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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먹고 살기가 두배로 힘든 날.
늘푸른유성 2005-02-01 15:58:08 | 조회: 5536
오늘도 역시 장날이라 장에 가야 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물건만 사 놓고 장에 가는걸 포기했습니다.
다른 아파트 장은 사방을 모두 막고 난로를 피우고 장사를
하는데 전민동 장은 그게 안됩니다.고작해야 뒤와 옆만
막을 수 있기에 오늘같이 추운 날은 까딱 하면 이익보다
손해가 크거든요. 고추도 금방 얼고 오이 무우 호박 콩나물
그리고 맛있는 고구마 당근 감자 버섯 까지도 금방 얼어버리곤 합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몸이 심상찮게 아프기 시작하데요.
장사 하는 것도 귀찮고 손님 상대하는 것도 귀찮고 ...
잇몸이 살살 붓기 시작하더니 오후부터는 아예 얼굴 모양이
바뀌더군요.오른쪽 얼굴이 부어서 거울을 보니 얼굴이
찌그러 졌더군요.
얼른 시간이 가서 집으로 가고 싶은 맘 뿐이었죠.

저녁이 되면서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데요.
바람도 심하게 불고 포장이 흔들흔들~~~~~

어떤 할머니가 물건을 사러 오셨습니다.
손님이 한참 밀리는 시간이었죠.
"시금치 천원 어치만 줘."
"여기있어요...할머니 근데 왜 500원만 주세요?"
"내가 500원 어치만 달랬잖아."
"아이고 할머니 천원 어치 달라면서요?"
알바 언니랑 주고 받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 우영엄마 이 할머니 시금치좀 다시 줘봐 나는 저기 ..."
" 할머니! 시금치 이리 주세요. 다시 담아드릴께요."
다시 저울에 달아서 담아줬습니다.
그 할머니 물건을 받아들더니 갑자기 바닥에 패대기를 치더군요.
순간 화가 엄청 났습니다.
왜 500원 어치가 이것 밖에 안되냐고 하더군요.
저도 한성격 하는데 그냥 있지를 못하겠데요.
" 할머니 누구는 흙퍼서 장사 하는줄 아세요
그렇게 행동 하시면 어디가도 대우 못 받아요."
하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옆에 있던 젊은 여자들 셋이서
"아줌마! 할머니 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손님한테
친절해야지 그렇게 하면 여기서 장사 못할줄 알아요."
너무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자기네 생각엔 우리가 무조건 참고 무조건 웃고 무조건
친절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군요.
한참있다 부녀회장과 총무과 왔습니다.
주민이 와서 노발대발 하며 노인한테 언성을 높였다고 당장
우리를 자르라고 한 모양입니다.
저요. 하루에 돈 3만원씩 내며 장사하고 있습니다.
" 여사님 어떻게 했길래 여사님이 말을
그렇게 했어요 저도 지금 갑자기 당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여기 부녀회장님은 저한테 항상 여사님이라고 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비록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저도 사람이라고요.
제가 장사한다는 이유로 할말도 못하고 살진 못하겠다고요.
부녀회장님 " 여사님이 그래도 참으세요. 여사님 제가 잘 아는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그렇지만 노인이니까 그냥 웃고 참으세요."
옆에 있던 총무님이 그러데요."회장님 누가 왔었어요?"
"아~~~아 그 버드네 에서 온 아줌마."

정말로 장사하기 싫습니다. 어제 시금치가 한 박스에 6000원 갖고
왔습니다. 한근에 1000원 팔면 잘 해야 7근 나옵니다.
전자저을이 아니라서 근을 후하게 주면 본전이 될수도 있거든요.
가지나 잇몸이 부어서 얼굴이 일그러졌는데 한바탕
열을 올리고 났더니 입이 더 나오더군요.
바람은 점점 세게 불고 눈도 내리자 마자 얼어버리고 .....

장사를 하다보니 별의별 사람들을 다 겪어봅니다.
특히 노인들은 집에서 며느리나 자식들한테 하던 버릇을
밖에서도 똑 같이 하려고 합니다.
우리 똑 같이 이런말 합니다.
저집 며느리 대간 하겠네.
대부분 손님들과는 친하게 지냅니다. 농담도 서로 주고 받고
집안에 힘든일도 서로 이야기 하며 잘 지내고 있죠.
그런데 가끔 이렇게 힘들게 하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정말로 먹고 살기가 두배 세배로 힘든 날이었습니다.
2005-02-01 15: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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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22
  • 목사골 2005-02-01 17:31:51

    참 어렵네요.
    어쩌다가 한번씩 그런때가 있겠지 하고 금방
    잊어버리면 얼마나 좋겠어요.
    오늘은 날씨가 엄청 더 춥네요. 눈도 계속 찬바람에
    날려서 덤벼들고 우리도 오늘 배작업 하다가 참지 못하고
    집에 왔지요.
    건장이 안좋으시니 따스하게 하고서 안정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 두문골 2005-02-01 17:39:58

      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우리는 그런걸
      격지않아서 잘모르는데....하여튼 참 힘드시겠네요.
      힘내세요.♡
       

      • 난초향 2005-02-01 18:27:25

        우리나라 모닥불 근처에는
        사람이 있다

        살아서
        모여 있다
        등짝은 외롭고 캄캄해도
        그 가슴이 화끈거리는 (안도현)
        -------------------------------

        그 할머니 연세도 많이 드셨을 텐데
        등이 아니라 가슴마저 외롭고 시리게 살아오셨으면 어쩌나요...
        늘푸른유성님.. 오늘은 등이 더 시렸던 날이라고 생각하세요
        모닥불이라도 되어 드리고 싶네요.
         

        • 파르 티잔 2005-02-01 18:36:50

          날도 추우데 고생하셨네요.
          경기도 안좋은데 날씨도 춥고 여러가지고 힘든 겨울입니다.
          그래도 2월이니 이제 곧 봄이 오겠죠...
          기운내세요. 유성님 파이팅....
           

          • 들꽃향기 2005-02-01 18:42:43

            날씨도 장난이 아니게 추운날입니다.
            정말 마음이 많이 상하셨나봅니다.
            저도 우유배달과 신문배달하면서 아주 많은것을 배웠지요.
            세상에는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구요.
            다 내 마음같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 간다는거 정말 힘든 과제입니다.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던지...
             

            • 하리 2005-02-01 18:52:19

              일케 추운날 장사 하시는것만 해도 대단하십니다.
              근데 그렇게 성격 테스트 하게끔 만드는 분이 나타나시다니.. ^^;
              나중에 나이 들어서 그리 될까봐 긴장 됩니다.
              (머 지금 같으면 그럴 소지가 다분 헌디.. 걱정)

              잊어 버리시구 내일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손님만 잔뜩 오시길 빌께요.
              그런데 유성님 병원가는 날은 잡으셨어요...?
               

              • 정도령복숭아 2005-02-01 19:07:02

                그래요 2월첫날 무척 춥네요
                이런 날씨에 장사까지

                저도 둔산동 아파트 단지에서 장사하곤 했지요
                지금은...

                건강 챙기시면서 일 하세요
                항상 건강 하세요
                 

                • 마루 2005-02-01 19:40:09

                  저도 뒤에 앉아있는 할베(부사장님)땜시..쪼까 열받았는데.
                  열받은 건 열받은 거고..저도 할매 되면..
                  아무래도 시대적요구에 부응하기 힘들것 같아
                  그냥. 휴~하고 넘어갈려구요.

                  늘 깍아달라고 깍쟁이처럼 구는데..쪼매 조심해야겠네요..
                  어디에나(채소에도) 내손에 오기까지 깃든 정성이 있는데.
                  너무 싸게 취급했나봐요.
                  ㅎㅎㅎ

                  오늘 한가지 느끼고 갑니다.
                   

                  • 늘푸른유성 2005-02-01 20:00:59

                    목사골님 ,두문골님, 난초향님,파르티잔님,들꽃향기님,하리님,정도령복숭아님,마루님.모두들 반가운 님들이시네요. 어떤 일이든 쉬운건 없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정말로 하리님 말마따나 성격 테스트 하는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요즘도 무우를 나름대로 싸게 팔고 있습니다. 큰놈을 5개 2000원에 팔고 있는데 그래도 꼭 비싸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싸게 파는걸 보니 바람들은거 아니냐고 하고요.
                    하리님 병원에는 제주에 다녀와서 가기로 했어요. 그동안 마음 편히 있기로 했습니다.
                    물건 사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에 장사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엄청 쌓입니다. 나름대로 정직하게 좋은 물건 팔고 있는데도요.
                     

                    • 물푸레나무 2005-02-01 20:52:31

                      파랗게, 땅 전체를 들어올리는
                      봄 풀잎,
                      하늘 무너지지 않게
                      떠받치고 있는 기둥
                      봄 풀잎 (정현종)
                      ----
                      봄이 발 밑에 와 있네요.
                      봄 풀잎 닮으셨을 것 같은
                      늘 푸른 유성님,
                      힘내세요.
                      저는 문사철시서화 짝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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