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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김치 항아리
강변연가 2004-11-20 22:00:26 | 조회: 4181
김치 냉장고를 장만하고부터는
항아리엔 김치를 담지 말아야지
달랑 세식구 얼마나 먹는다고 담아대나하면서도
저어쪽 산 아랫쪽에 묻은 김칫독엔 총각김치를
철쭉나무 아래 묻은 김칫독엔 동치미를.
해마다 그리했었다.

아~정말이지
총각김치는 눈 녹은 물이 들어가 망치고
동치미는 서너번 떠다 먹다가
단걸 안 넣어서 맛 없다는 울엄니때문에
삐져서 상에 올리지않다가 다 버리고
올핸 안 담아야지 맹세를 했댔는데
항아리를 쳐다보자니 그래도 씻어는 놓아야겠다싶었다.

내 박쳐둔 항아리가 오죽할까
이름도 모를 곤충 애벌레가 자리를 하고
우그려넣었던 대나무가지는
아직도 잎이 퍼래서 살아있고
통으로 넣었던 커다란 배는
어쩜 그리 모양새하나 흐트려지지않았을까

양동이에 두 번을 퍼내고
퐁퐁이랑 락스를 풀어 씻고
물을 가득 채워놓았다.

울엄니 말씀대로라면
당신이 동짓달 초열흘에 가신다니
항아리 가득 배추김치라도 담아두어야겠어서
일단은 준비를 하는데 글쎄.........

울엄니 애지중지하시는 깻잎 절인 항아리들
거름탕에 내버리고 씻어 감이나 넣어둘랬더니
이 항아리가 소금에 절어 삭았나보네.
난짝 들었더니 퍼석하고 깨져버린다.
몇년이나 묵은 깻잎인지 새카맣게 변해 흔적도 없는데
그걸 버리지 못하게 야단이시더라니.

내친김에 커다란 항아리에 있는
된장에 버무린 장아찌를 들여다보니
이건 도저히 음식물이 아니다.
버리려고 꺼낼랬더니
딱딱하게 굳은데다가 파리 애벌레고치들이 바글바글하다.
천상 엄니 돌아가신 후에나 물 부어 불려서 버려야지.

있는 감 다 따들여놓고
항아리 하나 비웠는데도
마음이 흐뭇하고 가벼운걸보니
나도 참 단순하다.
2004-11-20 22: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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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
  • 늘푸른유성 2004-11-22 08:23:48

    언니 누가보면 시어머니 돌아가시라고 고사지내는것 같잖어.  

    • 차(茶)사랑 2004-11-21 07:17:44

      항아리가 아주 좋은디, 장맛은 항아리 맛이잔어요
      아무리 맛있는 된장도 일반통에넣어 아파트에서 먹으면 맛이 둑 떨어지지요, 그래서 무겁고 깨지기 쉬워도 항아리를 쓰야지요.

      우린 발효차(녹차를 발효시킨것)도 항아리에 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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