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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동짓달 초 열흘
강변연가 2004-09-30 11:35:59 | 조회: 4465
오늘도 울엄닌 밥 먹으란 소리 할 때까지
마냥 깊은 잠에 빠져 이불을 돌돌말고 있대.
아랫집 현동이 마누라가 와서 해주는 염색은
이젠 머리카락이 자라버려서 끄트머리만 까맣다.
"저승사자가 왔다가 아직 때가 안됐다고 도망가게 염색하는겨."
글쎄........
난 노인은 나이에 걸맞게 하얀 머리카락을 갖고 있어야
그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는 쪽이어서
염색을 해줘야겠단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다.

"저이 올해 보내기 어렵겠다."
뜬금없이 말씀하시는 아버님.
"누구요?"
"아~방에 있는 저 양반."
"아유~아버님 날짜 받아놓으셨다잖아요.
동짓달 초열흘날엔 아무데도 가지말고 지켜달라는데요."
"그건 헛 소리고 아무튼지간에 올 넘기기 어렵겠다."
"아버님~엄니는요.몸에 좋다는 부자같은걸 많이 드셔서
그렇게 쉬이 못가세요."
그러고 아버님은 큰댁어머님께로 가셨다.

밥맛이 도저히 안난다는 엄니.
밥을 끓여달라기에 끓여드렸더니
그걸 한수저 입에 넣더니 우물우물거리다 뱉어놓는다.
그것도 넘기기 싫다나.
"엄니~그렇게 안먹으면 정말 동짓달 초열흘이 되기도전에 갈려고그래?"
"동짓달 초열흘은 무슨 초열흘.헛신 본겨."
드디어 울엄니입에서 부정하는 말이 나온다.
"그러게 어디 가지말고 지키란 말 이젠 하지마.가긴 어딜 간다고 그랴."

안아픈데가 없다기에 병원에 다녀오시랬더니
그냥 귀찮다고 내일 가신단다.
울엄닌 꼭 그러시더라.
내가 장날 바쁜거 번연히 아시면서
꼭 장날만 나가려고 그러신다.

동짓달 초열흘이 언젠가 달력을 열고보니
양력으로 12월21일이네.
그날은 전민동 장날이구나.
이 넓은 집에 아직은 노인네가 더 지키고 있어야되는데
정말 그날이 와서 훌쩍 가시면 어쩌나.
괜한 걱정에 잠시 울적해진다.
2004-09-30 11: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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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노래하는별 2004-09-30 18:07:11

    강변연가님 안녕하시죠!
    저도 부모님을 뵙고 오면 반갑고 즐거운 마음보다는
    이런저런 상념이 더 많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 늘푸른유성 2004-09-30 12:23:15

      둘째 언니 이번에 엄마네 집에 왔다 갔데?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 어제 엄마는 은행 털고 있던데...  

      • 들꽃향기 2004-09-30 12:01:05

        강변연가님!!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요. 10월9일은 장날인가요?
        장날이 아니시면 그날 이곳 지리산 자락 악양 평사리에서
        황금벌판 축제를 하는데 늘 푸른 유성님이랑 함 오시면 어떨까요?
        엄니도 모시구요....

        넘 뵙고 싶습니다. 함 같이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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