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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비가 오면 생각나는 소녀
파르 티잔 2004-11-01 18:32:29 | 조회: 4445


비가 오면 생각나는 소녀





오늘 지리산에 비가 내리네요.

다른 곳에서도 비가 내리나요.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노래도 있고 생각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어떤 이는 동태찌개에 소주 한 잔이 그립기도 할 것이고

맨발로 검정 아스팔트 위를 걸어보고 싶기도 하구요.

해물을 가득 넣은 파전에 막걸리 한 잔 생각나기도 합니다.



저는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활동하던 모임이 있었답니다.

저는 고3이었고 그 아이는 고1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작은 키에 콜라에도 취하는 꽤 귀여운 여자아이였습니다.

그 애 아버지는 근동에서 유명한 술꾼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술을 먹고 구타를 일삼는 집 …

큰 딸이었답니다.

줄줄이 딸이 4명이었는데 아주머니께서 매일매일 구타에 힘들어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그 아이와 함께 어느 날 모임이 끝나고 함께 길을 걷는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오빠 내가 어떤 날을 가장 좋아하게..?

내가 어찌 알겠냐..웃음...

어떤 날이 좋은데..



오빤 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 너무 좋아..

그런 날은 그냥 그 비…

내가 다 맞고 걷고 싶어..



왜…



그냥 시원하잖아..

나 있잖아..

학교에서 수업 받다가도 비가 엄청 내리면 운동장으로 달려가고 싶어..

그냥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걷다 보면 속이 다 풀릴 것 같거든..

오빠! 이런 비가 내리면 가끔...

내 생각 해줄래……



그 애의 그 말 그때는 그냥 흘려 보냈는데..

세월이 가도 비가 오면 그때 그 거리와 그 아이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초등학교 2층…

아마 그 아이가 창문으로 비 내리는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을

그 위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아이는 지금 4년 전 결혼해서 3살쯤 된 딸아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술로 세상을 살던 그 애 아버지는 빛에 쪼들리다가 큰딸의 첫 아이가 태어나기 몇 일전 제초제를 먹고 자살했고요.

초상을 치루고 난 다음날 그 집 식구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고, 그 후로는 한번도 고향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지금 서울에도 비가 내리나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면 그 아이는 지금 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 아이가 힘들었던 그 시절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아닌 행복한 얼굴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2004-11-01 18: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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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글터 2004-11-02 21:10:54

    비는 오고
    술렁이는 아침과 만나듯
    안개가 어우러진다아~~~~~~~~~~~

    흐아~ 해물 파전에 막걸리라이...
    책임지소, 파르&티잔님요~!
    오늘 따라 하동은 우째 일케 먼겨...
     

    • 강변연가 2004-11-02 15:15:08

      술을 못 마시는것도 행운이라 해야할까요.
      우린 그 쪽으론 거리가 머네요 흠~
       

      • 시냇물 2004-11-01 21:40:09

        비가 오면 누구나 추억속에 잠기나 봅니다  

        • 들꽃향기 2004-11-01 20:30:34

          오세요~~  

          • 차(茶)사랑 2004-11-01 19:03:41

            비와 술 관계가 있을까요?

            근디 제주위에도 술로 일생을 보내신분들이 있습니다
            술 절제하면 보약이요,남용하면 독약입니다

            오늘저녁은 각시도업고해서 묵은 김치를 3포기내어서 멸치를 한주먹넣고 푹 삶아서 김치찌개와 저녁을 묵었는디 파르티잔님 이렇게비오는날 쌀쌀할때 이런 김치찌개도 맛이 좋은디, 김치 싸가지고 밥얻어묵으로 갈까여........^_^ ^_^
             

            • 노래하는별 2004-11-01 19:00:41

              잘살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오랜만에 비가 내리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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