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우리가 산 속으로 들어가 수도하는 것은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별견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그들과 관계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굿골 큰밭으로 가는 길목에 제법 큰 개울이 있답니다.
새목양지 전체의 골짝물이 이 개울로 모여
하류로 내려 가는 평소에도 물이 제법 많은 개울입니다.
한여름에도 이 개울 속은 냉장고 속처럼 서늘하여
피서를 하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나
굿골 밭으로 가는 길목이라 통행에는 큰 장애물입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잡초와 잡목으로 우거진 밭이
토질이 너무나 좋고 큰 밭이라 그냥 놀려 두기에는 아까워
거금을 들여 길을 닦고 개간을 했다가
개간하는 그해 여름 루사가 와서 길을 끊어 놓고
이듬 해에는 매미기 와서 그나마 남은 길마져
뭉개어 없엣답니다.
올해 다시 1000 미리 대형 강관을 묻어
길을 복원하고 밭을 개간하여 콩을 심었더니
다차가 몰고온 엄청난 비구름이 뿌린 비로
개울이 넘쳐 끊어 질 번 했습니다.
길을 만들고 즉시 시멘트로 포장을 했어야 하나
귀틀집 짓느라 차일 피일 늦어져
지난 주 목요일부터 무너진 길 복원공사를 하고
강관 주변으로 시멘트 덧 쒸우기 공사를 했습니다.
평소에는 강관으로 물이 흐르다가
큰 비가 오면 길위로 물이 넘쳐 흐르는
잠수교 형태로 길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웬만한 태풍에는 끄떡없을 듯하나
루사 이상의 큰 비가 오면 어떨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청개구리 신세는 면한 듯 합니다.
어느 마을에나 처음가면 텃세가 있으며
살러 들어오는 이방인들은 텃세를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마을 올라가는 산길의 산주가
마을 길 넓히는 작업으로 본인들 조상 산소축대가 무너졌다며
막사발더러 축대를 쌓아 달라고 여러번 채근을 했답니다.
축대를 쌓아주지 않으면 길을 못다니게 하겠다는 겁니다.
막사발이 처음 이 마을에 올 때 이미 축대는 무녀져 있었음에도
무너진 길 복원하고 다니기 시작하니 요구할 당사자가 생긴 것이지요
토요일 오전까지 잠수교 공사를 하고
오후에는 시끄럽지 않으려고 축대를 쌓아 주었습니다.
그런대 굴삭기 기사가 돌을 다룰 줄 모르는 친구라
산소 밑에 돌만 옮겨 주고 공사 감독인 막사발더러
축대를 쌓으라는 겁니다.
굴삭기로 움직일 수 있는 바위수준의 돌을
죽을 힘을 다해 자리를 잡아 앉혀가며 축대를 쌓았습니다.
팔자에 남의 조상 산소를 쌓는 업도 있었나 봅니다.
축대공사 중에 경수씨가 와서 거들어 주었기에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후 내내 축대를 쌓고 비석처럼 생긴 긴 돌이 있기에
이왕에 해주는 일, 비석까지 세워주는 서비스를 했습니다.
앞으로 이 길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맘 편히 다닐 수 있겠지요
2004. 9. 7
언제나 생태마을을 꿈꾸는 ....
막사발
http://cafe.daum.net/ecovilmaksa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