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 유성님 안녕하세요.
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잔잔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결혼한지 11년만에 아기를 낳아
조카 이야기 남다르게 읽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엇그제 같은데 제 아기는 벌써 30개월이나 되어
지난주일에는 교회 체육대회 때 청백계주에서
청팀 1번 주자로 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을은 깊어만 가고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린 아들로부터 아침마다 부끄러운 이야기 듣는 것입니다.
"아빠 빨리 일어나 밥먹고 회사 가.."
이건 올빼미 체질이라고 변명해서 될 일이 아닌데 큰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새벽 네, 다섯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오디오 볼륨도 크게 틀어놓고
이방저방 다니기도 한다던데 난 죽었다 깨나도
그런 모닝맨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긴 새벽을 사시는 뭇 자농님들껜
부끄럽고 송구스런 말씀입니다
어쨌든 어린 아들이 점점 이것 저것 알아가는 나이가 되었는데
정말 큰일입니다. 숨결님은 자꾸만 나오는 내 배 걱정하고..
아이들 시 몇개 전해 봅니다.
-우리 아빠-(남미희)
저녁에 텔레비젼을 보는데 아빠가 코딱지를 히볐다.
새끼 손가락으로 히볐다.
내가 자꾸 보니까 안 히비는 척 했다.
아빠가 코딱지 히빈 것을 손가락으로 띵겼다.
꼬딱지는 날아가 장농에 붙었다.
내가 부엌으로 가면서 문앞에서 보니 또 히빈다
나는 다 봤다.(1999. 10. 20)
-우리 할머니-(이정언)
우리 할머니는
텔레비젼에
H.O.T나 젝스키스가 나오면
저기 무슨 지랄일꼬?
세상이 우에 될라꼬 아이고 하고,
설운도나 현철이 나오면
웃으면서
좋다 좋다 한다(1998. 12.9)
-두 얼굴인 우리 엄마-(김순혁)
우리 엄마는 두 얼굴이다.
참 신기하데이.
두 얼굴은 얼굴이 둘로 바뀌는 것이 아니고
말 소리가 바뀐다는 거야
내하고 홍이를 혼낼 때
" 꼭 엄마가 뭐라 해야 되겠나?
이것들이 정신이 있나 없나?
니 누구를 닮아서 그라노?"
하는데 그 때 전화가 걸려 오거나 누가 찾아오면
목소리가 싹 바뀐다.
" 아, 예. 그렇습니까?" 하면서(1999.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