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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100년 만의 폭설
늘푸른유성 2005-03-09 21:30:32 | 조회: 5366
작년 3월 5일 밖을 내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게도
많은 눈이 내리더군요.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눈이 3월에 내려서 그런지 배밭 방조망 위로 차곡차곡 쌓이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마치 방조망에 본드를 붙여 논 것처럼
눈이 붙어버리더군요.
발만 동동 구르다 뭔가를 만들어 눈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애들아빠는 애들을 학교에 태워다 준다고 나갔는데
도데체 돌아올 생각을 않더군요.
저 혼자 차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눈을 털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리는지 이쪽을 털면 저쪽 이 늘어지고
저쪽을 털면 금방 이쪽이 늘어지고...
한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남편이 돌아왔는데 차를 버리고
걸어서 왔다고 하더군요.
둘이서 눈을 터는데 눈이 떨어지면 가슴으로 얼굴로 금방 허리까지
차 올라왔습니다.
남편은 전 해에 비싼 돈 주고 한 방조망이 아까워서
방조망을 포기 못하는데 저는 배 나무를 위해서
방조망을 포기하고 마구 찢었습니다.
둘이서 얼마를 털었는지,
점심도 굶고 눈을 털다가 제가 학교에 전화를 했습니다.
큰놈 작은놈 전화를 해서 애들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 선생님 배 밭이 무너져요. 애들좀 보내주세요."
" 어머님 배밭이 문젭니까 애들이 공부를 해야죠."
얼마나 절박했으면 제가 학교로 전화를 했겠습니까?
결국은 애들이 빨리 집으로 왔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애들을 그냥 집으로 돌려 보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하늘을 보고 얼마나 원망을 했는지 ...
도데체가 그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더군요.
찌지직~~~~ 저쪽 끝에서 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데요.
끝동 하나는 끝내 나무가 모두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신랑 맘먹고 튼튼하게 지은 창고도 한쪽은 무너지고.
배농사는 물 건너갔고 속 모르는 단골 손님들
가을이 되니 배즙 주문이 마구 들어오데요.
어쩔수 없이 달고 맛있는 배를 사서 배즙을 짰습니다.
마진 없는 수고를 했죠. 단골을 놓치지 않기위해서...

지금도 배밭을 보면 정이 떨어집니다.
사실은 배 농사를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장사를 안하고 농사만 지으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두가지를 하다보니 아직도 배밭과 창고는 엉망입니다.
우리 동네는 일군이라고는 정말로 구경하기 힘듭니다.
동네에 일할 만한 사람들은 모두다 콩나물 공장에 다니거든요.
정신환자들을 데리고 일을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물건너 갔고....

참 우연치고는 너무나 그렇습니다.
어떻게 똑같이 3월에 그런 많은 눈이 부산에 내리는지.....
폭설 피해를 본 사람이 그 마음을 알겁니다.
속수무책 .....
부산은 어쩌면 여기 대전보다 더 힘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에 계신 농민 여러분 힘내세요.
2005-03-09 21: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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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3
  • 늘푸른유성 2005-03-10 17:10:19

    우리집은 티비를 보지 않으니 얼마나 심한 피해를 입었는지 몰랐습니다. 오늘 농민신문을 보고 부산과 다른곳의 피해를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속수무책이죠. 건방지죠님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장난을 쳤지만 건방지죠님은 하늘이 도운거라생각합니다.  

    • 노래하는별 2005-03-10 08:29:54

      소복이 소리없이 쌓이는 눈이 그런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는군요
      보는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겠네요...
       

      • 동천 2005-03-10 08:16:35

        정말 힘드셨겠습니다.........그러나 힘차게 다시 일어서야죠...아픔은 그만큼 나를 성숙시켜준다니까요.....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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