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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5] 안녕히 계세요.
평화은어 2005-03-15 02:00:56 | 조회: 5103
누군가에게 인생의 그럴듯한 얘기를 하려면
자기 인생을 보여야 하는 건 당연한 거지요.
실은 제 주제에 뭐 사람들에게 결혼이 어떠니 인생이 어떠니 떠들겠습니까마는
마흔해 가까이 살다보니 저도 곡절이라는 것을 겪었거든요.
지나고 보면 그리 안살아도 됐었는데 싶기도 하고요.

저희 엄마가 잘하시는 말 중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아니?”
냄새로도 알겠지만 시간 지나 냄새 안 나면......
암튼 코 대봐야 아는 거 아니라는 말이겠지요.
세월 무시 못 한다고 어머니 나이쯤 되면 인생 알만하다,
그러니 어른들 말 맞는 말이라는 소리일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그래서 제 곡절하나 풀어 놓지요.

저는 서울에 한달이면 두 번 갑니다.
아이들을 보러 가지요.
왜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었는지 눈치 뻔한 분은 아실 겁니다.
애비와 헤어지니 아이들과도 헤어지더군요.
애들과 헤어지지 않으려고 헤어질 때 잠깐 들린 법원을
한 삼년 드나들면서 재판이라는 것을 해봤는데 가부장이라는 틀에 걸려 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말 해봐야 뭐합니까
자식 생각 했으면 그리 살지 않았겠지요.

그러니 제가 똥입니다.
그래서 맹자왈 공자왈 이 아닌 된장왈, 똥왈 합니다.
개인적이 거지만 지리산을 사랑하니 그 틈을 빌미삼아 벌거벗고 얘기해 봅니다.
세상에 오복이 없습니다.
누구는 제가 하는 얘기가 처녀 총각 염장 지르는 얘기라고 하지만
거꾸로 저는 그 양반들이 부럽습니다.

자식을 낳는 다는 것을 불가에서는 업을 짓는 다고 합니다.
갚아야 하는데 갚을 길이 없이 계속 업만 짓고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겨우 애미 노릇을 하러 서울로 가는 주제에
그저께는 일이 있어
그만 아이들을 배웅하지 못하고 먼저 서울을 떠나왔답니다.
오는 내내 마음이 아픈데 아이가 집 앞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를 해서 그럽니다.
제가 잘 들어가라고 엄마가 다다음주에 오겠다고 하는데
알았다고 응 응 하던 둘째아이가 갑자기 울먹이며
“안녕히 계세요” 합니다.
어미가 되어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듣는 소리가 아닌
안녕히 잘 지내시라는 소리를 들으며
엄지 손가락 하나 물고 누에처럼 고부라져서
서랍 속에 감춰둔 제 에미 사진 훔쳐보며
자기 전에는 꼭 엄마 이름을 부르고 잔다는 아들 녀석의 모습을 그리다 보면
심장이 멈춰집니다.
뜨거운 사막에 누워 혀끝이 갈라진다면 이만큼 고통스러울까요
바삭바삭 타들어가는 가슴을 움켜쥐고
나보다 더 힘들 어린 것에게 고해성사를 하며 자는 이밤.
.
.
.
아무것도 모르는 신랑의 머리맡에서 또 한번, 쓴 울음을 삼켜 봅니다.

그러니 실은 우리 모두가 어찌 보면 다 부족하고 헛헛한 인생이고
어찌 보면 다 행복하고 넘치는 인생인 겁니다.
돈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 네번째는 그래서 넘기고
오늘은 제 삶 한 토막 꺼내서 슬쩍 흩뿌립니다.
그러니 자기 사는 것만이 다 힘든 건 아닌 게지요.
마찬가지로 저 또한 저만 힘든 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숨이 가빠서 지금은 더 얘기하기가 힘드네요.

돈없는남자랑사는이야기 다섯 번째 끝
2005-03-15 02: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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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9
  • 시냇물 2005-03-16 22:43:09

    평화은어님
    제가 이런말씀 드리면 어떠할까요
    그래도
    저보다 더 행복하신것 같은데..
    저는..

    평화은어님
    아이들을 만날때마다
    만날수 있음에 항상 행복하시길..
     

    • 지리산숨결 2005-03-16 06:40:56

      그 호탕한 웃음속에
      그런 슬픔이 내내 있었던거지..
      넘 슬프다... 힘내! 평화은어!!
       

      • 하리 2005-03-15 23:08:23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어요.
        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어린나이에 이별을 한다고 아이들이 많이 힘들진 않습니다.
        차라리 어려서 금방 잊어버리지요.

        평화은어님이 좋은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시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지금 그렇게 살고 계시잖아요. ^^)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은 다 이해를 한답니다.
        그리고 어렸을때의 그런 아픔은 그냥 작물이 자랄때 비바람 부는것이 더 알차게 속이 들어차는것 처럼 도움이 될때가 많더군요.
         

        • 난초향 2005-03-15 18:43:21

          평화은어님.. 자농이 무엇인데
          이런 절절한 이야기 나누어 주시는지요.
          아이들 잘 자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 이슬로 2005-03-15 14:49:18

            흔히들 세월이 아픔을 무디게한다고 합니다
            아물수 있는 상처라면 흔적정도 남기도 아물기도합니다
            그럴수없는 상처라면 계속 아플수 밖에 없습니다
            아프고, 아프고, 계속 치열하게 아파하면서(이또한 자기위안
            일수도 있지만...)
            나이테처럼 소리없이 쌓이는 켜켜한 세월의 무게로
            무뎌지기도 합니다
            제생각 이기도 합니다...
            맑은 봄기운이 님에게로 쏱아지기를......
             

            • 노래하는별 2005-03-15 11:17:03

              평화은어님 힘내세요~
              저도 자기 사는 것만이 다 힘든 건 아닌걸로
              위안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 파르 티잔 2005-03-15 10:28:19

                기운내세요.
                마라톤을 하다 보면 힘든 고비가 항상 있더군요.
                그럴때는 속으로 외칩니다.
                저것이 마지막 억덕이다. 이미 많이 뛰어왔다. 달리고 나면 삼겹살에 소주을 왕창먹을 것이다. 이것도 안되면 사랑하는 사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힘들어 포기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등 등...
                그렇게 외치다 보면 어느새 기운이 나죠.
                그리고 펄 펄 또 달리는 겁니다.
                이만큼 풀어냈으니 또 이만큼 자유로워지셨겠네요.
                 

                • 마루 2005-03-15 09:29:21

                  저또한 부모와 생이별로 가슴앓이하며 지냈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아이한테만은..이라는.. 굳은 약속도..
                  그렇게.. 어이없이..깨어져 결국은..아이는..아비와 떨어져 살지요.
                  보지도..듣지도..못한체,
                  당연히 받아야하는 사랑을 주어야하는 사랑을 거절당한체..

                  그렇다고..저의 딸의 불행하진 않아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한없이.불쌍하고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잘 지내는 걸요..
                  히히거리며 까불거리며 건강하게..

                  언니의 사랑하는..가슴에 사무치는..이쁜 자녀들도..
                  불행하진 않을거예요.

                  늘 보지 못해.. 보고싶고..
                  늘..같이 있지 못해.. 그리워도..
                  이렇게..만나고.. 남은..세월.. 오며가며..지낼테니깐요.
                  어미의 자리..어미품의 깊은 사랑을..
                  아마도..더욱..크게 느끼고 자랄테니깐요..
                  큰..둥치의 나무같은.. 든든한 어미를 느낄테니깐요.

                  언니의.. 타들어가는 가슴..
                  저에게도 전해져서..안타깝습니다.
                  눈은. 다 나았나요? 아프지말고 건강하세요~
                   

                  • 차(茶)사랑 2005-03-15 07:14:48

                    아마도 우리네모두가 속을 보여줄수있다면 모두가 복잡하고 형편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평화은어님 힘들겠습니다.
                    그러나 현재살면서 너무 우울 해하면 서로가 힘들잔아요.
                    힘내세요, 기운펄펄해야 애들도자주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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