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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단풍에 취하고 운무에 취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무신장 2004-12-06 11:40:13 | 조회: 4078
한 때 단독산행 붐이 일었던 적이 있지요.
직장생활 할 때. 토요일이 되면 으레 봇짐준비를 했지요.
도시의 스트레스를 자연에 퍼놓고 그 정기를 맞고자 또 떠나고 막히고
앞사람 뒷발꿈치만 보고 그저 정상만을 고집하며 낑낑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지없이 돌아오는 길엔 음주 가무와 지독한 담배냄새에 찌들고 ...

도대체 우리는 산에 왜 드는걸까?
많은 회의에 젖어 살 때도 있었지요.
그래서 택한 것이 단독산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요즘에 말하는 웰빙산행의 시작이었던거지요.

느리고 천천히 흠뻑 자연을 음미하며, 때로는 뒤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되뇌이기도 하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참 삶임을 받아들이고자 했습니다.
그때는 하나 아니면 둘이 둘이 아니면 셋 정도 그렇게 하는 산행들이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나 여겨집니다. 또 가장 행복했기도
했습니다.

요즘 산행에서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멋이 그때는 있었지요.
홀로산행이라 최대한 가벼운 장비를 챙기느라 남대문 청계천 종로거리를
기웃거리던 재미도 그렇고, 국립공원에서도 가다 지치면 작은 내 집을 짖고
마음대로 잘 수 있고 능선에 앉아 맛있게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었던
그런 추억이라도 간직하고 살 수 있음에 늘 감사한답니다.

휴가 때면 여지없이 긴 능선 단독종주를 하면서 지리산이 내게 준
그 황홀함은 영영 잊혀지질 않습니다.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는 능선에는 운무가 넘실대며 흐르고 삶의 고을들은
모두 감춰진 채로 신비만을 선사하곤 했습니다.

홍성의 조그만 산에 토요일 홀로산행을 했을 때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그곳 경찰서 00지서 형사들의 미행도 받아보곤 했지요.
혼자 산행하면서 별의 별 추억거리도 만들면서 그런대로 쏠쏠한 재미도 있었던거지요.
지금도 늘 마음은 변함없지만 도시에 있을 때보다
산에 들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그냥 그리워만 하고 살지요.
2004-12-06 11: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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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나무신장 2004-12-07 22:22:21

    숨결님,그러시겠네요.
    늘 분주하긴 하겠지만 모두에게 보람되고 뜻있는 일을 하시니
    좋으시겠습니다.
    또 이렇게 지리산을 늘 곁에 하고 계시니 얼마나 좋습니까
    잠시 막사발 생태마을 같은 곳에 합류하고도 싶었지만
    지금 이곳에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아이들 교육문제라는 것 땜에
    차마 실행할 수가 없더군요.
    걸림없이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직 그 범주를 벗어나 살지 못한답니다.
    유성님께서는 상당히 재밋게 사신다는 느낌을 팍팍 받게된답니다. 늘 행복하시기를 ---
     

    • 지리산숨결 2004-12-07 10:13:05

      반갑습니다. 나무신장님!

      간첩이요. 이번 등산에서 등산하며 저희도 몹씨 걱정을 했뜨랬습니다.
      산에 우리밖에 없었고 한명닉이 파르 티잔이라.. ㅋㅋㅋ
       

      • 늘푸른유성 2004-12-07 07:49:55

        저는 둘이 하는 산행이 좋고 셋이 하면 더 좋고 넷은 더 좋고.... 저는 이렇게 여럿이 하는 산행이 좋습니다.사람이 좋고 나무도 좋고 산도 좋고....  

        • 차(茶)사랑 2004-12-06 21:47:51

          산은 말이없다

          산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산은 모든이를 반긴다

          산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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