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 누나야
풀밭속의 오미자양을 구출하라
지난 주말 이틀동안 잡초들과의 한판 대결을 벌였답니다.
집짓기에 정신팔린 동안
무섭게 자란 잡초들이 오미자 밭을 점령하고
오미자들의 구원을 요청하는 구출신호에
더이상 미룰 여지가 없었답니다.
동네 할머니 세분의 일손을 빌리고
집사람과 막사발 다섯명의 전사들이
일본도보다 날이 예리한 풀낮과
예초기로 무장하고 "뭉치면 산다" 라는
구호로 무장한 잡초들과 대결을 시작했습니다.
600평 너른 오미자 밭을 잡초들이 가득메워
오미자 밭이 아니라 풀밭 그 자체로만 보이다가
요란한 예초기 소리와 동시에
질기고 억센 잡초들이 베어져 나가면서
풀 숲속의 오미자들이 모습을 드러 냅니다.
막사발이 선두에서 오미자 밭이랑 중앙을 공략하면
뒤이어 아주머니들이 오미자 주변의 잡초들을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탱크가 앞장서면 보병들이 뒤따라 오면서
잔당들을 소탕하는 작전입니다.
밤새 구상한 작전계획이 멋지게 성공하는 듯하다가
예초기의 고장으로 낮으로만 작전을 수행하니
적들의 반격이 거세어 예초기를 긴급히 후송하여
수리를 하느라 작전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현대전은 장비전입니다
소수의 병사로 대군을 맞아 싸우려면 장비가 좋아야 하며
장비의 운용능력도 탁월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한 길이 넘은 잡초더미속에서 낮으로 베어보면
풀들과 벌레 뱀들이 합동으로 반격을 합니다만
예초기 앞에서는 힘없이 쓰러집니다.
오미자도 구출하고
밭이랑사이에 심었던 벌나무도 살려내었습니다.
간에 좋은 나무라고 지난 봄에 비싼 값으로 묘목을 심고
시간이 없어 방치해 두다보니 키작고 어린 묘목은 거의 비명횡사하고
게 중에 몇몇 덩치가 좀 있는 놈들은 살아 있었습니다.
심는 것도 좋지만 사후관리가 엄청 중요합니다.
없는 시간에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올해 나무농사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고맙게도 살아서 버텨준 이 놈은 그중 튼튼한 놈입니다.
이틀 연속으로 예초기를 쓰다보니
기계의 진동과 소음으로 팔다리가 저리고 귀도 멍멍합니다.
그 많던 풀더미를 제거하고 흐믓한 마음으로 오미자 밭을 둘러 보니
아름다운 오미자 덩쿨이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폅니다.
작년에 심은 오미자들이 게으른 주인을 원망도 않고
이많큼 잘 자라 주었습니다.
올해 덩쿨이 많이 올라가야
내년에는 붉은 오미자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미자 구출 다음은 우리콩 구출작전입니다.
오미자 작업을 하고 남는 짜투리 시간에 일부 콩들을 구출했으나
굿골 너른 콩밭의 잡초들과도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합니다.
힘들게 풀 벨것 없이 제초제 몇번만 치면 된다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성화를 합니다만
자연농을 향한 막사발의 소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콩밭의 잡초는 또 어떤 작전으로 제거해야 할까요
콩밭에 출몰하는 노루와 토끼를 막을 작전도 세워야 합니다.
힘은 들어도 몸쓰는 일을 마치면 기분은 늘 좋습니다.
2004. 8. 30
언제나 생태마을을 꿈꾸는 ...
막사발
http://cafe.daum.net/ecovilmaksa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