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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이웃집 총각 장가가는데...(욕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한량 2005-03-29 14:03:45 | 조회: 4932
작은 고개 넘어 사는 총각이 장가를 간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돈벌이도 변변찮은 놈(?)이
이십대 꽃띠 스산처자한테 장가를 간다. 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근데 왜 내가 이리 바쁠까?

그건 그 놈아가 내 후배기 때문이다.
농사짓는다고 땅사고 내려온지 이년 쯤 되는, 십수년전부터 술깨나 사줬던 후배다.
그 후배가 장가를 가니...
온 동네 사람들이 나한테 묻는다. 색시가 누구냐 동네 잔치는 하냐 식은 어데서 하나?

대답하기도 일하기도 바빴지만,
더 바쁜건, 그 놈아를 볼라고 내려올 나의 동기, 선배, 후배들 때문이다.
다.... 전부 .... 다 ... 우리집에서 재운단다.
혼례청을 준비하는 풍물패, 소리꾼들도 다.... 우리집에 재운단다.

후배는 숫제
" 누나.. 그날 방 빼는 거 알지?" 한다.
썩을 놈. 그러면서도 밉지 않은 놈.

한 십년동안 보지 않았던 얼굴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쌀 한가마니 무게를 어기적거리고 다니는 나를 보고 뭐라고 할라나?
여름도 되기전에 꺼매진 이 얼굴을 보고 뭐라고 할라나?

며칠전부터 심란스럽더만
혼례전전날 되니까 기냥 될대로 되라지...
어차피 시골 아줌마..
내가 이뻐보여 뭐할꺼나... 젊어보여 뭐할꺼나... 모든 걱정을 놓아버린다.

그러면서,
그래 니네 실컷 맥이고, 나는 인산칼슘이나 잔뜩 만들란다. 하며
돼지 등뼈를 잔뜩 사다가 김치 넣고 곤다.

그렇게 그렇게 맘을 놓아 버렸는데도

친우들이 오는 그날 아침,
잔치집 일 가려고 체육복 바지에 머리 우수수해도
화장대 앞에 앉게 되더라.

이게 뭔 마음인고 아휴....
2005-03-29 14: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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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댓글과 답글 10
  • 산야로 2005-03-30 07:24:49

    아니 한량님 춘추가 벌써 그리 되었수 난 20대 후반으로 생각 했는데
    ? 아무튼 좋은일에 좋은 도움 되어주어 행복 하겠수다. 늘 행복 하세요
     

    • 시냇물 2005-03-29 23:24:57

      한량님의 그 너그러움이 부러운데요
      모두들 ...와라..이~~~ ^^
       

      • 지리산숨결 2005-03-29 21:48:34

        거기서, 그런 상황에서도 인산칼슘이 나오는 군요.
        대단한 한량다운 정신입니다요. ㅋㅋㅋㅋ

        세상이 힘겨울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그가 나와 함께 힘겨워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거라네요.
        그렇게 지지고 복고 얼키고 설키고 살아가는 갑니다.

        그 모든 식구들 다재워 품에 안는 한량님이 보고잡습니다. 합!!
          수정|삭제

        • 늘푸른유성 2005-03-29 21:46:36

          정말 몸무게가 쌀한가마는 아니죠? 암튼 글만 봐도 맘이 풍성하고 좋네요.  

          • 차(茶)사랑 2005-03-29 21:21:10

            한량 아지매 재밋네요.  

            • 파르 티잔 2005-03-29 19:13:00

              한량은 그 후배분이 징말 한량인것 같은디요...  

              • 들꽃향기 2005-03-29 16:11:57

                뭔 마음은 여자의 마음이지요.
                장가를 간다니 기쁘고 기쁘시면서 아쉬움이 가득 차신거 같은데요.ㅋㅋㅋ
                 

                • 노래하는별 2005-03-29 15:18:41

                  후배가 장가를 가는군요
                  왁자지껄한 동네 장치가 눈에 보이는듯 합니다
                  선배노릇 정말 톡톡히 하시네요 멋진 선배 누님이십니다.
                   

                  • 이장집 2005-03-29 14:30:16

                    한량님 마음만 한량이면 되는것아닌가요??
                    몸 아니 얼굴이 시골에 있으면 왜 시골 이런 이야기가 나와야 됩니까.
                    저는 시골에 살아도 마음도 그렇지만 외모까지도 항상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치장을 하는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맑은공기 마시며 좋은지하수 마시며 흙을 발으며 좋은 먹거리먹으며 왜 도시 사람보다 나이들어보이고 주름이 많아보이고 하는지 깊이 생각해야합니다.
                     

                    • 하리 2005-03-29 14:10:27

                      한량님 스탈이 왕누님 스탈이신가봐요.

                      근데 말씀하신것 쪼까 이해가 가네요. ^^
                      저도 시골살면서 컨트리해야 잘 어울릴수 있니라.. 핑계대면서
                      원래도 방치상태의 외모를 더욱더 삐리리차반으로 방치하고 사는데
                      가끔씩 거울보면 심란혀요. -.-;

                      요즘은 좀 반성중입니다.
                      자유와 방종이 틀리듯이
                      자연스러움과 방치도 틀린것 아니냐고 꿍시렁 거리면서요.
                      한량님도 저도 인자 신경 쫌 쓰고 살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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