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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殘像 / 앵두
지리산 숨결 2004-07-18 23:59:34 | 조회: 6284
제목 : 비오는 날의 殘像





오늘 꼭 마쳐야 할 숙제?가 있었기에
외출준비를 하고 나가려는데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시커먼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곧바로 무섭게 쏟아지는 비!
-"이렇게 쏟아지다 말겠지"
그러나 30분이 지났는데도 그칠줄을 모른다.
-"어떻하지???"
실은 좀 무서웠다. 이런날에도 외출하는 사람이 있을까?
소심한 마음에 베란다로 나가서 밖을 보니 한,두사람이 보인다.
일단 나서기로 한거
-"비맞다가 어떻게 된 사람없을테니 나가자!!"
그러나 왠걸?
조잘조잘~ 학교공부가 끝나고 아이들이 우산을 쓴 채
여기저기 무리를 지으며 걸어온다.
한 여중생은 손에 조그만 화분 하나를 들고 오는 모습에
지금 내리고있는 비와 동떨어진 모습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썩 잘 어울리는것 같기도해서
혼자 빙그레 웃음지어본다.

방금전에 느꼈던 사람소리 안들리는 고요함속에 느꼈던 불안감은
언제 사라졌는지.....
이제는 침묵, 고요함이라는것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질때면
여지없이 불안해짐에 잠시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앞이 잘 안보이게 퍼붓는 빗속을 조금은 즐기듯이
이곳저곳 볼일을 보고 마지막으로 간 곳이 인사동!
평소 사람들로 북적대어 약간은 짜증스러웠던 인사동이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보인적이 또 있었을까 싶게 제법 멋스럽다.

세찬 빗방울에 흙먼지는 곱게 씻겨내려가
본래의 색을 내고있는 짙은 보도블럭!
가게앞에 올망졸망 줄지어있던 화초들도
역시 비로 깨끗이 씻겨져 파르르 떨고있는듯한 모습에
후덥지근한 느낌을 상큼하게 바꿔준다.
길가에 놓여있는 큼지막한 돌함지박에 연꽃, 옥잠화, 부평초가
멋스럽다 못해 우아해보이기까지 한다.
역시 오랜 세월 인사동길과 함께 해 온 늘씬늘씬한 나무들도
오늘보니 짙푸른 청녹색을 띄고 있는것이 마치 한폭의 그림같다.

걷기 힘들정도로 퍼붓는 비를 잠시 피할겸
2층의 어느 조그마한 수제비집으로 들어가 앉았다.
사각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장면같다.
열어놓은 창으로 들이치는 비를 샤워처럼 맞으며
구수한 수제비한그릇!
아~~~ 맛있다!!!

불과 몇시간전에 느꼈던 마음과는 달리
이전에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아니 보았지만 느끼지는 못했던 것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즐겼다.
그것도 오늘처럼 이렇게 내린 빗속에서.........


2004-07-18 23: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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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3
  • 앵두 2004-07-19 22:07:47

    하하하....
    댓글때문에 님들께 마음의 폐를 끼쳤군요.
    댓글이 없는것도 이상했지만
    왜 내 글에만 댓글란이 없을까? 아니 없어졌을까?
    몹시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 들꽃향기 2004-07-19 21:48:37

      사실 댓글을 달수가 없어서 걱정 했더랍니다.
      왜냐구요.
      앵두님께서 상심하실까봐서리~~~
      여린 가슴에 멍이 시이퍼렇게~~~~~
      그람 저도 가슴이 아프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
      사랑스럽습니다.
      앵두님! 앵두님!
      언제 일어로 유창하게 통화를 해야 하는데...히히히히
       

      • 산내음 2004-07-19 14:48:58

        어제밤 지도 댓글을 올렸는데 안뜨드군요
        어제 댓글내용 생각안난당 무지 좋은 내용이였는데
        아! 생각났다 시골의 저녁은 언제나 고요하고 적막하며
        그런 속에서 익숙해지면 고요도 적막도또한 나와 같이 있게 됩니다
         

        • 문사철시서화 2004-07-19 12:04:24

          날씨가 맨날 그래서인가,
          기분이 꿀꿀해선가,
          앵두 누님 생각이 많이 나던걸요.ㅎㅎ
          누님이란 존재처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저도 인사도 근처에 주마다 한번은 가는데...
          날 궃은 날 인사동에서 수제비 같이 드시지요.
          비오는 날의 인사동 풍경, 아주 잘 읽었습니다.
          역시 훌륭하신 누님이셔요~~~
           

          • 난초향 2004-07-19 10:51:07

            책도 더 많이 읽게 되고
            저자가 싸인한 책도 얻게 되고
            새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고
            영화도 새롭게 다가오고
            강연회도 자주 참석하게 되고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던 그림도 배우러 다니고
            비오는 날 사랑하는 이들과 인사동에서 수제비도 먹고
            눈물 콧불 흘릴줄도 알고...
             

            • 집토끼 2004-07-19 09:55:08

              비에 젖은 인사동 길 참 아름다웠죠.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더 좋았습니다.
               

              • 노래하는별 2004-07-19 08:24:07

                앵 두두두두~ 님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후환이 두려워서) 정말 긴장했습니다
                헤헤 안녕하시죠?!
                 

                • 지리산숨결 2004-07-19 00:51:59

                  지금 술 떨어졌는디.... 어쩐다~~~~~

                  만일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겨워 산다면
                  이는 그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만끽하고 있다는 증거
                  그러나 그 만끽에는 물적 변화가 거의 필연적인
                  그럼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게 되고
                  결국 지구는 많은 사람이 행복할수록 더욱 빨리 망하게 됨.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되기 때문...


                  헣헐~~~~ 이게 뭐야... 너 많이 췧징~~~~~~~
                   

                  • 앵두 2004-07-19 00:35:20

                    엉엉엉~~
                    숨결님 신내렸쥬?
                    어쩌면 그리 내마음을 잘 아는지....
                    숨결님 글읽고 코끝이 찡!했어요.
                    정말 인생을 간단하게 살아야하는데
                    전 매일 새끼줄을 꼬면서 살아요.
                    ㅜㅜ.....

                    실은 글 쓰면서도, 또 올리고나서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어요.
                    내 흥에 겨워 쓴 글이라서....
                    혹여 나이값못하는 철없는 글이 될까봐서...
                    그치만 그냥 말하고싶어서....

                    저 잘했죠?

                    그리고 짭짤헌 안주....라~~
                    한잔하고싶다!!!!!!!!!!!!!!!!!!!!!!!!!
                     

                    • 지리산숨결 2004-07-19 00:28:19

                      지는 어쩔수 없씨유...
                      그저 늘어지는 노래는 무조건 좋아해서요. ㅎㅎㅎ

                      앵두님! 글 정말 멋집니다.
                      글을 읽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 음....
                      뭐다라.... 하여간 멋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했습니다.

                      깊은 밤! 건강하시죠? 글구 행복하시구요?
                      만일 건강하시지 못하다고 생각되시면
                      제대로 드시고 운동하시면 되구요.
                      글구 행복하시지 않다고 생각되시면
                      인생이 원래 그렇고 그런거라 생각하시면 돼요.

                      넘 간단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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