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하든
고개를 숙여 목례를 표하든 대개 인사를 합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도 이렇게 가볍게 인사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만약 아는 사람과 마주쳤은데도 가벼운 인사는 커녕
오히려 콧구멍에 힘주어 흥! 하며 고개를 외로 꼬며 그냥 지나친다면
이런 푸대접을 받은 상대방은 마음 속으로 '어쭈구리 이거봐라..
내가 너랑 다시는 아는 척 하나 봐라..씩씩.. '라며
두 사람간에는 더 이상의 사귐이 없을 것입니다.
인사는 대화의 제1단계입니다.
일단 인사를 나누며 지내게 된 사이는 그 다음 단계로
정보를 나누는 단계로 나아 갑니다.
"이봐요 일용이 엄마! 아 글쎄 5층에 새댁이 새로 이사 왔는데..
새댁 남편이 조그마한 회사 사장인가 봐요, 애들은 돌배기 아들 하나 있고요.. "
인사를 나누는 1단계를 넘어선 단계는
이처럼 양 당사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로 제3자에 관한 것을 화제로 삼아 그 정보를 나누는 단계입니다.
이처럼 정보나눔은 대화의 제2단계입니다.
정보나눔의 단계가 지나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아 글쎄 그 5층에 이사온 새댁 말이야..
얌전하고 착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지난번에 길거리에서
야채 파는 할머니한테 대하는 태도를 보니 너무 불손하더라구..
그래 맞아 나도 지난번에 보았는데.. 너무 지나쳐.."
이처럼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대화의 세번째 단계인데
왠만한 사귐에서 대부분의 대화의 단계가 바로 이 3단계 수준입니다.
제3단계 수준을 넘어서는 대화의 제4단계는 감정을 나누는 단계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분노, 슬픔, 기쁨, 억울함, 고독감, 소외감.. 등
자신의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대화가 이처럼 감정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는 것은 좀체로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은 표현할 수 있어도
자신의 내면의 감정에 대해서는 되도록 숨기고 억누르려고 할 뿐
왠만해선 이것을 상대방에게 쉽게 노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화가 더 깊어지려면 감정을 나누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솔직함과 자존감이 있어야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상대방 감정을 선악의 판단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동정의 마음, 연민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대화의 마지막 단계는 영혼을 나누는 단계입니다.
어떠한 숨김도 없이 자신의 내면 깊숙히 숨겨진 곳까지
상대방을 초대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대화의 단계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화를 하고 있나요. 부부간에, 친구간에.. 자농회원간에..
자농 커뮤니티가 놀라운 것은 여기 게시판에서 결코 쉽지않은
감정을 나누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보면 특히 늘푸른 유성님이 그렇고, 큰봉님이 그렇고,
평화은어님 등등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진정으로
건강하고 튼튼한 강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며 약자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나 저나.. 하리님, 글터님, 별님, 파르티잔님, 숨결님, 향기님..
혹 복도에서 마주치면 흥! 하고 콧대를 세우는 것은 아니겠지요?
안그랬으면 한 번 그래봐요. 무척 궁금하고 재미있는 결과가 생길 것 같은데..
단체 마라톤 우짜고 저짜고.. 괜히 하동식구들의 돈독한 우정이 부럽고 질투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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