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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벌초와 산초
강변연가 2004-09-05 20:34:19 | 조회: 4259
모처럼 쉬는 일요일.
새벽엔 밤을 주워다놓았고
꽃바람여인을 부른 가수 조승구의 어머니도
백중기도 빼먹었더니 찜찜하다며 다녀갔고
밀렸던 단잠도 두어시간 넉넉히 정신을 놓고 즐겼다.

며칠전부터 울엄니랑 약속했던대로
오늘은 울엄니의 친정엄마 묘지 벌초를 해야한다.
울실랑에게 외할머닌 아니니 그냥 울엄니 친정엄마다.
다 죽고 하나 남은 남동생은 서울에서 버스 기사를 하다가
직장암에 걸려 지금은 퇴직을 하고 쉬는 중인데
매년 명절전에 한번씩 다녀가고,
당신의 누이이자 울엄니 생신 날은 온식구가 다녀간다.

같이 사는 생색을 낸다기보다
같이 사는 인정으로 매년 벌초를 하는데
그때마다 울엄니 맛난것 사먹으라며 만원을 내민다.
어떨땐 그냥 재미로 받고 어떨 땐 성질을 부리며 안받고
오늘은 그냥 노인네 두고 쓰라며 안받는다.

가까이 있는 그 산의 그 묘지를
무서워서 혼자 못 가는가.
부득부득 같이 가자 우긴다.
"칡꽃 따러 가자~응?"
칡꽃은 무슨 칡꽃.
산초나 따야겠다.
며칠전에 산초를 땄는데 양이 별로 안된다.
새가 다 따먹고 남은게 별로없으니까.

나무들 사이에서 자란 산초나무는
휘어잡아 당겨내리면 잘도 휜다.
꽃이 한꺼번에 피었다 열매를 맺는게 아니어서
제법 많은 양의 산초열매를 딸 수 있었다.
작은 나무일 수록 가시가 독하고 큰 나무는 가시가 적고 별로 없다.
찔레나무는 왜그리 많이도 벋어서 그렇게 잡아당기는지.......

그 묘지의 주인인 울엄니 친정엄마는
그런 딸을 낳았다고는 믿기지 않을정도로
어찌나 음전하고 조용한 분인지 두고두고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울엄닌 기운이 남자보다 더 세고 완력도 세고 독하긴 말도 못하고......음~)
하긴 그래도 인정이 많이 있는 양반이긴 하지.

벌초를 끝내고 오니
명태 한마리 두들겨 피워서 뜯어놓고
"수고했으니 술 한 잔 하게."하시는데
내야 그 술이랑은 인연이 없으니.......

그나저나 그 곳 벌초까지 끝내놓으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다.
2004-09-05 20: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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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강변연가 2004-09-07 13:53:36

    벌초하러 갓다 산초 열매 따면서 벌레에 물렸는지 가시에 찔렸는지 온통 가려워서 긁적긁적~물론 속이야 후련하지요.방금전까지도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 나더니 지금은 조용하네요.비가 오기 시작했거든요.  

    • 구름나그네 2004-09-06 19:57:32

      벌써 벌초를 끝내신 강변연가님! 홀가분허시겠습니다...  

      • 지리산숨결 2004-09-06 11:11:19

        무지 오랜만에 장인 장모님 만나뵈러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야들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한잔 올리그라..
        하늘나라서 더욱 행복하시라구 절도 한번 올리자.."

        결혼하기전 이미 장모님을 돌아가셨고
        여기 내려오는 해 장인도 병환으로 돌아시고..
        그렇게 어려운 삶을 사시다 가셨죠.

        넘 죄스러워 함 다녀왔는데...
         

        • 노래하는별 2004-09-06 11:03:03

          저의 아버님은 월남하셔서 친할아버지 할머님의 생존을
          확인할 수 없지만 연세를 가늠해볼때 돌아가시지 않았을까하고
          명절때 잠깐 차례를 올리구요
          외할아버지는 워낙에 일찍 돌아가셨구 기억에 남는분은
          외할머니 한분인데 저는 할머니 무덤에 가본적이 별로 없네요
          그래도 때가 되면 어머니하고 오빠들은 다녀오는데...
          시간이 지나 손자, 증손자, 증증손자... 그렇게 내려가면
          할머니 무덤은 어떻게될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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