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살균제 등 604종
맛·색깔등 ‘상품성’ 높이기용
회사원 김아무개(32)씨는 27일 점심 때 어묵두부국을 맛있게 먹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는 10여가지 화학물질을 함께 삼켰다. 어묵에는 방부제, 감미료, 살균제가 두부에는 살균제, 소포제, 강화제, 유화제가, 그리고 간장에는 방부제, 감미료, 소포제, 양조용첨가물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품첨가물은 모두 604종에 이른다. 여기엔 407종의 화학 합성품과 190종의 천연첨가물, 그리고 혼합제제가 들어있다. 양도 적지 않다. 식품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첨가물은 연간 국내출하량이 4만7천여t에 이르는 조미료 엘-글루타민산나트륨과 3만6천여t이 쓰인 인공감미료 디-소르비톨 등이다. 우리나라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선진국에서 사람들은 일인당 연간 6~7㎏의 식품첨가물을 섭취하고 있다.
조양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는 “식품첨가물은 식품을 제조·가공·보존하는데 부득이 사용되는 것”이라며 “오늘날 수많은 제품이 개발되는데 첨가물이 큰 기여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본래성분이 아닌 미량성분이면서 음식물을 통해 일생동안 섭취하기 때문에 인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선진국 1인당 연간 6~7kg…우리는 통계도 없어
한세대 지나야 ‘유해성’검증…“정보 투명화”목청
식품첨가물을 이루는 소량의 화학물질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는 오랜 논란거리다. 삭카린, 글루타민산나트륨, 아스파탐을 둘러싼 논쟁은 그런 예이다. 오유신 서울환경운동연합 벌레먹은 사과팀 간사는 “음식물로 인한 우리 몸의 반응이 한 세대를 지나고 나서야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성이 입증된 인공첨가물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생물의 번식을 막고 기름과 지방의 산패를 막기 위한 첨가제는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고 약 90%가 식품의 색깔과 맛, 외모, 질감 등 ‘화장’을 하기 위한 용도라는 지적도 있다.
식품첨가물 안전성 감시로 유명한 미국 공익과학센터는 “대부분의 첨가물은 안전하고 식품의 영양가치를 높이기도 한다”면서도 인공색소 등 일부 첨가제의 유해성을 경고했다(표 참조).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인정된 식품첨가물은 320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150종은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70종은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30종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어린이는 인공 색소와 향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간 과자나 케익, 청량음료 등을 많이 먹어 주목된다. 서울환경련이 조사한 결과 어린이가 즐기는 캔디, 젤리, 솜사탕 등에 표기된 합성착색료(인공색소)는 평균 4종이었다. 환경련은 “황색 4호 등 인공착색료는 소화효소 작용을 억제하고 간, 위에 장애를 일으키며 최근 발암성이 의심되고 있다”며 어린이 간식류에 대한 규제강화를 요구했다.
특히 향료는 국내에서만도 3천종 가까이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개별적인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식약청이 이들을 목록화하는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이달수 식약청 식품첨가물과장은 “내년부터는 외국의 것을 그대로 따른 사용기준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에 기초한 기준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품첨가물처럼 국민건강과 밀접한 분야에서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승환 경희대 법대 교수(통상학)는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하면 규제를 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