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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바다를 잃어버린 망해사(望海寺)에서…
파르 티잔 2004-09-01 11:40:12 | 조회: 4868


바다를 잃어버린 망해사(望海寺)에서…





망해사에서 본 황해 멀리 하얀 파도가 그은 줄이보인다.



민들레가 찾아 온다고 했습니다.

바람이 무척이나 거세게 불었습니다.

태풍은 멀리 뜨거운 열대 지방에서 여기까지 찾아옵니다.

그러고 보니 태풍도 참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군요.

많은 비를 뿌리면서 바람을 몰고 위풍당당하게 찾아오던 민들레는 자기 이름의 고향 중심까지 찾아오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고향의 따뜻한 품에서 녹아버린 것일까요?

하지만 태풍이 사라진 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미련처럼 바람이 불고 있네요.



지난 토요일 비도 많고 바람도 많았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던 그날 고향을 찾았습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태풍처럼 망해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망해사는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에 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절입니다.



김제는 전국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전주의 서쪽에 위치한 김제는 징게망게(김제만경) 평야가 한 없이 펼쳐져 있어 예부터 쌀을 주로 생산 하던 말 그대로 곡창지대입니다.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던 김정호가 전국 산천을 돌아다니면서 “아 이렇게 산만 있으니 조선백성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구나” 하고 한탄 하다가 징게망게 평야에 와서 그 넓은 뜰을 보고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고 합니다.

“아~~ 조선에 이런 넓은 뜰이 있어 조선백성들이 굶어 죽지는 않는 구나”하고 말입니다.

김제의 옛 이름은 백골군(碧骨郡)으로 벼의 고을이라는 뜻입니다.

그 만큼 벼농사가 활발한 곳이었습니다.

이미 김제는 1931년에 읍으로 승격 되었지만 개발을 최우선을 삶고 농촌을 홀대하는 정책으로 인해 1950년대 이후 자꾸만 야위어가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조정래님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처음 시작하는 동네 “내촌”은 우리 동네 앞 동네입니다.

내촌은 그저 걸어서 가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 사람들의 농장이 많았던 곳입니다.

이 곳은 식민지 시대의 식량 수탈의 대명사이기도 했습니다.

전군간 벚꽃 도로에서 열리는 전주군산간 마라톤 대회는 일제가 식량수탈을 위해서 만든 신작로에서 펼쳐지는 대회입니다.

일제 시대에 굶주린 조선민중이 땅속에 묻어 논 쌀 한 톨까지 수탈해서 일본에 보내기 위해 군산의 선창까지 실어 나르던 조선민중의 눈물과 굶주림과 비통함이 일제의 희희 낙낙함이 교차하던 바로 그 길입니다.

그 길에 한일합방기념으로 심은 것이 바로 100리 벚꽃 길입니다.

아픔의 역사 위에 찬란하게 피어난 것이 일본의 상징 벚꽃이지요.

그 꽃의 아름다움이야 무슨 죄가 이겠냐 마는 그 길을 달리는 일본인이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 그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대회라고 해야 할까요.

이 나라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 나라의 역사에 대한 가벼움이란…



김제 광활면에서 바라본 지평선...



낙조가 위명한 망해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작은 절입니다.

그 넓은 징게망게 평야에 끝자락에 작게 솟아있는 진봉산 해안 절벽에 세워진 절입니다.



민들레가 몰 고온 빗줄기가 간간히 뿌려대던 일요일 오후..

가족들과 망해사를 찾았습니다.

망해사는 한국에 하나 밖에 없는 절경을 가진 절입니다.

그것은 "지평선과 수평선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망해사 뒤로는 징게망게 평야가 한 없이 푸른 지평선을 그립니다.

그리고 앞을 보면 멀리 고군산 군도와 황해바다의 수평선이 보이는 것이죠.



어제 오후는 만조시간이라 망해서 바로 밑까지 붉은 바닷물이 가득했습니다.

비오는 날 절은 찾은 사람들은 바다에 길게 그어진 하얀 포말이 이어진 현상을 보고 제각기 한 마디씩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줄은 하얀색 바닷물 거품이 만든 줄이었습니다.

작은 파도죠.

그 파도는 이상하게 망해사에서 약 100미터 앞에서 길게 해안가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 길이는 헤아릴 수가 없이 길게 이어져 있더군요.

누구는 밀물과 썰물이 만나서 그런다 하고 누구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서 그런다고도 합니다.

누구는 바다에 경계표시를 하늘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하지만 저도 그 이유와 까닭은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이 바다가 곧 사라진다는 것이죠.

망해사는 불행하게도 망해사라는 이름을 더는 가질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의해 심포 앞바다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심포는 김제 평야만큼이나 그 넓이가 넓기로 유명한 개펄이 있는 곳입니다.

예전에 돈머리라고 불렸을 정도로 황금어장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2004년으로 포구의 운명을 마감하는 슬픈 항구입니다.

개펄이 만들어지는 데는8000년의 역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8000년의 긴 세 월 동안 만들어진 소중한 개펄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 넓은 개펄이 죽어가는 것이지요.

인간이 먹기 위한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미 육지의 농토도 휴경지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니 그 슬픔은 배가 됩니다.

망해사에서 바라보던 그 황홀한 일몰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망해사에 함께 온 조카는 이제3살입니다.

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다시 여기에 찾아 온다면 그때는 그 망해사 앞은 멋진 바다가 아니라 농토가 있겠죠.



수출에 발목을 잡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대한민국의 농업의 새로운 장이라는 열어 나갈 것처럼 시작된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전북도민들에게는 그저 개발에서 소외 받은 역사에 보상처럼 느껴지는 사업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국책사업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것이었겠죠.

이제까지 소외감을 떨어 버릴 수 있는 사업 …

정치인들도 그것을 원했던 것이겠죠.

어린 시절 저도 그랬고 동네 어른들도 그랬습니다.

개발이 최고인 세상에 살다 보니 개발에 소외된 것이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허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독을 안겨주는 사업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심포항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 포구에 이름을 잃어 버립니다.

바다가 사라지니 포구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심포 바다가 사라지니 민물과 썰물이 만나던 만경강과 동진강의 회귀성 물고기와 그 많던 백합과 반지락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서 만들었던 황금어장이 죽어가는 것이지요.



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발독재로 인해 제2의 시화호 사건이라고 일컬어지는 새만금 간척 사업은 인간의 개발 욕망의 포펀먼스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아직 심포 앞바다 개펄은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썰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인 반지락과 대합을 캐기 위해 개펄로 나갑니다.

대합도 많이 있고 게도 많고 망둥어 많은 살아있는 개펄이지만 곧 그들의 시체가 나뒹구는 죽음의 바다가 되겠죠.

가끔 개펄 생태체험을 위해 고사리 손들이 찾아오지만 그것도 그 아이들에게 그저 확인 할 길 없는 추억의 장소로 사라지겠죠?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백제시대에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던 망해사의 풍경은 개발에 의해 앞에도 지평선 뒤에도 지평선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바다를 잃어버린 망해사의 이름은 이제 무엇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아이가 자라서 여기에 오면 오래된 역사처럼 과거에 여기 앞에는 바다였단다.. 이렇게 말해야겠죠.

나에게는 너무 멋있던 망해사는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새 만금이 가져다 준 행복이죠……

우리는 지금 개발과 성장의 홍수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미 속도가 붙은 초음속 비행기처럼 개발과 성장의 속도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질주 합니다.

개발과 성장이 모든 평가의 기준이 됩니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듯이 인간은 환경을 지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이 보여주듯이 자연을 인간은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 할 것이라는 거짓된 욕망을 포기해야 합니다.

뛰어난 시설의 병원과 의사가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잠시 동안 연장 할 수는 있지만 죽음 자체를 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



자연을 존경하던 조상들이 모시던 당산나무의 오색



인간은 유한한 존재입니다.

자연의 순환을 역행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며 그저 어울리면 살아야 할 함께하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이제라도 개발을 멈추고 자연과 어울리면 살아야 합니다.

차라리 농지가 필요 하다면 바다를 메우지 말고 버려진 휴경지를 살려야 합니다.



조용히 잠든 조카의 얼굴을 보니 자꾸 슬퍼집니다.

이 아이에게 길은 오직 콘크리트의 검은 아스팔트가 전부겠죠?

도시에 고층 아파트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자연은 그저 가끔씩 찾아가는 레저 스포츠의 장소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산을 찾지 않으면 흙을 밟은 수 없는 세상에서 이 아이가 느끼며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이 아이가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이 두렵습니다.



이제 지나 버린 여름에 쓴 글입니다.

망해사에서 죽을때까지 바다를 보고 싶은 파르티잔 조태용

2004-09-01 11: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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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5
  • 문사철시서화 2004-09-02 00:00:53

    한 지향점을 향해 힘을 합할
    길동무를 만났다는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느낌, 좋습니다~~
     

    • 구름나그네 2004-09-01 18:56:12

      望海寺가 더이상 바다를 바라볼 수 없게 된 현실이 아프군요.
      죽을 때까지 望海寺가 바라보는 바다를 그리워하는 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바다가 늘 바라다보이는 언덕에서 나서 자랐거든요.
       

      • 지리산숨결 2004-09-01 17:04:30

        잘받고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의기투합할 수 있는 멋진일을 만들었으면 하는데....
        좋은 기회가 생기면 큐사인을 보내죠.

        다이나믹한 액션을 취할때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흠... 긴장!!!
         

        • 파르 티잔 2004-09-01 14:03:37

          "이미 인간이 물질을 소유하는것이 아닌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된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가슴 아픈 지적이네요.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겠죠..
          희망은 항상 꿈꾸는 자의 것이니까요..^^**
           

          • 노래하는별 2004-09-01 13:35:16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백인들에게 정복당한 인디언들의 이야기입니다
            현명한 세계관의 소유자였던 인디언들이
            어떻게 물질문명에 스러져 갔는지에 대한 아픈 이야기들이
            인디언의 육성으로 씌어진 책입니다
            많은 인디언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데
            그중 한 인디언이 그럽니다

            "이제 인디언의 시대는 갔다
            자연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듯이 인간세계에도 흐름이 있다
            이제는 백인의 시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픔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그 인디언의 말이
            저는 체념으로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인간이 물질을 소유하는것이 아닌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된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그 흐름을 어찌 해보겠다는 순진한 희망을
            현실의 이름으로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망가져가는 자연, 멸종되는 동,식물들...
            그속에 인간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그 흐름 자체를
            어찌하기는 늦지않았나 하는것이 저의 짧은 생각입니다

            다만 그 흐름속에서 지킬것을 지키고 누릴 것을 누리면서
            곱고 행복하게 사는것이 최선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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