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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마을> 일백오십구호 : 마을은, 숨 쉬기 좋습니다
정풀 2005-04-01 17:08:56 | 조회: 4642
잡지<마을> 일백오십구호 : 마을은, 숨 쉬기 좋습니다

- 이천오년사월일일쇠날, 오래된미래마을, 정풀



매주 금요일엔 진주 시내로 마실 나옵니다. 진주시로 매일 출퇴근하는 일을 하는 동반한 친구의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끝나기를 기다리는 오후시간 동안 진주시립도서관에서 모처럼 '무지하게 빠른' 인터넷도 하고, 개가실의 책들도 기웃거리거나 뒤적거립니다. 그리고 친구의 일이 끝나면 같이 중앙시장에 나가 일주일치 장도 보고, 진주사람들이 서로 흥정하는 말투와 먹고사는 모습들을 구경합니다.



따져보니 타의로 떠난 고향 진주에 40년만에 자의로 돌아온 셈입니다. 대도시를 떠나 마을이나 소도시로 오니 일단 숨 쉬기에 좋습니다. 환경적인 요인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 정서적인 요인이 지배적인듯 합니다. 고르게 숨을 쉴 수 있으니 몸도 마음도 따라서 편해집니다. 매사 인간적 속도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도로는 결코 밀리지 않고, 보도에서는 생애에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기에 완벽한 타인들이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도망치는 봉변도 당하지 않습니다. 진주성, 남강, 중앙시장, 옥봉 등 그리던 고향의 피사체들은 무조건 호의적입니다.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유홍준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권에 산청 이야기가 몇쪽 있어 새삼 다시 읽어봅니다. 1920년대쯤인가 양반계급이 아니면서도 지역 부호들이 짓고 살았다는 양반집이 모여 이채를 띠는 단성면 남사리 고가마을, 보물로 지정된 2기의 3층석탑과 당간지주만 덩그러니 살아남은 단성면 운리 단속사터, 좌퇴계, 우남명으로 불리며 생전 온갖 벼슬 길을 마다하고 처사로만 살다 죽은 조식선생의 덕산면 산천재, 덕천서원 등에에 다녀간 모양입니다. 처사를 고집한 이유는 명쾌합니다. 벼슬하는 것보다 살기에 좋았기 때문이랍니다.



책에서는 1862년 진주민란이 바로 지금의 산청 단성면에서 비롯돼, 지리산 덕산장터에서 세를 증폭시켜 진주로 밀고내려갔다는 중요한 사실도 잊지 않고 환기해내고 있습니다. 결국 유청장은 산청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곳에 살고 있다는 현실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어쩔 수 없이 제3자이면서 관찰자일수밖에 없는 처지로서의 아쉬움과 부러움으로 사람사는 마을, 산청을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려와 사는 마을은 그런 곳입니다. 마땅히 그런 곳에 내려와 살아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습니다. 숨을 잘 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살 수도 있을 겁니다. 정말입니다.http://cafe.daum.net/Econet
2005-04-01 17: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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