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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다들 웃고 있을때 이 아이는...
늘푸른유성 2004-10-24 19:03:22 | 조회: 4168










회사에서 퇴근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동네 우체국 직원이었는데 딸 아이가 우체통에
주소도 안 쓴 장난편지를 100통이나 넣는
바람에 바쁜 연말 업무에 지장이 많다는 것이다.



서둘러 집으로간 나는 딸아이를 불러놓고
다시는 들지 않으려던 매를 들었다.
딸아이는 이번에도 잘못했다는 소리만 했다.

난 딸아이를 한쪽 구석에 밀쳐놓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 뭉치를 받아왔다.



그 뭉치를 딸아이 앞에 던지며 도대체
왜 이런 장난을 쳤느냐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딸아이는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예요..
나는 그 순간 울컥하며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딸아이가 바로 앞에 있는터라
나는 딸아이에게 티내지않고 다시 물었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꺼번에 보냈냐..



그러자 딸아이는 우체통의 구멍이 높아서
키가 닿지 않았는데, 요즘 다시 서보니



우체통 입구에 손이 닿기에 여태까지 써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난 딸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잠시 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까 다음부터는
편지를 태워서 하늘로 올려 보내라..



딸아이가 잠든 후 나는 밖으로 나와
그 편지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편지 몇 개를 읽었다.


그중의 하나가 내 마음을 또흔든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오늘 학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 생각날까봐 아빠한테는 얘기 안했어.


아빠가 날 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 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아빠가 야단쳤지만 난 얘기 안했어.



엄마, 난 아빠가 매일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거 본다.


아빠도 나만큼 엄마가 보고 싶은가봐.



근데 나 요즘 엄마 얼굴이 잘 생각 안나...


내 꿈에 한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응



보고 싶은 사람의 사진을 손에 쥐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대.



그래서 나 매일 엄마사진 안고자.


그런데 왜 엄마 안 나타나. 응?'

그 편지를 읽고 나는 또 엉엉 울었다.


도대체 아내의 빈자리는 언제 채워질 것인가.



이 편지들을 읽으며


세상사를 핑계로 잊고있던


가족의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 보기를...


e집배원 드림.









2004-10-24 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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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구름나그네 2004-10-26 23:05:42

    유성님은 가끔 심금을 울리는 글을 올리시는군요.
    경우는 약간 차이가 나지만 최근 이혼율이 50%대에 육박해
    우리 주변에는 외로운 아동들이 많다고 하네요.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의미있는 글이군요.
    엄마 잃은 동심, 아내 잃은 외로움을 겪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 행복한 편은 못되지만 아내와 아이가
    잘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네요.
     

    • 노래하는별 2004-10-25 09:00:55

      어려움이 많은 때인것 같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은 고통을 받는것 같은데...
      뉴스를 읽어도 그렇고 조카 유치원 선생님이 그러더래요
      정말 불쌍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고...
      마음이 아프죠
       

      • 늘푸른유성 2004-10-24 19:04:58

        날씨가 점점 추워 지는데 부모가 없는 아이도 있으니 이웃에게 신경도 쓰고 가족의 중요성도 생각했으면 하고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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