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농아 부부"의 분식집
젊은 아낙네 2005-03-04 23:22:21 | 조회: 5007
한농전 후배인 진용이네와 저녁 약속이 있다며 서둘어러일과를 마치는 남편..
농부는 먼저 씻구서는 어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오늘은 꼭 나가야 한다고 욕실에 들어가서 머리를 감고 있는데 빨리 가자고 야단법석.... 머리는 빗지도 못하고 한 손에는 수건을 한 손에는 빗을 든채로 양말로 제대로 신지 못한채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진용이는 젊은 농부와 아낙네가 가장 아끼는 후배입니다. 혜영씨는 스물 한살 어린 신부이지요. 그리고 이제 막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예쁜 딸 "가원"의 부모랍니다.

진용이네가 농부와 아낙네를 데리고 간 곳은 함열 시장내에 자리한 5평정도 되는 조그마한 분식집이었습니다. 입구에는 옛날 호떡과 오뎅을 팔고 가게 안에서는 아주머니와 할머님께서 부산스레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어째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생각했더니 "농아 부부"였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사장님과 사모님은 "수화"를 하시고 그래도 이해를 못하는 손님을 위해서 종이와 볼펜을 준비해 놓고 계셨습니다. 이제 개업한지 열흘 되었다는 분식집...
벽 한켠에는 메뉴판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음료수 1,000원 소주 2,500원 손 수제비 2500원, 국수 2500원, 순대 3,000원..
참 싸기도 하다...하며
제일 비싼 순대를 시키고 호떡도 먹고 그렇게 부부의 움직임을 보고 있습니다.
아직 음식 솜씨가 서툰지 시어머니로 보이는 할머님께서 수화로 표현을 하면 사모님이 알아 듣고서 부지런히 손을 놀립니다.
육수를 붓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수제비를 만들어 떼어 넣고 어머님의 솜씨를 배우랴 노력하는 사모님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사장님이 농부와 아낙네를 tv에서 보았다며 네모 그림을 그리십니다.
그리고는 호떡 두개를 서비스로 주셔서 한개씩 부부가 나누어 먹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시며 음식을 내어 오시는 할머님...
다행스럽게도 사모님과 사장님께는 무척이나 총명한 여섯살난 사내 아이가 있어 아버지 어머니께 재잘재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수화로 표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면 한참을 바라보던 사장님과 사모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무엇이 장애를 만들어 놓았을까요?
무엇이 장애의 기준을 정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듣지 못하면 청각 장애, 말하지 못하면 언어장애등등..
그 기준도 다양하고 등급도 다릅니다.
세상 수많은 장애 가운데 가장 큰 장애가 있으니 그것은 마음의 장애입니다.
마음에 장애를 입으면 영원히 치유되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장애에 대해서 올곧지 못한 시선이 사회적으로 팽배할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말할수 있고 들을수 있고 표현할수 있는 모든 여건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통 하소연과 불만 투성이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너무나 잘 알기에 시기 질투하고 싸움이 납니다
욕심이 생기고 아둥바둥 살게 됩니다.

말하지 못해도 듣지 못해도 팔 한쪽이 없어도 다 같은 사람이고 소중한 인격체입니다.
행여 실수나 하지 않을까 맛이 없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움이 역역한 표정이신
사장님과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맛있으니까요!
양도 많고 맛도 좋은데 가격을 더 받아으셔도 될 것 같은데..

사회에 나올수 있기까지 그 분들이 겪었어야 할 수많은 고통의 시간들..
아직도 두려움에 손님들 앞에는 나서지 못하는 사모님..
아직은 말 하지 못하는 두 분이 어색할 손님들...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어색함이라는 시간..
이제 머잖아 함열 시장에 훈훈한 사랑이 감돌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사랑과 정성이 가득담긴 손 수제비와 국수가
폴폴 향기를 품길테니.. 그 향기 맛거든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함열 시장 "부부 분식집"...
사랑의 방법을 알고 싶다면 들려보세요
맛있는 수제비와 국수가 먹고 싶다면 들려보세요

온전한 신체발부의 내가 부끄러워질뿐입니다
2005-03-04 23:22:21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8
  • 아스파라 2005-03-06 08:40:11

    좋은 말씀입니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들은 주위를 감동시키지요.
    기회가 되면 꼭 가서 팥칼국수 먹어보고싶네요..
     

    • 정도령복숭아 2005-03-05 23:08:40

      장애는 단지 불편할 따름이죠..
      주위에도 장애를 극복하며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을 봅니다
      가슴이 뭉클해 오네요
       

      • 들꽃향기 2005-03-05 12:00:40

        젊은아낙네님 반갑네요. 오랫만이지요.
        자주 뵈요.
        그리고 멋진 모습 감동입니다.
         

        • 동천 2005-03-05 11:03:31

          감동적인 글 잘 보고 갑니다.제가 익산이니 언제 한번 찾아뵈야겠네요....^^*  

          • 파르 티잔 2005-03-05 07:30:45

            그렇죠.. 장애라는 말 자체가 인간이 만든 등급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20-30대에 가장 큰 사망원인은 자살이라고 하더군요.
            모두 마음에 장애때문에 있는 일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말입니다.
            함열이면 익산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네요.
            다음에 한 번 가볼랍니다.
             

            • 지리산숨결 2005-03-05 07:17:23

              음.... 감동!!!
              지도 함 가보고 싶습니더.
              그라고 젊은아낙네님의 감동을 지고 먹고 싶습니더..
               

              • 검지 2005-03-05 00:47:23

                어째 가까운 우리보다 더 소식이 빨랐을까요
                어제 우리도 된장 담다가 된장 묻은 옷으로 그냥 분식집에 갔습니다.
                같은 함열에 있는 일미분식집으로 갔지요
                일하다 왔다고 너무나 많이 줘서 결국은 남기고 말았답니다.
                제가 먹고 싶다는 팥칼국수를 팔고 있거든요
                이곳은 4000원 합니다. 7명이 28000원 냈으니...
                곧 소식이 들리겠지요
                또 몰려갑니다.
                왜냐구요, 10명이 몰려가도 25000원입니다.
                 

                • 목사골 2005-03-04 23:35:33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가까운곳이면 자주 가보고 싶은 따뜻한집.
                  그곳에서 느끼시는 젊은 아낙네님 마음도 아름답구요.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5470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6878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91008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8358
                  22740 이게 무슨 병일까요? 2024-10-05 17
                  22739 녹두방제에 대하여! - 2024-10-04 32
                  22738 은행 삶은물 및 삶은물 제조용 은행알 판매합니다 - 2024-10-04 90
                  22737 무 좀봐주세요 (1) 2024-10-03 142
                  22736 배추 마지막 방제 문의 (2) - 2024-10-03 417
                  22735 감나무 잎 시든것 다시 문의드립니다 2024-10-02 135
                  22734 고추두둑에 두더지가 많은데 (1) - 2024-10-02 275
                  22733 노란은행, 은행삶은물 판매합니다. 2024-10-02 166
                  22732 자닮 미생물 문의 (1) - 2024-10-02 620
                  22731 자닮 오일 (1) 2024-10-01 199
                  22730 약흔은 (2) - 2024-09-30 311
                  22729 자닮오일 보관용기 (2) - 2024-09-29 439
                  22728 자닮유황을 연막기로 이용시 효능이 똑같을까요? (1) - 2024-09-29 415
                  22727 12번 팜플렛 문의 (1) - 2024-09-28 1342
                  22726 양이온수지 누수에 대한 질의입니다 (2) - 2024-09-27 483
                  22725 방제에 관하여 (1) 2024-09-27 573
                  22724 자닮오일 관주 (1) - 2024-09-27 618
                  22723 미생물 만들 때 (1) - 2024-09-27 574
                  22722 문의합니다 (1) - 2024-09-26 474
                  22721 하우스 고추 밑둥은 언제 자르나요? (1) - 2024-09-26 544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