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일본으로 건너가고 있다더니
하늘엔 시커먼 구름을
바람이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있습니다
첩첩산중의 아는분이 벼를 베지 못하고 있어
며칠째 산돼지 피해로 울며 전화가 와
바쁜일 잠시 접어두고
남편은 콤바인을 끌고 갔습니다
하우스를 늘리다 보니 논농사는 줄이고
이제는 자경논이랑 집바로 옆만 임대하고 있거든요
물론 기계로도 남의것을 해줄 엄두도 못내구요
얼마전 어느 방송 드라마에서
꼬맹이가 "엄마 동전은 양면이 있는거야"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나자신에게 항상 이런 말을 합니다
"ㅁㄴ야
지금 이 상황이 내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꼭 부딪혀야 할 상황이라면
행복한 쪽,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농사를 짓는 나를 바라보는 다른이의 눈빛을 볼때
한쪽 어깨가 약간 처지려고 합니다
그럴땐 마당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널직한 큰돌위에 앉아
아름다운 나의 정원(남이 보기엔 아니예요^^)을 보며
나에게 이야기 합니다
"ㅁㄴ야 넌 이런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잖니?"
먼지를 뒤집어 쓰며 열심히 추수를 하고
더운 하우스 속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렸는데
그 수고한 값이
고스란히 농협으로 들어갈때
..
두어깨가 추~ㄱ 쳐지고 맙니다
그럴땐 남편이랑 손을 잡고
앞으로 더 나은 내년을 떠올립니다
"우리 그래도 올해 요만큼이나마 갚았네?" 하면서.. ^^
한여름의 뙤약볕 속에서 일할때에도..
허리가 넘 아파 제대로 서지 못할때에도..
옷에 더러움과 땀냄새가 가득 묻혀져 있을때에도
..
따뜻함과 포근함이 있는,
샤워기의 뜨거운 물에 모락모락 김이 서릴
나의 집을 생각합니다
삶의 모든 조건 속에서
농부의 삶이 가장 힘들고 지칠지라도
그 많은 힘들고 지침 속에서
저는 그중의 작은것
나를 행복하게 하는것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그 누구보다도 나자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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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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