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참 듣기만해도 무시무시한 일을 자행한지 닷새째.
살아돌아온 것을 축하한다는 엄청난 주제를 걸고
그날부터 혈액순환을 잘해야한다는 명목까지 덧붙여
부지런히 하루도 안빼고 술을 마시다
급기야
달밤에 삿갓쓰고 나선 격으로 생폼잡다가
나뭇가지에 눈을 다치는 불상사를 겪고 말았습니다.
허나 이는 전과는 달리
실은 심각한 상태였던 것인데
밤중에 눈을 다친 아내 술 김에 자고 일어나 아프다하니
별거아닌 교통자가 붙는 사고에는 떨던 남편
이번에는 외눈 하나 깜짝 않고
죽염으로 소독하면 낫는답니다.
평생 약이라고는 활명수와 박카스가 다 인줄 아는 서방을 믿은 내실수지요.
죽염 소독하고 나니
거의 눈알에 바늘 십여개 찌르는 것 같더이다.
헌데 이번에도 서방 왈,
다 낫느라고 그런거랍니다.
저야 서방이 하늘이니 믿을 밖에요.
야밤이 되니 슬슬 눈이 부어옵니다.
그제서야 서방은 얼음찜질을 해준다 어쩐다 부산을 떨고
하는 수 없이 그이가 제일 끔찍해하는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거기서도 엄청 식염수로 눈을 씻어내고
나보다 더 눈이 나쁜
안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의사의 손에 의해
마구 잡아댕겨지는 눈꺼풀,
서방 왈,
그와중에 킬킬대며
"우리 마누라가 눈이 너무 커서
나뭇가지가 들어갔나봐요."
그리고는 자기가 의사 노릇까지 다합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안속지요.
해서 월요일에 눈 밝자마자 순례단의 한친구 덕에 차 타고 남원가니
진짜 안과 의사가 그럽니다.
"에구, 각막이 벗겨졌네. 언제 이러셨어요."
의기양양한 지리산 아줌마인 제가 그럽니다.
"네, 금요일밤에 그랬는데 죽염으로 소독했어요. 식염수로도 닦았구요."
"아니, 상처에 소금 뿌려요! 아픈거 어떻게 참으셨어요
바로 오셨으면 이틀이면 낫는데 한사나흘 걸리실 것 같네요.
식염수로도 닦으면 안되는데...(혼잣말로 중얼중얼)"
헉!
소금 뿌리고 소금 간한 격이라니......
여러분 다음 사진을 봐 주세요.
처음 다치고
죽염으로 하고 나서 부으니 냉찜질을 해주며
자기가 한짓이 좀 캥기는지 괜찮다며...
현재의 내 모습.
이래서 한사나흘 병가를 얻어가지고는
절대 안정해야한다는 의사선상님 말 팍 무시해가며
이러고 있습니다.
우리 국장님 알믄 낼 당장 나오랄텐데...
언넝 누워야지
ㅋㅋㅋ
돈 없는 남자랑 사는 이야기 두번째 끝
그리하여 제가 그토록 고대하던 자농정모를 못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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