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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섬진강에서 만난 사람…..”자연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 "지난 여름에 올린글"
파르 티잔 2004-12-22 15:52:51 | 조회: 4603
섬진강에서 만난 사람…..”자연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





사마귀 한 마리가 아침부터 도라지 꽃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몇 시간 동안 먹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일 33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쏟아지지만 생존을 위한 욕구는 잠재 울 수가 없지요.

사마귀가 그 더운 날씨에 도라지 꽃 밑에서 먹이를 기다리듯이 우리는 무엇인가 하기 위해 기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기다리는 것은 무료하거나 할 일 없는 사람들의 태만처럼 여겨집니다.



지금은 “속도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속도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더 빠른 차는 더 비싼 값에 팔립니다.

더 먼저 출하된 농산물도 비싼 값에 팔립니다.

타인과 경쟁에서 우리는 더 빨리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몸살이 날 것 같습니다.






<하동에서 화계로 가는 길 목에서>



그런 삶 속에서 저는 어느날 섬진강이 보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속도에 지친 저는 유유하게 흘러가는 느린 강의 모습이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섬진강으로 가는 가장 빠른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강을 만났습니다.

섬진강의 시원한 강 줄기를 보니 가슴이 탁 하고 트이는 듯 하더군요.

그리고 우연처럼 화계로 가는 길에서 낯익은 지명인 악양골입구를 보게 되었고 빨려 들 듯 그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여름 악양골의 들판>



그리고 그 길가에서 폐교에 자리잡은 “지리산 문화센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저런 곳이 있구나 하고 지나쳤습니다.

요즘 폐교를 이용한 다양한 활용법들이 소개 되었고 저도 그런 곳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악양골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화계로 넘어갔습니다.



화계의 차 밭에 잠시 들려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는데 딸기의 날 행사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운명이었을까요.

제가 도착한 곳은 바로 조금 전에 제가 지나쳤던 지리산 문화센터 입구였습니다.

의도하지도 않았고 찾으려 하지 않았지만 제게 운명처럼 “자연농업”이라는 새로운 길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전에 언제가 한 번 자연농업에 대해 들은 기억이 있지만 이렇게 그런 사람들은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농사짓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농사꾼의 자식이고 언제나 마음은 농촌에 향해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 도시에 있습니다.

도시의 삶에서 처음 본 것은 그 많은 익명성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커다란 군집과 개인들이 돈을 위해 끊임없이 치열한 경쟁을 강요 당하는 사회였습니다.

그것은 시골 사람이었던 저에게 너무나 낯선 이국의 풍경처럼 이질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가 그렇듯 그러한 문화는 빠른 속도로 저의 몸과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속도의 시대를 유지하는 자본의 첨단 문화는 굉음을 내며 달리는 초음속 전투기처럼 모든 사람들을 빠르게 전염 시킨 것이지요.

그렇게 14년이 흘렀습니다.

도시의 삶의 일상이 되었고 자연의 삶은 가끔씩 찾아가는 그리운 것이거나 레저의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자연을 떠난 삶은 조화롭지 못하고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딸기의 날 행사>



그리고 저는 우연하게 자농(한국자연농업협회 http://www.janong.com)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키우고 있는 작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상품으로 작물 보다는 생명으로써 작물과 가축을 대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속도의 시대를 대변하는 농약과 비료가 아닌 천혜 녹즙과 미생물 그리고 기피 제를 이용한 농업을 사용 했습니다.

그것은 느리지만 결코 죽이지 않는 상생의 농업이며 생명의 농업 즉 “자연의 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 자연 농업 자재>



삽 한 자루와 항아리만 가지고 농사를 지어보자….



교육 중에 저는 “삽 한 자루와 항아리만 가지고 농사를 지어보자”라는 말 한마디가 가슴 속에 들어왔습니다.

머리가 띵하더군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자연을 닮기 위해서는 거대한 기계가 아닌 수 천년을 이어온
삽과 항아리를 가지고 천천히 그렇지만 가장 바른 방법으로 가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것은 자립의 의미이며 누구에게 종속되지 않는다는 의미 입니다.

그 누구도 농부에게서 삽과 항아리를 가져 갈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눈에는 너무 작은 것이고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간디 선생이 영국과 대항하기 위하여 물레를 돌려서 영국을 몰아냈듯
항아리와 삽을 가지고 거대한 곡물재벌과 자본의 세계화의 싸움을 이겨 내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외부에서 수혈 받는 종속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자치의 삶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스스로 연구하고 찾아야 한다는 자율의 의미이고 자유의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파괴되어가는 환경을 지키는 가장 실천적인 대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농약을 주지 않고 비료를 주지 않는 것은 인간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며 지구를 살리는 가장 거룩한 작업인 것입니다.



자재를 판매하는 것을 최소화 하거나 중지하겠다.



“자재를 판매하는 것을 최소화 하거나 중지하겠다.”라는 발표도 들었습니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돈의 세상”에서 돈을 벌기 위한 일을 중지하는 것은 커다란 결정이며 순수한 결정이며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것은 빌 게이츠나, 이건희, 정주영, 그리고 돈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정치자금을 받고도 죄의식 없는 정치인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돈으로 일을 처리하는 부정과 부패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죽어도 하지 못하는 위대한 결정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것을 멈추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그것이 타인들의 기준에서 전혀 문제가 없고, 정당한 일이고, 칭찬 받을 만한 일이라면 말입니다.

재테크를 하지 못하면 바보로 취급 받는 세상에서 돈을 버는 일을 줄이는 사람들
이 있다면 그들은 바보이거나 이미 돈의 지배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 합니다.



저는 자농에서 1박2일 동안 주변인으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사짓는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자농에서 가르쳤던 것은 농사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이 가장 어울리면 살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제시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리산 문화센터 건물 옆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단 숨에 읽어 버린 조한규 선생님의 “자연농업”의 책 한 권과 밤과 낮까지 이어졌던 딸기 재배자 회원들
의 이야기를 통해서 제가 느낀 것은 사실 이것보다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이정도 입니다.

그것은 제가 스스로 아직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고, 그 진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농이 우리 시대의 농사의 대안일뿐 아니라 삶의 대안을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라는 생각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농의 발전이 끝없이 이어져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치하는 좋은 세상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 섬진강에서 떠나간 농부를 기다리는 의자>



짧은 만남으로 자연농업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글이 자연농업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되었습니다.

혹 자연농업의 생각과 어긋난다면 자연농업을 실천하는 분들에게 깊은 용서를 구합니다.





파르티잔 조태용


지난 여름 올린 글입니다. 그 때 만남이 자농몰 담당자가 되었군요.
다시 읽어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다시 올립니다.


2004-12-22 15: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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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들꽃향기 2004-12-23 15:47:09

    농민에게 자재를 기획해서 판매하시는 분들이 저희 사이트를 많이 들어오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이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만들어서 사용 할 수 있는것을 기업에서는 쉽게 만들 수 있는것도 대단한 것처럼 선전을 하지요.
    자재 만들기 책자가 자재 판매업자에게 없다면 간첩일 정도로 거의 다 갖고 계시고 필독서일겁니다.

    손탈님!!!
    고민이 정말 많이 되시겠는데요???

    나중 보면 아무것도 아닌것에 허무함도 있습니다.
    고민 많이 하십시요...
    ㅠㅠㅠㅠ
     

    • 손탈 2004-12-23 13:00:27

      저는 업무상 자재를 기획하고 만들어서 농민들께 판매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도 제 손에 조한규 선생님(뵙지는 못했지만)의 책과 이 공간이 떠나질 않습니다. 여기서 오는 갈등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습니다. 돈벌기 위한 창조와 터전을 가꾸기 위한 창조는 당연히 다르겠지요?  

      • 정도령복숭아 2004-12-23 00:28:42

        아~하!
        이렇게서 자농을 접 하셨나봐요
        타잔^^ 님 감사해요
        님의 애정어린 자농생각
        조금은 숙연해 지네요
        앞으로도 자농위해서
        많이 힘써 주세요
        짝 짝 짝
         

        • 차(茶)사랑 2004-12-22 22:29:02

          파짠 ? 이거 잘몬허먼 파전 되것네.ㅎㅎㅎ

          자 파전엔 홍합넣고 부치먼 더 맛잇죠. ^_^
           

          • 들꽃향기 2004-12-22 22:09:39

            끝에 사진이 정말 압권이었어요.
            왜 저는 저 의자가 눈에 안 띄었는지...
            참 좋은 인연....

            앞으로도 잘 살아 봅시당...
             

            • 글터 2004-12-22 19:58:43

              무심히 나선 길,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곳에 멈추었군요.
              인연이란,
              겁의 겁 그 억겁의 옷깃이 스치는 것이라 합니다.
              그 인연의 길에 들어서곤
              자농을 향한 애정 고백에 밤낮이 없더이다.
              '머리가 변하지 않으면
              혀조차 올바르게 돌지 않는다'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늘 새롭고자 애쓰는 파짠, 힘내자 힘~!
               

              • 노래하는별 2004-12-22 17:56:35

                파르티잔님이 처음 센타에 오신날 아닌가요?
                참 좋은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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