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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벌곡
강변연가 2004-08-17 12:18:17 | 조회: 4646
둘째 남동생이 태워다 준 그 곳.
양촌으로 통하는 길 공사가 진행중이고
영주사가 자리 잡고있는 대둔산 줄기 한 쪽.
두충나무가 심겨진 오백평을 제하고라도
천 오백평이 넘게 방치되어있었다.

일주일전에 트랙터 기사에게 전화로 부탁을 했다는데
어찌나 풀이 무성했던지 온통 밭엔 잡초투성이다.
복합 비료 일곱푸대를 가져갔다.
반푸대씩 옆구리에 끼고 면장갑을 낀채 골고루 뿌렸지.
내가 안하면 엄마가 해야하니 없던 기운도 절로난다.
두 푸대를 뿌리고나니 이마에 두른 손수건에선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눈으로도 들어간다.
그래도 전 날 내린 비로 공기가 얼마나 시원해졌는가.

난 비료 뿌리고 내 엄만 붕사랑 살충제 뿌리고
그 뒤로 트랙터가 다시 한번 밭을 갈고 고랑을 타는데
잡초가 걸려서 이랑을 만들수가 없다나.
그래도 거길 갈 새가 없으니 간 김에 무는 꼭 심어야한다.
복숭아 하나 건네주며 부탁을 하니 마지못해 이랑을 만들어주고갔는데
연장으로 다시 이랑을 만들며 무를 심어야할 지경이다.

처음엔 오센티쯤 간격으로 씨를 하나씩 넣으며 흙을 덮었지.
그게 아주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야.
오후 다섯시가 넘고 여섯시가 되면서는 포기했다.
그냥 주욱 작은 골을 타고 씨앗을 솔솔 뿌려야지
그걸 하는데만도 시간은 자꾸간다.
동생은 모임있는 날이라고 일찍 데리러 온댔는데........
갑자기 엄마가 주저 앉으며 손가락이 돌아간다고한다.
과도하게 일을 해서 기력이 달려서 그렇겠지.
손가락을 펴며 주물러주는데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

온종일 풀풀 흙먼지 일으키며 지나는 차들.
그네들은 무슨 복이 그리 많아 희희낙낙 놀러다니고
울엄만 전생에 지은 업장 무에 그리 많아
자식들 그리 많이 두고도 이렇게 고생하는가.
"너한테 미안하다."
"왜 엄마?"
"이렇게 땡볕에 일하게 만들고 ......엄마 죄가 크다."
"엄마~절대 그런 소리 말아요.같이 하니 좋은걸."
"그래도 그 얼굴 다 끄슬리고......."
"아직 다들 이쁘다고 하니까 걱정 마."

동생은 도착해서 새벽에 축구보느라 잠 못잤다며 내려오질 않는다.
"동생아.엄마 손가락이 돌아가며 일하신다.조금 남았으니까 내려와서 도와줄래?"
잠시 후 탁!소리가 나며 내려오더니 묵묵히 연장을 들고 흙을 덮는다.
난 작은 이랑을 타고 엄만 씨앗을 뿌리고 동생은 덮고.......
야채가 자라나도 걱정이다.
무라는 놈은 잘 솎아줘야 뿌리가 틈실하게 자라 상품성이 높은데
그 먼거리를 태우고 올 인간이 없는거다.

집에까진 잘 왔는데 차에서 내리며 엄마가 허리를 못펴신다.
기어가듯 방에 들어가 아버지랑 조카애랑 매달려 주무르는걸 보며
머릿속으로 답이 안나와 답답하고 먹먹하다.
부항을 붙이고 파스를 바르고 야단을 떠니 일어나 식사는 하시네.
다음날 장에 어떻게 나가냐며 걱정하는걸 들으며
도저히 거기선 잠을 못 잘것 같애서 여동생네로 올라갔다.

어차피 월요장엘 가야하니
초상집에서 술 마신 실랑 굳이 부를 이유가 없지.
시댁 조카애들 둘이 와서 가뜩이나 머스마만 셋인 동생네.
제부까지 고추가 여섯이 바글거리고 있네.
아유~모르겠다.
아이들 방에 있는 그 집 유일의 침대.
얼른 차지하고 잠들어버렸다.
2004-08-17 12: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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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0
  • 강변연가 2004-08-19 15:00:31

    여긴 태풍피해랄것도 없는걸요.충청도는 원래 태풍이 잘 피해가잖아요.  

    • 구름나그네 2004-08-18 00:14:37

      잘 계십니더. 엊저녁에 지가 과음한 탓에 오늘은 행사에도 얼굴
      못내밀었심더. 해서 늘푸른님의 실랑님 노래 솜씨를 못보았지요.
      지금 이곳은 비가 내리고 있심더. 그래서 실내에서 파티를 하고 있죠.
      비가 안오면 대개는 가든파티를 하곤 했죠. 태풍이 온다카는데
      강변연가님네도 잘 대비허십시오. 피해 없으시기를...
       

      • 강변연가 2004-08-17 22:43:03

        음~굉장한 도력까지야~~여기서 쪼끔 저기서 쪼끔 귀동냥 눈동냥으로 하지요.그나저나 늘푸른 유성네 가족은 잘 놀고 있나요?늘푸른유성실랑(울제부)노래 실력 가수 뺨 치는데요.한번 들어보세요.  

        • 노래하는별 2004-08-17 20:00:31

          다버자님 안녕하십니까
          자주좀 놀러오시죠!
           

          • 다버리자!! 2004-08-17 19:57:40

            웅..
            제가 잘은 모르는 분이시지만..
            따스한 맘과 천진난만한 맘을 가지고 계신 분인 것 같습니다..
             

            • 지리산숨결 2004-08-17 17:26:17

              음.....
              고추들... 침대,,,,, 숙면~~~~~
              굉장한 도력이 필요할듯!!!! ㅋㅋㅋ
               

              • 강변연가 2004-08-17 15:46:22

                네에~같이 가자고했어도 저는 못가요.큰애가 양구에서 군생활을 하는데 오늘 포상휴가 나왔거든요.서울서 즈이 동생이랑 하룻밤 자고 내일 올거에요.내일은 엄마 장사 도와주는 날이기도 하구요.예초기로 풀을 베어줄 사람이 없다는게 문젭니다.친정 농사는 엄마 혼자만 지어요.논농사는 늘푸른네가 짓기로했지요 올부터.저야 손바닥만한 밭에 고추랑 흑임자 심었으니까 가서 일 보아드릴수있는거고요.음~그나저나 괘씸타~언니한텐 말한마디 안 꺼내고....  

                • 구름나그네 2004-08-17 15:30:43

                  강변연가님의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오늘 늘푸른유성님도 내외분이 어머님을 모시고 막내와 함께 이곳에
                  오셨습니다. 점심후 쌍계사 가셨는데, 아마도 오늘 이곳 자농에서
                  묵으실 것 같습니다. 늘푸른유성님의 부군께서 오늘 이곳에서 진행되는
                  경기도 지역 배작목반 행사에 관심을 크게 갖고 계신 것으로 미루어...
                  낮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입장이라 이곳 주변을 안내 못해드린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몹씨.
                   

                  • 임흥제 2004-08-17 13:58:39

                    풀이나 짚이 많아 로타리작업이나 두둑작업이 불가능할 때는... 예초기를 이용해 보세요... 단순히 풀베고 끝내는게 아니라. 베어서 쓰러진 놈을 또 베어서 분쇄하면, 로타리발통에 끼여서 기계를 멈추는 일이 없어집니다. 올 봄에 보리타작후 논일 할때 보리짚이 무릅까지 있어서 고생했더랬습니다.  

                    • 노래하는별 2004-08-17 12:52:04

                      강변연가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님과 어머님 가족분들의 노력이 보람으로 영글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구요 푸른유성님과 가족분들 지금 여기 계시지용.
                      깜짝 놀라실 거라구 그러시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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