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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편지 1> 신도림 驛에서
정풀+홀氏 2004-10-20 14:35:43 | 조회: 4115
< 2004년 10월 16일,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연포마을의 연포분교 폐교(선생 김봉두 영화찍은 그 곳).

이런 학교라면 다시 다니고 싶습니다. 어서 그런 마을에 가서 이제부터라도, 자~알 살고 싶습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수도권에 다시 올라와 살면서부터, 늘 각오하던 재수없는 일입니다.



수도권에서 살아가다보면

어김없이 적당한 시차를 두고 다종다양한 재수없는 사건과 사고들을 겪게됩니다.

'너는 지금 수도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주의환기용 자극이자

'그러니 한시도 니 맘대로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모종의 경고메시지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강철같은 인내심으로

무사히, 또는 무심히 참아낼 수있어야

특별시민이나 광역시민의 레벨로

살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 바입니다.


어제, 출근길, 전철 안에 30분 동안 갇혔습니다.

인천역에서 부터 줄줄이 소집돼, 수도 서울로 수송되는 월급쟁이 부대가

신도림역 출퇴근 매스게임장에 막 투입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전철이 또 고장났다. 뭐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꼼짝말고, 그대로 버티고 서서,

그때가 언제인지는 가르쳐 줄 수 없으나

여하간 전철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부디 인내하고 있으라'는

안내방송은 추가의문의 여지가 없이 사실적이고 단호합니다.



남보다 앞서 비상문을 열고 철로로 내려서려는 '참을성이 없는'

부대원들, 아니 승객들은 '경거망동한 죄'로 안내방송으로

몹시 야단까지 맞았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일제히 휴대폰을 열어

'자신이 불의의 사고로 지각하고야 말 것임'을

월급주는 밥공장 주인에게 즉각 신고하려는

승객들의 일사불란함은 또 다른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듯합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을, 지금 사는 공간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목적입니다.



불의의 사고를 즐기는 이들도 다수 목격됩니다.

모진 세상에 잘 적응하여 진화된 강한 인종들입니다.

회사에 일찍 나가 무기한의 징벌같은 지겨운 밥벌이에 복무하는 것보다,

이렇게 전철에 갇혀있는 조건이 더 쾌적할 수도 있다는 태도입니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작정입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여러가지 사회공동체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해 불필요해보이고, 사회와 회사에 관해서는 있으나 마나한

무기력하고 비굴한 월급쟁이의 전형이지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까지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길로 같이 일떠 나서보자'는 기대를 접은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 하나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나아가 지네 가족끼리만 잘먹고 살잘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Wellbeing하고 싶어 미치려는 도시의 현대인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자기나, 가족말고는,

더 신경 쓸 겨를이나 능력이 그들에게 아예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용서는 안되지만, '인간이 어찌 저렇게 천박하게 살 수 있나'하며

더 이상 당황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분석해보면 본래, 출근길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부조리하고 미련하게 정해진 제도입니다.

출근하면서 일에 써야 할 에너지의 반 이상은 길에 쏟아버리고 맙니다.

그나마 남게되는 에너지마저 결코 창조적일 수가 없습니다.



창조적인 일은 몸과 마음이 힘과 기쁨으로 비로소 충만할 때

겨우 저지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도권에서, 출근하며 살아가야 하나,

하루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산더미처럼 자꾸 쌓여갑니다.



그러지 않아야 겠습니다.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을에서, 마을 주민으로, 농사도 짓고 책을 읽거나

책을 만들고 살아가는 게

정답임을 굳혀갑니다.



곧, 어떻게든, 그리 하려는 마음이,

그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려는 일체의 행동과 작업들과,

오로지 그쪽으로 집중하고 매진하고 있는 내 태도와 자세를 새삼 확인하며,

잠시 수도권시민으로 살아가야하는 동안에 필요한

힘을 모으려고 애씁니다.



氣를 씁니다.



- 신도림역에서,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 원주민

정풀+홀氏 드림
2004-10-20 14: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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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정풀+홀氏 2004-10-21 12:00:22

    힘들지 않습니다. 곧, 마을에서 살아 갈테니까요..  

    • 들꽃향기 2004-10-20 18:09:38

      햡~~~!!!!!  

      • 노래하는별 2004-10-20 18:08:40

        힘내십시요!
        기운 보내드립니다
         

        • 시냇물 2004-10-20 15:33:55

          가끔씩 도시에 대해 적어놓은 글을 보다보면
          조지오웰의 '1984년'이라는 책이 떠오르곤 합니다

          = 용서는 안되지만, '인간이 어찌 저리 천박하게 살 수 있나'하며
          더 이상 당황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라는 말에 가슴이 싸~.. 하네요

          우리의 삶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울수만은 없지만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을 힘들어 하지 않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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