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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모 예정지!!! 우포늪
지리산숨결 2004-07-09 22:29:51 | 조회: 6602
경남 창녕군의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늪지다. 흔히들 '우포늪'이라 일컫는 지명은 우포늪뿐만 아니라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네 개의 늪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창녕군 유어, 이방, 대합 등의 3개 면에 걸쳐진 이 늪지대의 둘레는 7.5㎞에 전체 면적은 70여만평에 이른다.

#1


이곳에 늪지가 처음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억4000만년 전이라고 한다. 공룡시대였던 중생기 백악기 당시에 해수면(海水面)이 급격히 상승하고 낙동강 유역의 지반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이 일대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들던 물이 고이게 되면서 곳곳에 늪지와 자연호수가 생겨났고, 새로 생긴 호수와 늪은 당시 지구의 주인이던 공룡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현재 우포늪 인근의 유어면 세진리에는 그 당시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발자국화석이 남아 있다.



#2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우포늪 주변에는 가항늪, 팔락늪, 학암벌 등 10개의 늪이 더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과 농경지의 잠식으로 인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우포늪도 한때는 커다란 위기에 빠졌었다. 1960년대 초에 백조도래지(천연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됐다가 급격한 개발로 인해 백조의 수가 급감하자 천연기념물 지정이 취소된 것이다. 그 뒤 이곳에 개발의 광풍이 거세게 불기도 했다. 다행히도 오늘날의 우포늪은 나날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자연생태계보존지역'(1997년)과 '람사협약에 의한 국제보호습지'(1998년)로 지정된 이후로는 예전의 생태계가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3


현재 우포늪 일대에는 430여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종의 10%에 해당된다. 그중에서도 수생식물의 종류는 우리나라 전체의 50∼60%를 차지한다. 이곳 수생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표이다. 이곳에서 가장 흔한 수생식물은 생이가래, 마름, 자라풀, 개구리밥, 가시연꽃, 억새, 부들 등이다. 이 식물들은 그 자체로도 귀한 생명체이지만, 늪의 수질을 정화해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4



우포늪은 아무리 깊어도 사람의 온몸이 잠기는 데가 거의 없다. 장마철에는 수심이 5m에 이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1∼2m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늪의 바닥에는 수천만년 전부터 숱한 생명체들이 생멸(生滅)을 거듭한 끝에 쌓인 부식층(腐植層)이 두터워서 갯벌처럼 발이 푹푹 빠지지도 않는다. 억겁의 세월을 간직한 이 부식층이 있기에 우포늪은 '생명의 고문서', 또는 '살아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도 불린다.



#5


한줄기 바람에서도 가을 냄새가 묻어나는 이맘때의 우포늪에서는 자주색 가시연꽃이 수면 위로 뾰족이 고개를 내민다. 이 가시연꽃은 아시아에만 1속(屬) 1종(種)이 자생하는 희귀식물이자 환경부 지정의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잎과 꽃은 물론이고, 열매에도 가시가 돋아나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주로 수심 1∼2m의 습지에서 자라는 수련과의 식물로 잎의 지름이 자그마치 1∼2m나 된다.




#6


가시연꽃의 솥뚜껑 같은 잎을 에워싼 자라풀도 이맘때 새하얀 꽃을 피워 올리는데, 이 자라풀과 마름은 공기주머니를 달고서 물 위에 떠 있어서 몸집 큰 백로가 그 위를 거닐어도 물에 빠지질 않는다. 그리고 우포늪의 대표적인 여름철새인 백로와 왜가리는 이곳에 서식하는 55종의 곤충과 28종의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다. 이런 먹이사슬의 연결고리가 튼실하기에 우포늪의 생태환경도 비교적 건강해 보인다.



#7

늦여름 날의 새벽 안개에 휩싸인 우포늪, 이곳의 적막을 깨우는 인간도 역시 이 늪의 생명력에 목을 매고 살아간다. 어디선가 커다란 함지박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나타난 아낙들은 우렁이를 잡고, 작은 쪽배에 몸을 싣고 늪의 수면을 소리 없이 미끄러져 가는 어부는 고기를 잡는다. 그러니 우포늪이 건강하면 인간도 건강하고, 우포늪이 신음할 때는 그들의 삶도 고단해진다. 우포늪에서는 인간도 자연의 미미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8


우포늪이 토해내는 울음소리를 듣고
귀 밝은 하늘이 내려왔다
그후 하늘은
1억 4천만년 동안
하늘로 올라갈 생각은 영 않고
우포늪에서 살고 있다
흰뺨검둥오리알이
하늘빛을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미하는 실잠자리들이
물수제비 그리며
우포늪을 간지럽힌다
먼 북극의 빙하가
늦잠자는 하늘을 깨우느라고
바다로 툭 떨어진다
산란하는 붕어가
물풀 사이로 숨는다



#9


오탁번의 시를 읽어본다. '빙하기를 기다리며'에 드러난 우포늪의 심상은 마치 먼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채 적요한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우포늪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이 토해내는 현명함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아마도 시인은 그러한 겸허의 인간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10

1억 4천년이란 영겁의 시간은 이 습한 대지의 젖은 상처 속에서 면면히 녹아 내리는 내적인 내공의 힘으로 살아남는다.

#11



인간의 욕망은 습한 기운의 대지를 만들고 그 속으로 자신의 죄된 면모를 속여 녹여버리려는 음험한 모종의 암약을 만들어 낸다.



#12

최근까지 말이 많았던 우포늪. 정부는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환경에 대한 보호와 절제는 요원한 거리에 놓여있다.

#13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4

조용히 울기....흔히 체읍이라는 한자어로 표현한다. 아마도 우리를 지키고 먹이고 달래며 도는 저 굽이 굽이 늪지의 생명력 또한 그렇게 우리를 응시하며 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삶에 대한 지킴은 나를 둘러싼 환경과의 인터페이스를 조율하는 작업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난 믿는다. 그렇게 대지에서 생명이 다시 시작하듯, 먼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계속되어온 우리들의 모질고 거친 엉겅퀴의 삶은 그렇게 그렇게 안으로 부터 터져나온다.

#15


헬레나 노르베리.....난 이 한명의 여성 언어학자로부터 우리 인간은 자연과 떨어질수 없는 합일의 꿈을 꾸는 존재임을 배운다. 그녀가 쓴 '오래된 미래'는 그렇게 내게 다가온다. 작은 자급자족의 공동체인 티벳의 작은 부족 '라다크' 그곳에 서구의 시선이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파괴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아련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인도정부의 개발의지가 천명되면서, 돈이 되는 작물의 재배만을 허락한 저 탐욕의 정치학이 개입하면서 라다크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16



자연속에서 숨쉬는 수많은 생태학적 다양성들이 파괴되면서 그 힘들이 예전 우리를 위해 생성해 주었던 문화적인 다양성들 또한 파괴되어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예전에 채우지 못했던 인공적인 결핍을 채우기 위하여 도시를 향해 집주하기 시작하고, 자본의 힘은 이 대지에서 서로가 합하여 먹거리를 제공하던 여성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기 시작한다.



#17



오래된 미래는 그렇게 우리 안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진행형이란 언젠가는 이루어져야할 미래완료의 시점속으로 편입되는 은입사의 결과 같은 것임을. 그렇게 미래는 사실
우리 속에서 다시 한번 발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2004-07-09 22: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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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늘푸른유성 2004-07-11 22:21:27

    사진인지 그림인지 너무아름답습니다.  

    • 차사랑 2004-07-10 14:27:06

      정확한날이 언제입니까
      미리 알아야 새끼줄(스케줄)잡어야허기에...
      아니면 코드를 맞추든지....
       

      • 지리산숨결 2004-07-09 22:34:35

        우포늪에 한번 가봅시다.
        거기서 하룻밤 꼽빡세우면서 그 신비의 고요를 느껴보고요.
        새벽을 맞이하며 그 생명들의 아침의 설레임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아~ 단 한번 혼자 들러본 곳이지만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음카페 오꿈사에 들러 두리번거리다 정소암님이 올려주신 글을 보고
        다시 생각나 퍼올렸습니다.

        아~~~~~~~ 자연의 그 신비와 그 떨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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