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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숨결님 미워!
아가동자 2004-08-13 23:10:36 | 조회: 5059
귀농 1년차 초보농부 아가동자가 날마다 논풀, 밭풀, 집마당풀, 풀풀풀... 씨름하다가 기력이 점차 소진하던차 '수도작의 날' 행사를 핑계삼아 풀과의 전쟁터에서 도망쳐 섬진강 시원한 물줄기 따라 하동으로 향했더랍니다.

대신 그 싸움은 혼자남은 동자아낙이 허리 휘도록 도맡았지요.

허리띠 졸라매고 소비를 줄이면 한달 37만원에 살 수 있다던 아가동자에게 속아(?) 휴대폰 없애고 보험 해약하고 시골로 들어온 동자아낙은 집수리에 경운기 구입에 예취기 하우스축사신축 병아리 입추에서 사료비까지 한달 250만원씩 들어가는 시골살림에 그만 덜컥 가슴이 내려앉더랍니다.

이러다가는 1년도 못가 신용불량자 대열에 드는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던 동자아낙, 마지막 안간힘으로 애교와 협박, 공갈까지 동원하여 그동안 아가동자가 관리하던 전세금과 기타 등등 푼돈까지 모두 호주머니에 꿰차게 되었지요.

그 다음부터는 수도꼭지 꽉! 입니다요.

아가동자 좋은 시절 다 갔지요. 돈 필요할 때마다 한푼 두푼 타 쓰고 남은 돈 동전까지 다 보고하고 반납해야 했습니다.

더위에 지친 아가동자 막걸리라도 한잔 사먹을라치면 맨날 돈... 돈... 돈타령하는 동자아낙에게 마침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습니다.

마지막 자존심으로 한마디 하지요.

그놈의 돈. 우리 닭 알만 낳으면 한번 두고봐라... 달걀 팔아서 번 돈은 다 내가 관리한다...

아가동자는 이렇게 산답니다. 맨날 맨날 닭장 둘러보면서, 부디 건강하게 자라서 예쁜 유정란을 낳아다오. 술이라도 한잔 먹으면 닭장에서 닭들에게 헛소리하고 동자아낙에게 핀잔이라도 들으면 고생하는 마누라에게 화내지 않으려고 그저 꾹참고 닭장으로 달려가 알 낳을 날을 헤아리며 희망을 키우는 소박한 젊은이랍니다.

어제부터 1박 2일로 수도작의 날 행사에 참석했지요.
참석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조촐하고도 깊은 이야기가 피가 되고 살이되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7만2천평을 짓는다는 소기남 선생님께 기죽기도 하고 자농 홈피 눈팅만으로도 충분히 고수임을 알 수 있던 소세마리님도 직접 뵙고... 그저 좋기만한 시간이었는데...

흑...(ㅠㅠ), 숨결님이 초를 치십니다.
수도작의 날에 왜 양계 얘기를 하시면서... 아니 그거야 고맙지요. 한마디라도 더 듣고 싶은데. 이 소박한 아가동자의 희망에 그만 송두리째 구멍을 내십니다그려.

우리같은 하우스 축사 환경에서는 산란율 조절하기가 힘들다... 개인 소매로 유정란 팔기는 무쟈게 힘들다... 그러다가 마음의 평화가 깨진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축산 때려 치워라...


... 이렇게 힘들다 시리즈로 나가더니 /// 아가동자 새침해서 한마디 했지요. 그라믄 어쩐답니까 지금 이렇게 투자해서 다음다음달이면 알 나올텐데...

뭐라는 줄 아십니까?

"그거 다 잡아먹어요..."

헉!

이러지 마세요. 저 술한잔 더 묵으면 기냥 울어버릴랍니다.

벌써부터 고민 시작했습니다. 하우스에 천창을 만들까, 환기통을 달까, 10년만의 무더위라는 이번 여름도 잘 견뎠는데 뭐... 아파트단지 전단지 들고 뛰어다니면 다 팔수 있을까...

으와... 무쟈게 머리 복잡해집니다.

동자아낙에게 당할때마다 마지막 자존심으로 '우리 닭 알만 낳으면 보자'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우짜란 말입니까.

예전 귀농했을때 "환상적인 양계 어쩌구 저쩌구..." 했던 숨결님, 이제와서 이러시면 우짭니까 기본연찬할때 꼭 양계를 권하신다는 조회장님. 저는 우짭니까?

수도작의 날 행사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동자아낙이 전화 했드만요. 올때 김밥 좀 사오라고... 갑자기 왠 김밥이냐고 했더니 아침부터 점심까지 내리 굶었답니다.


"아니 왜요???"
"자기가 없으니까 밥 맛이 없어서 안 먹었어요. 김밥 사서 빨리 오세요. 보고 싶어요"
"흐미... "

숨결님이 아무리 협박하고 구박해도 전 이 맛에 살랍니다.

그래도 우리닭들은 잘 크고 있고 오늘도 돌아오자마자 닭장에서 맛있는 구더기 섞어 우리 닭들 밥주고 한참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다음다음주에는 거금 들여서 또 양계전문연찬 받으로 괴산 갈랍니다.

힘 좀 주세요. 착한 동자 마누라에게 기 좀 펴고 살게라우...
2004-08-13 23: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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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0
  • 지리산숨결 2004-08-17 10:26:26

    근거가 없으니
    낙관주의자가 되죠.
    근거를 따지면 우리가 하는일 그 자체가 비관적입니다. ㅎㅎㅎ
     

    • 구름나그네 2004-08-16 19:54:57

      늘푸른유성님! 감동적입니다.
      자기 얘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기가 쉽지 않은데...
      솔직하고 담담하게 또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가동자님! 힘이 넘쳐나신다니 좋습니다. 화이팅!
       

      • 늘푸른유성 2004-08-15 22:52:04

        보기 좋습니다. 이제 열심히 하는일만 남았네요.  

        • 아가동자 2004-08-15 22:13:56

          흐미... 이렇게 힘들 주시니 어찌할바를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실은 제가 항상 힘에 넘쳐 삽니다요. 제 마나님은 절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합니다. 예전에 한 친구가 저보고 했던 말인데 그게 딱 맞다나요? 열쒸미 살겠습니다. 지화자~~~  

          • 늘푸른유성 2004-08-15 19:32:32

            예날 생각이 나네요. 남편이 진흥청에 취직이 됐는데도 저는 떨어 지기 싫어서 못가게 하고 큰 아주버님과 양봉을 했었습니다. 몇년 고생만 하고 돈은 한푼도 못 만져 봤습니다. 그땐, 신혼때라 지금은 추억 이라고 하지만 우리 엄마 까지 울릴 만큼 힘들었었습니다 .결국은 엄마네 집에 들어 와서 농사 짓고 ....그도 7년 동안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아이들도 동네에서 거지처럼 큰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집도 졌고 땅도 조금 사고 아이들도 너무너무 착하게 자라서 정말 행복 이란걸 느끼며 삽니다. 제가 아가 동자님네 사정을 잘 모르지만 저는 농사와 장사를 병행 하고 있습니다.저 한테는 그 길이 최선 이었습니다.참고 하시고 힘내세요.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부지런하면 모든것이 쉽게 풀립니다.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 구름나그네 2004-08-14 11:50:08

              아가동자님! 화이팅! 어딘가 길이 뚫릴 것입니다.  

              • 임흥제 2004-08-14 11:26:18

                힘내세요... 그리고 달걀을 파는 문제는. 자연농업이 친환경매장에 납품을 하고 있으니까... 함 문의해 봄직할 듯 싶습니다. 유통본부장님께 상의 바랍니다. 연락처는 지금은 모릅니다. 집에 전화번호 적어놓은 것은 있는데... ^^;  

                • 노래하는별 2004-08-14 09:43:22

                  아가동자님 선한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 산중 2004-08-14 08:17:19

                    귀농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 잘 듣고 많은 동감이 갑니다.

                    어렵드라도 두분이 오손 도손 살아가시니 잘 될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부탁 드립니다.
                    귀농인들이 점차 늘어가는데 별도움을 드리지못하고있습니다.
                    아가동자님이 선배로서 많은 도움주세요.

                    !!뜻이있는 곳에 길이있다!!
                     

                    • 지리산숨결 2004-08-13 23:38:02

                      그래요.
                      지송하구만요.
                      지는 장기적으로 동자님의 안위를 위해서 말씀드린긴데....
                      글구 집이 제대로, 환경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는게
                      근본이기에 근본이 문제가 있으면 안된다는 얘기 였지요.

                      그래요. 한번 해보세요.
                      근데 이번 닭이 알낳고
                      끝낼때 끝내시면 좋겠네요. ㅠㅠㅠ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동자님 닭장에서 모습이 선합니다.
                      지도 귀농해서 산란계, 육계부터 했잖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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