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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대화
난초향 2005-03-16 19:23:42 | 조회: 5319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하든
고개를 숙여 목례를 표하든 대개 인사를 합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도 이렇게 가볍게 인사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만약 아는 사람과 마주쳤은데도 가벼운 인사는 커녕
오히려 콧구멍에 힘주어 흥! 하며 고개를 외로 꼬며 그냥 지나친다면
이런 푸대접을 받은 상대방은 마음 속으로 '어쭈구리 이거봐라..
내가 너랑 다시는 아는 척 하나 봐라..씩씩.. '라며
두 사람간에는 더 이상의 사귐이 없을 것입니다.
인사는 대화의 제1단계입니다.

일단 인사를 나누며 지내게 된 사이는 그 다음 단계로
정보를 나누는 단계로 나아 갑니다.

"이봐요 일용이 엄마! 아 글쎄 5층에 새댁이 새로 이사 왔는데..
새댁 남편이 조그마한 회사 사장인가 봐요, 애들은 돌배기 아들 하나 있고요.. "

인사를 나누는 1단계를 넘어선 단계는
이처럼 양 당사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로 제3자에 관한 것을 화제로 삼아 그 정보를 나누는 단계입니다.
이처럼 정보나눔은 대화의 제2단계입니다.

정보나눔의 단계가 지나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아 글쎄 그 5층에 이사온 새댁 말이야..
얌전하고 착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지난번에 길거리에서
야채 파는 할머니한테 대하는 태도를 보니 너무 불손하더라구..
그래 맞아 나도 지난번에 보았는데.. 너무 지나쳐.."

이처럼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대화의 세번째 단계인데
왠만한 사귐에서 대부분의 대화의 단계가 바로 이 3단계 수준입니다.

제3단계 수준을 넘어서는 대화의 제4단계는 감정을 나누는 단계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분노, 슬픔, 기쁨, 억울함, 고독감, 소외감.. 등
자신의 감정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대화가 이처럼 감정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다는 것은 좀체로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은 표현할 수 있어도
자신의 내면의 감정에 대해서는 되도록 숨기고 억누르려고 할 뿐
왠만해선 이것을 상대방에게 쉽게 노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화가 더 깊어지려면 감정을 나누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솔직함과 자존감이 있어야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상대방 감정을 선악의 판단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동정의 마음, 연민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대화의 마지막 단계는 영혼을 나누는 단계입니다.
어떠한 숨김도 없이 자신의 내면 깊숙히 숨겨진 곳까지
상대방을 초대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대화의 단계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화를 하고 있나요. 부부간에, 친구간에.. 자농회원간에..
자농 커뮤니티가 놀라운 것은 여기 게시판에서 결코 쉽지않은
감정을 나누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보면 특히 늘푸른 유성님이 그렇고, 큰봉님이 그렇고,
평화은어님 등등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진정으로
건강하고 튼튼한 강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며 약자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나 저나.. 하리님, 글터님, 별님, 파르티잔님, 숨결님, 향기님..
혹 복도에서 마주치면 흥! 하고 콧대를 세우는 것은 아니겠지요?
안그랬으면 한 번 그래봐요. 무척 궁금하고 재미있는 결과가 생길 것 같은데..
단체 마라톤 우짜고 저짜고.. 괜히 하동식구들의 돈독한 우정이 부럽고 질투가 납니다.
2005-03-16 19: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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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7
  • 난초향 2005-03-21 11:07:34

    자농에 감초라.. 그런 근사한 표현을 해주셔서 감솨.
    늘푸른유성님이 자중하시다니요.. 그러면 큰일 납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또 찡하게 잘 읽고 있는데요.
    이 자리를 빌어서 늘푸른유성님의 늘 푸른 삶의 이야기
    나누어 주시는 것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 유성님 글에 힘을 얻고 위로받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평화은어님.. 큰오빠 같다고요?..
    우하하하.. 기분 째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마워요.
     

    • 늘푸른유성 2005-03-19 15:54:19

      난초향님 안녕하세요. 제가 그동안 너무 떠들었죠? 이제 자중좀 할려구요. 어쩌면 저거 또 뭔소리를 할려구 하는 소리가 나올까봐서요.
      며칠전 전민동 장에서 두 아줌마 하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는데요. 3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전에 한 아줌마가 아는척을 하며 인사를 했는데 받는 사람이 그냥 지나쳤나봐요. 그때 너무 섭섭하고 무안해서 눈물이 나올뻔 했다고 한 아줌마가 얘기를 하니까 다른 아줌마는 " 어머 미안해요. 내가 눈이 나뻐서 조금 앞에 있는 사람도 몰라봐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속으로 그랬죠. 안경을 좀 쓰지 무슨 멋을 부린다고 사람도 몰라보며 그러고 다니냐고요.
      난초향님은 자농에 감초십니다.
      자주좀 들어오세요.
       

      • 동천 2005-03-19 06:17:31

        난초향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평화은어 2005-03-17 00:35:17

          잘 지내시지요?
          그렇게 대화하기까지 3년이 걸렸네요.
          그러고 보니
          저는 지금 말하시는 그 네 단계를 다 자농님들과 나눈 것 같아요.
          굳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월반하듯 할 수도 있으니
          대화에 월반해 보세요.
          아주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답니다.
          자농님들 모두 고마워요.
          늘 편안한 큰 오빠같은 난초향님도요...
           

          • 시냇물 2005-03-16 22:25:39

            난초향님
            어쩌면 저랑 맘이 똑같으세요?
            나두 부럽구 질투 나던데 ㅎㅎㅎ
             

            • 신선 2005-03-16 20:41:50

              난초향님 안녕하시지요 . 정보를나누고 내속마음을 내보이는 님들이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용감한분들 많은것 같습니다.
              난 언제 쯤일까...................................
               

              • 노래하는별 2005-03-16 19:35:03

                그렇군요 제3자의 정보를 나누는 단계도 인간관계의 과정이군요
                저는 내 얘기를 남이 하는게 무지 싫어서
                남얘기 하는것도 싫어하는데 그래도 게거품 물로 남 얘기 할 때도
                많지만서도...
                난초향님 내려와서 지내 보세요
                저희 자농 식구들 넘어지면 밟아주는 돈독한 사이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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