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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기회의 새가 남기고 간 흔적 1편 " 젊은 아낙네"님의 글입니다.
파르 티잔 2005-01-24 15:15:18 | 조회: 5298
기회의 새가 남기고 간 흔적
젊은 아낙네

"어릴 적이었어. 어머니께서는 남의 집 밭일을 가셨고 저녁 무렵 일이 끝나시면 지치신 몸을 이끌고 새참 때 나온 빵과 우유를 드시지 않고 항상 가지고 오셨어.

그 빵과 우유가 어찌나 맛있던지 참 철없게도....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처럼 보기 좋은 것이 없다 시며 마냥 즐거워 하셨지.

그때마다 어머니 몸에서 났었던 땀 냄새가 참 싫었어. 그런데 내가 일산에서 힘들게 일했던 어느 날 내 몸에서도 그토록 지겹고 싫었던 어머니 몸에서의 냄새가 나더라.
어찌나 어머니 생각이 나던지"참 어리석었구나"하는 생각에 다짐을 했지.

내 몸에서 나는 이러한 땀 냄새를 이해하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과 살아야겠다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몇 몇 여자를 만나보았지만 말로는 농촌과 농업을 이해한다해도 현실에서는 이겨내지 못할 사람들이었지.
그러나 넌 다르다.
정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그러한 냄새가 나는지를 알고 몸소 느꼈으며 그 냄새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너에게 뚜렷한 미래를 남들 다 말하는 행복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네가 하고 싶어하는 농사일을 함께 하면서 행복해지려 노력할거야.
적어도 방황하는 일은 없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해 나갈거라 생각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남편은 저에게 자신의 땀 냄새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길인 농업을 천직 의로 여겨 평생을 이해하고 함께 해줄 수 있는 여자라며 자신 인생의 동행자로 저를 초대했습니다.
남편의 이 글을 청혼 메일로 받았던 12월의 마지막 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꿈이었던 농부나 농업 선생님. 그때마다 의아해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 시간에 원고지에 적어 나갔던 나의 농업에 대한 열망들. 그 열망을 꽃 피우기 위해 진학했던 대학에서의 3년 간의 시간들. 그 간절한 꿈을 함께 이뤄나가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요. 이런 글을 적을 수 있고 땀 냄새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평생의 반려자로 살아가도 같은 꿈과 목표를 향해 정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 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겨났습니다.

촉촉한 비가 내려 봄을 재촉하고 새록새록 돋아나는 매화 꽃 붉은 꽃망울이 영롱하던 3월의 신부가 되어 지금은 "새댁"과 "젊은 아낙네"란 호칭에 익숙해진 소박한 젊은 아낙네의 눈물로 지은 올 여름 메론 농사 이야기와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
어떻게 그 시간을 힘들게 일할 수 있었는지, 제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 답니다. 초록이 묻어 나고 한창 딸기를 수확하고 있던 5월!
기회라는 새가 우리 부부에게 날아들었습니다.
기회라는 새는 대머리라고 했던가요 인생에 단 3번 주어진다는 기회! 그 기회의 새가 지나가 버리고 나면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남편과 저는 기회의 새를 잡기로 했습니다.
그 기회의 새란 바로 농약을 사용하면서도 힘들다는 여름 네트 메론을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결정을 내리고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장담을 하였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밤이 되면 잠도 오지 않고 도움이 될만한 자료라도 있는지 이 잭, 저 책, 인터넷, 그리고 메론 농사를 오랫동안 지어 보신 분들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가 뵙고 현장과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고 내린 결론은 "무농약 메론은 재배하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업체와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지켜야 하기에 메론 키 울 준비를 하나 둘씩 해 나가기 시작했지요.
시숙님과 우리 부부가 무농약 메론을 재배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주변의 모든 분들이 너무 겁없이 덤비는 것 아니냐고 포기하라고 하는 말씀들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결국 우리 세 사람은 다들 안 된다고 하니 해 보자는 오기가 생겼고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답니다.

종자를 파종하고 육묘를 하고 정식을 한 초반에는"뭐 별 일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일이 순탄했었습니다. 그러나 장마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아닌데 싶을 정도로 메론의 상태가 하루하루 악화되었습니다.
농약을 사용하면 쉽게 나을 수 있다는 주변 어르신들의 말씀이 달콤한 사탕 같아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 때부터 시중에 나와 있는 친환경 자재들을 총 동원해 병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남들이 다들 안 된다는 무농약 메론을 할 수 있다고 시작한 것에 대한 저와 남편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메론들을 살려내야만 했습니다.
결국 남편은 한창 속을 썩이던 노균병을 잡을 방법을 알아보기 의해 강원도 홍천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포기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루가 다르게 병들고 죽어 가는 메론 줄기들을 뽑아내고 도포제를 바르면서" 빨리 뽑아내 버릴까 갈아엎어 버릴까?"별별 생각을 다해 보았지만 국수공장에서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서도 하우스로 달려와 함께 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안으신 어머니와 강의가 끝나면 어김없이 들어와 묵묵히 일손을 거들어주는 도련님이 떠오르면서
'그래 우리 보다 더 걱정하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자'를 되새기면서 참아냈습니다. 우리의 갖은 노력에도 호전되지 않던 병의 퍼짐은 20일간의 긴 장마가 지나고 밝은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거짓말처럼 멈추기 시작했고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50도를 넘는 하우스 안의 온도가, 내려 쬐는 햇볕이 고맙게 여겨질 정도였고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순조로운 나날들을 메론 밭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을 때 이번엔 한랭사를 치지 않은 600평 면적의 메론 밭에 나방과 청벌레 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또 한 번의 고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친환경 자재들로 방제를 해도 소용이 없고 잠자리채를 사다가 나방과 나비를 잡기도 하고 결국은 바닥의 멀칭 비닐부터 시작해 잎을 하나하나 뒤져가면서 번데기를 잡기로 했습니다.
안절부절 눈물로 날을 보내는 저에게 시숙님은 "제수씨 우리 세 사람 천당 가기는 글렀지요! 이렇게 살생을 많이 하니 원 !문 앞에서 쫒겨 날 거예요 "하는 농담을 건네면서 조급해 하지 말라고 위로도 해 주셨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번데기 잡는데 보내고 혹여 벌레들이 잎을 타고 기어올라가 메론 열매를 갉아 먹을까봐 신문지로 덮어주기도 했답니다.
이런저런 어려움의 기간이 지나가고 8월23일 첫 수확을 했을 때의 기쁨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물론 2동은 노균병을 잡지 못해 뽑아냈고 2동은 고스란히 청벌레의 밥이 되었지만요.

메론이 출하되기 시작할 무렵 건강 프로그램에서 메론이 이뇨 작용에 좋다는 내용이 잠깐 언급되면서 무리 없이 소비자를 찾아가나 싶었는데 앞서 출하했던 농가에서 수확기 연장으로 메론에 이상이 생기면서 정작 우리 농장의 물건이 출하될 때는 유통업체 각 매장에서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다시 한번의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평소에는 하루 400박스까지 주문이 들어오다가 추석을 몇 일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명절 인기 품목인 배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보도내용과 맛 물리는 등 삼중고를 겪고있는 가운데 주문량은 120-150박스 등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급기야 농장의 메론도 제 시기에 출하되지 못하고 먹기 좋은 시기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다급해진 우리 부부는 유통업체의 관계자를 찾아가 생산 현장에서의 출하가 늦어지면 그만큼 메론의 품질이나 당도가 현저히 저하되기 때문에 판매마저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드렸고 농장 홈페이지에 직거래 장을 마련해 팔고, 서울에 계시는 형님과 아주버님께서 친구 분들의 주문을 받아 팔아주셔서 9월23일 생산된 모든 메론을 무사히 출하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4개월 간 우리 부부의 "기회의 새"였던 무농약 메론 재배의 산고는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그 날 밤 온 가족이 둘러 안자 통닭 파티를 열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얼마나 힘들었느냐며

" 우리 수진이 눈물 한 동이에 메론 한 덩이"라며 눈물을 글썽이셨고 우리 부부도 그 날 밤 정말 편하게 잠을 청 할 수 있었답니다. 약 1500평의 하우스에서 3400만원의 수익을 얻었지만 막상 여기저기 빚을 갚고 초창기 농장을 시작할 때 돈이 없어서 시숙님께서 투자하신 돈을 돌려드리고 농장경영을 분리하고 나니 남편의 통장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듯 0원이 남아있었습니다.

돈은 벌기는 너무나 힘들었는데 나가는 것은 한순간이니 허무하기도 하고 웃음도 났지만 그나마 빚을 모두 갚은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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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쓴 젊은 아낙네님의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이 설립된다고 하여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기운내서 젊은 농부와 아낙네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합시다.

젊은 농부와 젊은 아낙네님 힘내세요.
2005-01-24 15: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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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1
  • 정도령복숭아 2005-01-25 09:10:27

    님 들의 정겨운 모습
    뵈었습니다
    폐기물 소각장
    현대문명이 낳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
    개발이라는 명분과 소각장건립으로 인한
    자연의 폐해
    마음고생이 심할텐데..
    의로운 투쟁 좋은결과 있길 고대해 봅니다
     

    • 젊은 아낙네 2005-01-25 07:04:08

      누가 여기다가 이 글을 옮겨 놓았을까?
      남편이 이야기 하더니만 자농이었나 보네요..
      가족 여러분들의 사랑에 감사 드립니다.
      헌데 쓰레기 소각장이라면 나을텐데..
      " 폐기물 소각장"이랍니다.
      왜 산업폐기물 있지요..
      자동차 타이어 같은것.. 병원 부산물 같은 것...
      총 8가기 종류라고 하는데요...요즘은 환경 단체에 도움을 청해보려 여러가지 보고서등을 정리하고 있는 중입니다.
       

      • 차(茶)사랑 2005-01-24 23:41:53

        뭐라 위로를 해야할지요, 지금우리 농촌의 현실이 문제입니다.

        왜 많은 땅중에 하필 시골에다 오염원을 만드는건지, 도시민들에비해
        시골사람들이 학벌이낮고 인구수가 적어서 밀어붙히면 된다는 식의 행정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는데, 참여정부라 하지만 뭐가 참여정부란 말인가, 그저 힘없이 무너지는 농민들이 눈에보이지 않은모양이다.
         

        • 정도령복숭아 2005-01-24 22:21:37

          생의 터전이 소각장으로 바뀌다니..
          무던이 애써 가꿔온 농장
          다시 추스르시고 힘 내십시요
           

          • 오솔길 2005-01-24 21:41:04

            이글을 읽어면서 약해져 버린 내맘을 다시 추스려봅니다.  

            • 촌부가 2005-01-24 20:42:55

              참으로 할말을 잃게 합니다.
              내가 그 위치라면 ..................

              그러나 삶이란 , 늘 동전의 양면과같고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법.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봉이 김선달이가 대동강 물을 팔았고, 저수지에 볕짚을 썰어서
              뿌려놓고, 아주 큰 논이라고, 부자들에게 팔았듯이

              묘수를 쓰자는 것이 아니고,
              소각장이라면 더운 열.
              온수는 걱정 없으니 , 하우스에 필요한 난방시설을 해결해보는 것은...

              집옆에 대형 보일러가 공짜로 생기고......
              뭐 , 기발한 생각들을 마구마구 하다보면......

              않된다는 쪽 보다는 그 큰힘을 역이용해서 내것으로 만드는 마음가짐.
              힘들고 어려울때 , 차라리 즐기는 것은 어떨런지요...
               

              • 노래하는별 2005-01-24 17:59:52

                뿌린대로 거둘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아줌마 2005-01-24 17:24:45

                  인간이 살아가는데 산고(産苦)에 고통없이 이루어지는걸 느꺼보지
                  못했어요. 젊은 농부님 아낙네님 힘내자힘 아자아자~~~~~~~~~
                  우리는 젊다 요즘모든 매체에서 젊은피로수혈하자고들하는
                  우리의 젊은피로수혈시키자 이눔의 세상
                  ^*^ ^*^
                   

                  • 들꽃향기 2005-01-24 16:37:16

                    아자아자자~~~화이팅  

                    • 하리 2005-01-24 16:15:16

                      힘내세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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