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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오메 안왔으먼 후회할 뻔 했네.
갯내음 2005-02-28 01:32:14 | 조회: 5270
아침 식사후 보리밟기 행사에 나가기 앞서 함께 동행할 님들을 기다리느라
운동장에 서서 제게 남편이 한 말입니다.

그림같은 아름다운 전원생활보다는
구들장 깔린 방 하나 만들어 군불을 때는 재미랑
봄이면 산 들을 헤메며 자연이 아낌없이 나눠주는 나무새(나물)들을 얻고
채마밭에 갖가지 푸성귀들 씨앗 뿌리고 가꿔 형제 이웃과 나누고
읽고픈 책, 나누고픈 이야기들 원없이 해보는 게 제 커다란 바람 하나였습니다.
꿈은 꿈꾸는 자에 것이라 했던가요.

아주 작은 가능성 하나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위해
손품 눈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컨테이너 박스에서라도 했다가
두 사람의 노동만으로 몇개월이면 가능하다는 귀틀집이었다가
토막낸 나무를 켜켜이 쌓은 흙집이었다가 또다시 조립식 집으로 되돌아 갔다가...
빈한 주머니 사정에 적당한 집짓기 정보 모으러 다니다 걸려든 게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삶을 나누는 여러분들의 마음을 엿보기 하며 가끔 객으로 드나들었지요.
그러다가 뜻하지 않게 악양을 가야 할 일이 생겼고...

***어제 귀농카페에서 알게 된 한 이웃을 만났습니다
지리산자락 한 귀퉁이 악양에 또아리를 튼
젊은 아낙입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길 첫 눈에 들어온 악양은
참으로 크나큰 가슴을 가진 어미의 품 같았습니다.
감탄사와 함께 가슴에 번지던 갈망 그리고 아쉬움 ***

제가 악양을 만나고 돌아와 자농이 악양이라는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어
숨결님께 드린 메일의 한 부분입니다.
비록 제 시도는 무위로 끝나고 말았지만 자농과의 인연이 범상치 않으리라는 예감의 징후는
동천님과 문학산님을 만나고 돌아와서였습니다.

전 무지 단순한 사람입니다.
평범을 비켜선 세상걷기를 해 왔음에도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하고 무식해서 제 느낌에 솔직히 반응하며
산다 할까요.
그런 단순함에 때로 제 의도와 다른 결과앞에 속상한 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세상에 그누가 두려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하고 살아갑니다.
이곳 정모 소식이 처음 올려졌을 때 마음속으로 얼마나 기뻤던지요.
소풍을 기다리는 제 국민학교 어린시절의 느낌으로 돌아가
날씨가 따뜻해야 할텐데...제발 비는 오지 말았으면...

근데 당연히 함께 갈 줄 알았던 남자가 딴지를 거는겁니다.
두 번...제가 들락이는 곳의 오프라인 모임에 주가 아닌 들러리로
따라붙는 게 호랑이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26 일 아침 일과 관련하여 바깥나들이를 하는 중에도 단호히 혼자 가라는 말을
남기고 나가더마요.
처음엔 혼자라도 가겠다 작정하고 차를 두고 나가라고 했습니다.
생굴 한 자루라도 사가지고 가자면 차가 필요하겠기에.
그래서 자농사무실로 전화해 장소를 확인하고 돌아서는데 영 아니다 싶더라구요.
내 혼자라도 가겠다 큰소리 뻥뻥 쳤지만 다녀와 미안해 할 제 모습이
그려짐과 동시에 에라 포기하자.
어지러진 집안 청소하고 세탁기통에 빨래를 주어담다
번뜩이는 지혜(?) 하나 그래 방법이 있으렸다.
동천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동천님 제가 전화 드린건 비밀로 하시고요 남편에게 전화 한 통 해 주실래요?"
남편과 갑장인 동천님을 남편이 꽤나 신뢰하고 좋은 친구 하나 생겼다며 무지 좋아했거든요그럭하여 함께 악양으로 가는길
"당신이 전화 한 거 맞지 동천님이 내 번호를 알리가 없는데"

마눌을 모사꾼으로 만들고서야 따라와 준 남편이 모임중, 모임후 던진 말들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모다 좋네이 근디 언제 언제 모인가"
"일년에 한번이먼 너무 멀구만 자주 모임 하라고 하소"
"안왔으먼 자네가 자랑하는 얘기듣고 후회할 뻔 했네 그랴"
"너무 돈을 쪼깐 걷응게 미안허구만"

부부는 일심동체라든가요.
어제 오늘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더러운 오물 곁에 서면 인상이 구겨지고 피하고 싶지만
맑은 물을 만나면 그 물에 손을, 발을 담그고 싶고 오래 곁에 하고싶음은
인간 본연의 느낌이겠지요.
그 우리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오래도록 함께 묶이고 싶습니다.
2005-02-28 0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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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1
  • 들꽃향기 2005-03-01 11:46:30

    갯내음님 정말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석화가 인기 쨩이었지요.
    맛있다고 다들 난리였습니다. 부엌에서 여러가지 도와주셔서 넘 위로가 도기도 했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옆지기님이 참 멋지시고 잘 생기셨던데...훤치라니~~
     

    • 목사골 2005-03-01 11:23:14

      갯내음님! 반갑습니다.
      그맛난 석굴 그맛 황홀함을 느꼈읍니다. 덕분에 문사철시서화님이
      따라주던 쇠주를 한잔 가득 마셨지요. 전혀 못먹는술이 어찌나
      맛있던지요.
      모닥불가에서 흥겨워 하시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겠네요.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 소세마리 2005-02-28 20:33:57

        동천님 패화석이 필요하시면 송천님께 가시면 한차는 주실텐데요.
        갯내음님,후투티님,정도령님,만나서 반가웠구요,제가 요즘 일이좀 많은관계로 일찍 잠들어 부렸네요.죄송합니더.
         

        • 시냇물 2005-02-28 19:21:10

          갯내음님
          반갑습니다
          저희도 갔더라면 그 맛있는 굴을 먹었을텐데..-_-;;

          님들마다의 글 속에
          정모가 얼마나 좋았는지 느껴집니다
           

          • 동천 2005-02-28 10:59:30

            에구 우리 겟내음님이 가져오신 굴껍질은 제가 쓱싹 해치웠지요....동작빠른 사람이 임자지요....ㅎㅎㅎㅎ....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 제가 고맙지요.....사회에 나와 친구하나 없던 제게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과 이웃하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겟내음님 어디에 살던지 빨리 정착하세요....^^*  

            • 아스파라 2005-02-28 10:49:30

              갯내음님!!맛있는굴 잘~먹었습니다..
              부부란 그런것인가 봅니다..
              오래도록 함께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은.....
              두분의 모습에서 그런걸 느낍니다..
               

              • 정도령복숭아 2005-02-28 09:45:41

                갯내음님 감사드려요
                남해바다의 맛있는 석굴
                무학산님의 멋들어진 기타선율
                함께한 소중한시간
                아름다운 만남 ,고이간직 하겠습니다.
                 

                • 지리산숨결 2005-02-28 09:16:46

                  갯내음님 고맙습니다.
                  그 맛난 석굴이 있어 더욱 풍성해졌죠.
                  앞으로 자주뵙고 멋진 만남으로 이어져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옆지기님에게 전해주세요.
                  외롭지 않게 해드리겟다고요. ㅋㅋㅋ

                  후투티님 고맙습니다.
                  그 쌀맛 압권이었습니다. 바쁘신 일정중에 1박2일 전일정을 함께 해주시니 더욱 영광이었습니다.
                   

                  • 후투티 2005-02-28 08:41:31

                    갯내음님 고맙습니다.기억해 주셔서요
                    두분의 마음이 참 아름답군요.
                    참 그리고 저희 컴앤씨 특미 상당히 고가지요. 하지만 서울의 어느
                    소비자 회원께서 주신 말씀을 소개해 봅니다.

                    가족이 4명인대 한달 소비량이 20kg 정도 된답니다.남편은 직장에서
                    외식도 하기 때문에.재미있게 계산을 해주셨는대
                    1kg 4000원에 20kg이면 80000원.네식구니까 80000원나누기 4는20000원 20000원 나누기 한달 30은 하루에 666원 정도 666원 나누기 하루셋끼
                    한끼에 222원 정도. 라면1봉. 껌1통 자판기커피 1잔값도 안된돼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 하지않고 지은쌀 비싸지 않으니 회장님 고맙다고 격려를 주시던대 그분의 말씀이 옳은건지 모르겠네요.
                     

                    • 차(茶)사랑 2005-02-28 06:14:34

                      갯내음님 넘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노래도 잘하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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