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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비오는 날의 殘像
앵두 2004-07-16 23:50:17 | 조회: 5801
오늘 꼭 마쳐야 할 숙제?가 있었기에
외출준비를 하고 나가려는데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시커먼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곧바로 무섭게 쏟아지는 비!
-"이렇게 쏟아지다 말겠지"
그러나 30분이 지났는데도 그칠줄을 모른다.
-"어떻하지???"
실은 좀 무서웠다. 이런날에도 외출하는 사람이 있을까?
소심한 마음에 베란다로 나가서 밖을 보니 한,두사람이 보인다.
일단 나서기로 한거
-"비맞다가 어떻게 된 사람없을테니 나가자!!"
그러나 왠걸?
조잘조잘~ 학교공부가 끝나고 아이들이 우산을 쓴 채
여기저기 무리를 지으며 걸어온다.
한 여중생은 손에 조그만 화분 하나를 들고 오는 모습에
지금 내리고있는 비와 동떨어진 모습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썩 잘 어울리는것 같기도해서
혼자 빙그레 웃음지어본다.

방금전에 느꼈던 사람소리 안들리는 고요함속에 느꼈던 불안감은
언제 사라졌는지.....
이제는 침묵, 고요함이라는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질때면
여지없이 불안해짐에 잠시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앞이 잘 안보이게 퍼붓는 빗속을 조금은 즐기듯이
이곳저곳 볼일을 보고 마지막으로 간 곳이 인사동!
평소 사람들로 북적대어 약간은 짜증스러웠던 인사동이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보인적이 또 있었을까 싶게 제법 멋스럽다.

세찬 빗방울에 흙먼지는 곱게 씻겨내려가
본래의 색을 내고있는 짙은 보도블럭!
가게앞에 올망졸망 줄지어있던 화초들도
역시 비로 깨끗이 씻겨져 파르르 떨고있는듯한 모습에
후덥지근한 느낌을 상큼하게 바꿔준다.
길가에 놓여있는 큼지막한 돌함지박에 연꽃, 옥잠화, 부평초가
멋스럽다 못해 우아해보이기까지 한다.
역시 오랜 세월 인사동길과 함께 해 온 늘씬늘씬한 나무들도
오늘보니 짙푸른 청녹색을 띄고 있는것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다.

걷기 힘들정도로 퍼붓는 비를 잠시 피할겸
2층의 어느 조그마한 수제비집으로 들어가 앉았다.
사각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장면같다.
열어놓은 창으로 들이치는 비를 샤워처럼 맞으며
구수한 수제비한그릇!
아~~~ 맛있다!!!

불과 몇시간전에 느꼈던 마음과는 달리
이전에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아니 보았지만 느끼지는 못했던 것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즐겼다.
그것도 오늘처럼 이렇게 내린 빗속에서.........
2004-07-16 23: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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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
  • 산내음 2004-07-18 21:12:22

    앵두님 안녕 시골의밤은 언제나 적막 그차체람니다.그래도 여름은
    좀덜한데 한겨울의 산골의 밤은 스산한 찬바람이 가슴을 스쳐지나가고 코긑으로 스며드는 고요한 적막함이란 절로 한대의 담배를 입에물게하며 한모금 길게 빨아넣은 담배연기를 후~~내품으며 그렇게 산골의 겨울밤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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