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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마을 빈집을 찾아서
정풀+홀氏 2004-12-13 16:15:31 | 조회: 5615
<딱, 이런 집이면 좋겠습니다만...동강 덕천리에 실존하는 빈집입니다만...>


남쪽 마을 빈집을 찾아서- 수도권편지 4

빈집은 많습니다. 팔도강산 도처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오늘날, 전국은 빈집으로 충만합니다.

핵심은 ‘빈’ 집이 아니고, ‘살’ 집입니다. 능히 먹고 살아갈만한 집이 빈집의 전제이자 본질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집은 있으나, 밥이 없다면, 누구든 그 집에서 살아 갈 수 없습니다. 무슨 짓을 하든, 굶고 살 도리는 없습니다.

지리산 남동쪽 자락을 보고왔습니다. 남쪽 마을 빈집을 찾아나선 겁니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청계리 골짜기입니다.

대전-진주고속도로 단성IC로 내려서자 성철종정의 생가, 목화 시배지, 남사 옛집마을이 가는 길에 이정표로 걸리적 거립니다.

차마 거들떠보게 되지 않습니다. 시멘트스럽고 공무원스러운 시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정작, 사람은, 정신은, 감동은 그런 곳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박제와 상품으로 치환된지 오랩니다. 관제 사업의 발상과 행위의 치졸함은 사악한 깡패를 능가합니다. 그따위를 원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 국민들을 능멸하는 지경입니다.

청계리는 지리산 자락 막다른 골짜기입니다. 서울로 치면 양평이나 양수리 정도의 풍광입니다. 지정학적 배경이나 설정도 그런가봅니다.

시골스럽지 않은 건 눈에 거슬립니다. 차라리 전원주택단지 컨셉입니다. 단점입니다.

작은 댐을 막아 작은 호수가 눈앞에 곧 펼쳐지고, 고향 진주까지 30분거리이고, 또 30분 더 가면 편애하는 섬 남해, 편애하는 강 섬진강, 편애하는 들판 하동 악양 평사리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뒷길로는 함양이 지척입니다. 실상사도 지척이라는 말입니다. 옆길로는 대원사, 청학동이 엎어지면 코닿습니다. 산청 간디학교는 바로 옆마을입니다. 장점들입니다.

장점들이 단점들을 압도합니다. 장점만 생각하게 됩니다.

이달말까지 충분히 판단하고, 결정하게 될 듯합니다. 그리고 내년봄 그 마을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이게 수도권에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돈이 남은 문제입니다. 집을 구할만한 돈이 있는지, 내려가서 먹고 살만한 돈벌이가 될런지 등입니다.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늘 시작이지 끝은 없습니다. 늘 새롭게 살 수 있다면, 끝은 끝내 없어도 좋습니다.

할 수 없습니다.
2004-12-13 16: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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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4
  • 시냇물 2004-12-14 13:18:23

    그곳..
    너무 아름답더군요
     

    • 정풀+홀氏 2004-12-14 10:29:08

      고맙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농사 짓는법, 그리고 잘 먹고, 잘 사는 법..  

      • 차(茶)사랑 2004-12-14 07:37:30

        열심히 사세요  

        • 소세마리 2004-12-13 21:43:56

          새로운 시작을 하시면 항상 설레임이 따르지요.
          두려움없이 시작할수가 있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데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가까이에 오시게 된것같은데,연락주시면 제가
          도울수있는데 까지는 도와 드릴수가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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