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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기회의 새가 남기고 간 흔적 2편 " 젊은 아낙네"님의 글입니다.
파르 티잔 2005-01-26 11:54:15 | 조회: 5443
기회라는 "새"
새는 지금 날아가고 없지만 흔적은 남아 제 자신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체중만큼 우리의 노력과 흘린 땀만큼 작물들이 반응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실감한 농사...모든 것이 사람을 속여도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혼식 날 주례를 서주신 은사님께서는 우리 부부에게 농업은 태양의 에너지를 잘 활용해 거대한 식물도 만들고 동물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농업의 3덕(德)"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런 농업인의 길을 약속한 두 사람은 분명 좋은 길을 선택했고 10년 후에는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다고 해서 그 어렴풋한 지식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으리란 생각을 가졌었고 주례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초보 농부의 10 개월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두 번째는 자연은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태양은 어김없이 뜨고 지고 그 태양의 볕 아래 땅 속에서는 수많은 동. 식물들이 밤낮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땅위에 인간은 하우스를 짖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혹은 농약을 치면서 땅과 작물을 혹사시키고 그 농산물은 우리의 밥상을 위협받게 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이런 생각도 지나가면 그만이었지만 주부가 된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더군다나 밥상을 책임지는 주부이기 이전에 저는 밥상에 먹을 것을 생산해 올리는 농부이기 때문입니다. 의문을 가지던 중 최근 지역에서 우리 보다 앞서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는 친환경 인증 농가 3곳을 알게 되었고 작은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모임에서의 방향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 주된 안건인데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엔 화학비료가 없어도 품질 좋고 맛 좋은 농산물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좋다는 약을 써도 예전의 맛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어머님께서 정성을 다해 끓여 주시던 구수한 된장찌개의 맛을 공산품 된장이 낼 수 없는 것처럼. 그런 의문이 생겨 뒤돌아보면 바빴던 것은 자신뿐이었고 자연은 항상 그 자리 그대로였다는 것입니다. 단지 인간에 의해서 훼손되어져 가고 있을 뿐...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해야 하는 것이고 단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항상 가슴에 남아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장에 현실을 생각해야 하기에..하지만 이제 그런 의문에 대해서 답을 조금은 찾았습니다.
그 답이 기회라는 새가 남긴 세 번 째입니다.
자연이 가르쳐준 농법, 자연이 준 약을 사용해서 농사를 짖는 것입니다
땅을 살려서 땅 속에 있는 좋은 동식물들을 활동하게 만들고 그 동식물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우리는 농사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번 메론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안으니 그동안은 없던 지렁이를 비롯한 메뚜기 여치 귀뚜라미 달팽이 개구리 두꺼비 심지어는 뱀까지도 농장에 나타나서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지만 그 작은 생명들이 더 없이 반갑고 기뻤습니다. 그 생명들이 돌아온다는 사실은 땅이 살아나고 살수 있는 여건이 생겨났기 때문이니까요.. 우리 부부의 삶의 터전인 하우스의 2중 파이프는 메론 무게를 이기지 못해 휘어졌고 강한 바람에 하우스는 하우스대로 엉망이 되어 올 겨울은 하우스 정비도 하고 땅에게도 쉬는 시간을 주려고 합니다. 현재는 현금 회전을 위해서 작은 하우스5동에 상추를 심어 놓았고 되도록 남는 시간은 자연자재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하러 산과 들로 나가고 내년 농사에 이용할 약재를 직접 만들어 보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자연을 이용한 농사법을 공부하러 가려고 합니다. 몇 가지 직접 만든 자재는 지금 상추에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돈 드는 농사보다는 자연이 준 약을 찾아 사용하고 그 자연의 약으로 생산된 건강한 농산물은 안전하기에 밥상에 떳떳하게 올릴 수 있으니까요.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식사시간에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활동시간이 달랐고 농사일이 바쁘다는 이유였습니다. 메론에 대해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고 일머리를 몰라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지요 .메론 농사가 끝나갈 즈음 시아버님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시며 시간을 정해 놓고 밥을 함께 먹자고 하셨습니다. 가족이 한 집에 살면서 이게 뭐냐고 하시면서요... 그렇게 살았습니다. 다들 그렇게 바쁘게 살고 있고 또 그렇게 생활하는 것이 맞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젊어서 한푼이라도 벌어야 한다고 다들 그러셔서 그 한 푼에 연연해 가족을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가족과 함께 있게되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여유가 생기니까요. 기회의 새가 남긴 네 번째 깨달음입니다.

현재 친환경 농산물시장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웰빙 바람을 타고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각박한 환경에서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친환경 인증 농가도 그다지 많지는 않고 그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먹을 수 있는 가정도 우리나라 가정의 몇%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부부의 작은 소망이기도 하고 모임의 궁극적 목표이기도한 서민들도 친환경 농산물을 싼값에 먹을 수 있는 날. 우리의 뜻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유통업체를 만나서 농민은 편히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유통업체는 좋은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팔 수 있고, 좋은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온 국민이 먹을 수 있는 날.
그래서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날. 지금은 너무 힘든 농업이, 농업인이 일등 산업으로 국민으로 인정받는 그 날이 오는 것... 그것이 우리 부부의 소망입니다.

조바심과 돈 때문에 사랑하는 남편도 가족도 함께 뜻을 향해 나아가던 사람도 잃을 뻔한 올 한 해...하지만 우리는 농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그 농업을 이해하고 농업을 천직으로 삼은 사람입니다. 땀방울 하나까지도 알아주는 농작물.. 가꾼 만큼 돌려주는 땅...남편의 말처럼 지금은 잠깐 멈춰서 겸허하게 반성하는 시간을 같고 움츠리다가 잠에서 깨어나 올바른 길을 향해 올바른 농업을 향해 그 뜻을 펼치기 위해 한껏 비상할 그 날까지...
남편의 땀 냄새를 사랑하고 그 땀 함께 흘려줄 아내이자 며느리로 그리고 어머니로 살아가는 것. 하늘과 사람과 땅이 하나되는 자연 속에 나로 남음이 옳다는 것..
아직은 젊기에 조금은 더 한 걸음 물러가라는 것..
"기회의 새"가 우리 부부에게 남기고 간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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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부부가 하동에 오기로 했습니다.
좋은 이야기 나누고 후일담 전해 드리겠습니다.
2005-01-26 1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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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돌팔이농투사니 2005-01-27 01:59:43

    둘이 할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한 농사가 되겠습니다.
    정말 부럽네요.
    두 분이 함께 가는 길이...

    먼 길을 가야겠지만 외롭지는 않겠습니다.
    암튼 몸도 살피시고 일하세요.
     

    • 하리 2005-01-26 15:33:58

      볼때마다 저를 부끄럽게 하는 글을 쓰시는 두분. ^^
      글도 참 아름답게 쓰시네요..
       

      • 노래하는별 2005-01-26 14:16:51

        많은 선물을 받으셨군요
        선물을 받으실 심성이 준비되어
        놓칠 수도있는 선물을 듬뿍 받으신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젊은 아낙네님
        서민들도 친환경 농산물을 싼값에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서민들이 먹거리에서 조차 소외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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