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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자수합니다. 도토리로 묵을 만들었어요.
늘푸른유성 2005-02-05 11:24:12 | 조회: 4912
작년 지리산에 갔을때 입니다.
산에 오르면서 팻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 도토리는 다람쥐의 식량입니다. 줏지 마세요."
사실 올라가면서 도토리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래는 하나 주워 먹었습니다. 달고 맛있어서 또 눈을 굴려봤는데
올라가는 내내 더이상은 보이지 않더군요.
우리랑 함께간 숙주씨요. 올라간 길로 내려오는 사람은
바보라면서 반대쪽으로 내려가자고 해서 결국은
반대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반대쪽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이럴수가 ...
바닥에 도토리가 쫙 깔려있었습니다.
처음엔 다람쥐를 위해서 그냥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아마도 도토리가 풍년인듯 했습니다.
대전에 있는 도토리하고는 모양새가 달랐습니다.
싹이 조금씩 나는게 많았는데 속이 빨갛더군요.
우리요. 다람쥐가 배탈날까봐 아주 조금만 줍기로 했습니다.
복숭아 담아갔던 봉지에 줏어왔는데요.
지금까지 저온 창고에 넣어뒀었습니다.
우리 어머님 묵을 잘 만드시거든요.
우리 신랑 어머님 한테 도토리...도토리....하고
노래를 부른 모양입니다.

목요일에 도토리를 집으로 가져와서 껍질을 깨고
알멩이를 꺼냈습니다.
역시나 빨간것이 여기 도토리하고는 색깔이 달라서
도토리 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알멩이를 믹서기로 곱게 두세번 정도 갈아서 물에 담궈 두었습니다.
우리 어머님 틈틈히 물을 갈아주셨습니다.
묵이 될까 안될까 .....
식구들 관심거리가 온통 묵에게 쏠렸습니다.
우리 어머님 " 우영엄마야 이리 와봐라."
어머님이 부엌에서 묵을 쑤고 계셨습니다.
세상에 걱정을 했는데 묵이 되고 있었습니다.
저요. 열심히 저어주었죠.
어떻게 됐냐구요.
기가 막힌 묵이 됐습니다.
양은 얼마되지 않지만 너무나 맛있는 묵이 됐습니다.
찰랑찰랑 ~~~
점심때는 묵을 먹을 겁니다.
우리 동네도 예전엔 상수리며 도토리가 엄청 많았는데요.
어느날 부터 상수리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어졌습니다.
가을에 떡메 메고 산에 갔을때가 그립네요.
2005-02-05 11: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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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늘푸른유성 2005-02-06 22:07:10

    목사골님 차사랑님 그리고 글터님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돈도 많이 버세요. 오늘은 봄날처럼 따뜻 했습니다.  

    • 글터 2005-02-06 10:20:18

      오늘부터 묵는 것 좀 자제해 볼라캤는데
      어쩌지요...? 침 꼴깍^^
      유성님, 책임지시압~!
      (도토리를 향해...침...묵...^^)
       

      • 차(茶)사랑 2005-02-05 23:03:03

        유성님 지리산에것은 풀도 약이된답니다.

        도토리는 다람쥐밥이지만도 그보다는 고양이가 없어야 다람쥐도 살것 아닙니까, 도토리 못줍게 하는것보다는 고양이를 좀.....

        맛있는 도토리묵 묵고잡다.
         

        • 목사골 2005-02-05 18:24:56

          이제 좀 날씨가 약간은 풀린듯 그런대로 견디기 좋은날 입니다.
          손수 만들어 먹는 도토리묵 그맛이 참 너무 부러워 보입니다.
          우리는 이제 고단한 명절 넘기기가 마무리가 된듯 합니다.
           

          • 강변연가 2005-02-05 14:35:39

            우리 집 단풍나무 씨앗들이 어떻게 한군데서 그렇게 소복하게 나나 했더니......
            다람쥐의 먹이 창고였댔군요.
            요즘은 다람쥐도 청설모가 다 잡아먹어서 눈에 안띄죠.
             

            • 늘푸른유성 2005-02-05 12:50:39

              청솔모가 등장하면서 잣이며 도토리 상수리는 구경하기도 힘듭니다.언젠가 고양이가 청솔모를 잡아 먹는걸 봤습니다. 야단을 쳐야 했지만 사실은 청솔모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잘했다고 했습니다.
              지금 막 묵을 해 먹었는데요. 너무나 맛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맛있는 묵을 먹었습니다.
              난초향님 묵보다 맛있는 글을 또 보았습니다.
              난초향님도 멋지고 알찬 설을 보내세요.
               

              • 난초향 2005-02-05 12:27:42

                참 정겹고 맛있는 글입니다.
                언젠가 쉼표님이 다람쥐와 도토리에 관한 글 하나 올린 것
                다시 여기 옮겨보겠습니다.

                .......

                깊은 산을 다니다 보면
                한군데 소복하게 돋아난 어린 단풍나무들을
                가끔씩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람쥐의 짓이란다.

                다람쥐는 늦가을이 되면, 겨울양식을 준비하기 위해
                단풍씨앗들을 물어다가 저만 아는 곳에 은밀히 묻어둔다.
                그런데 기억력이 별로 좋지 못한 이 다람쥐는
                단풍씨앗 묻어둔 곳을 표시해두기 위해
                슬쩍 하늘을 올려다 본다.

                드높은 파란 가을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떠 있다.
                다람쥐는
                자기가 단풍씨앗들을 물어다가 감춰둔 곳과
                수직의 위치에 떠있는 구름에다가 그 위치를 표시해둔다.
                그러나 반들거리는 다람쥐의 까만 눈과 눈맞춘 구름은
                이내 다람쥐의 눈빛을 망각 속으로
                아득히 흘려 보내고 만다.

                겨울이 다가와 먹을 것이 궁해진 다람쥐는
                가을에 은밀히 묻어둔 단풍 씨앗들을 찾으려 해도,
                제 눈으로 점찍어 둔 구름은 이미 흘러가 버렸으니,
                결국 땅에 묻어둔 단풍씨앗들을 찾지 못하고 만다.
                이듬해 봄, 다람쥐가 찾지 못한 단풍씨앗들은 싹을 틔워
                한군데 소복하니 어린 단풍나무들을 돋아나게 한다는 것이다.

                신비로운 조화를 꽃피우는 자연의 벗들의 어울림을 담은
                이 얘기는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혹자는 자기의 소유(?)를 구름에 등기해 두는 다람쥐의 행위를
                어리숙하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겠지만,
                그것을 어리숙하다고 판단하는 인간은 우주의 조화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 것일까.

                염주알 같은 눈으로 구름에다 점찍기,
                그것은 곧 자기 비움을 잘 보여주는 멋진 상징이다.
                그렇다. 이 얘기는 우리에게 넓디넓은 여백을 보여준다.

                그 여백이 사랑과 생명의 새싹을 틔우는
                신비로운 모태라는 것을 또한 일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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