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가 日本품종… 재배농민 비상
당장은 위기… 1만6000농가 한해 수백억 부담 잘하면 기회… 달고 香좋은 토종 보급 늘려야
[조선일보 김창곤 기자]
국내 1만6000여 딸기 재배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2002년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에 가입함에 따라 2008년 이후 외국산 종자의 딸기 출하분은 로열티(품종 사용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농가가 재배하는 딸기는 85%가 ‘육보’ ‘장희’ 등 일본 품종. 이로 인한 막대한 외화유출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정부가 국내 딸기 농가의 영세성을 고려해 딸기의 로열티 지급 도입 시기를 2년간 늦춰왔으나 이제 더 이상 늦추는 것은 불가능해 딸기 농가에 종묘(種苗) 로열티 ‘불똥’이 튄 것이다.
◆딸기 농가의 걱정=국내 딸기 주 산지는 밀양·진주·논산·부여·담양·곡성·완주·남원 등이다.
전국 딸기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경남도 밀양시 상동면에서 20여년째 딸기를 재배해온 방월식(55)씨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했다. 자신이 재배해온 일본산 품종 ‘육보’의 로열티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300평) 한 동에 1만2000본씩 심는 방씨에게 본당 100원의 로열티가 부과된다면 추가 경비 1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방씨는 “300평당 순수익이 150만원 정도지만 로열티가 이 정도라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며 “국산 품종은 생산성이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로열티 수백억원대 예상=딸기에 대한 로열티 부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종자에 물리는 곡물·채소 등 155개 작목과 달리 포기나 재배면적·수확량에 따라 로열티를 내야할 전망이다. 딸기 로열티는 2007년 시작될 생산자와 품종 소유권자와의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딸기 1㏊(12만본) 재배 농가에 본당 로열티 100원을 물리면 1200만원, 10원을 물리면 1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 딸기 재배시설 7500㏊에 부과될 로열티가 90억~9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수출 막혀 가격 불안=딸기 농가의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일본 수출량은 4166t으로, 2001년 1만1804t의 3분의 1수준으로 격감했다. 일본측에서 로열티를 내지 않는 국산 딸기의 수입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주군 삼례읍 신기 작목반 채동석(53) 반장은 “수출 중단으로 국내에 물량이 넘쳐 딸기 값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영국 품종 ‘플라멩고’ ‘볼레로’를 재배해 일본에 수출하는 강원도 평창군 고냉지수출딸기협의회는 수확량을 기준해 ㎏당 300원씩의 로열티를 영국품종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농림부는 “시행 초 혼란은 있겠지만, 국내 품종개발을 활성화하면서 딸기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림부는 일차로 국산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성과는 더디다.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47) 육종팀장은 “우선 ‘매향’의 점유율을 8.3%에서 20%(2007년)까지 높여나가겠다”며 “현재 시험 중인 논산3~5호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딸기농가 황태일(43·전북 익산시)씨는 “국내 기관이 로열티 부담이 적은 새 품종을 개발해도 재배기술 확립에 수년이 걸린다”며 속을 태우고 있다.
(전주=김창곤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cgkim.chosun.com] 창원=강인범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ib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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