님의 모습을 아린 마음으로 지켜보아야 했던 내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다.









내가 함께 한 며칠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탁발순례단과 함께 길을 걷다 길을 떠나갔다. 탁발은 자기를 버리는 연습, 이름을 버리고 지위를 버리고 아상(我像)과 분별심을 지우는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길 위에 얹힌 저 순례단의 퉁퉁 부어 두툼해진 발이 생명평화의 삶을 지고 산과 물이 그리고 사람이 생명을 품을 수 있도록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박자박 걷는 발걸음 소리와 탁발순례가는 높지 않은 낮은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전달 될 것이다.







구비 구비 한 걸음 넘고 넘어 나가네
참회의 마음 고개 숙여 걷고 걸어 나가네
가슴 가득 희망의 불씨를 안고
두손 모아 가겠네 탁발하며 가겠네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고
새들이 사는 숲에 들면 새들의 노래를 듣겠네
상생과 조화의 길 생명평화의 길
두손 모아 가겠네 탁발하며 가겠네 탁발하며 가겠네

-탁발순례가 (박남준 詩 한보리 곡 허설, 한보리 노래)-













☞생명평화탁발순례 홈페이지 http://www.lifepeace.org



시: 이원규/박남준 글·사진: 정주은



Edited by Ju Eun





2004-06-29 1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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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평화은어 2004-07-03 16:23:52

    수정: 본첩언니 미안, 예쁜 작은 동서가...(동서는 본처임)  

    • 평화은어 2004-07-03 16:13:01

      내가 몬살아~ 언니, 예쁜언니, 이제 그만 형수의 탈을 벗으시지요? 은자 언니에게 이르기 전에... 이렇게 여기서 보니 새삼 또 반갑네.  

      • 지리산숨결 2004-06-29 17:25:26

        반갑습니다. 형수님!! 이렇게 함께 하셨군요. ㅎㅎㅎ  

        • 정주은 2004-06-29 17:08:06

          지리산 숨결님, 참 좋은 인연입니다~^^*
          지리산에서의 그 날 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원규랑, 남준형이랑 이곳을 소개해주어 두루 두루 살피고
          흔적 남기고 갑니다. 그날밤, 제 부탁 잊지는 않으셨는지요?
          아, 그런데, 깜빡하고 보리라면 한상자 사오는걸 잊었네요~
          나중에 다시 한번 사러 가야겠습니다~^^*
          늘 향기롭고 아름다운 날들 되시길 바라며.....
          그럼, 샌프란시스코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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