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자닮 게시판  [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초저비용농업의 해법! ]

이젠 익숙해지고 있어요.
강변연가 2005-04-11 00:53:12 | 조회: 5125
올핸 철이 늦다고 하였던가요.
밥풀꽃이 아직 피지 않은걸 보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게 사실이에요.
작년 4월13일에 고사리를 엄청 꺾었거든요.

밥풀꽃이 만발하고 진달래가 흐드러지면
앞산,재작년 산불이 난 그곳엔
이른 고사리가 날 기다리고있었죠.

원래 일 많은 집에 장녀로 태어나
일곱살부터 열다섯 식구 밥을 짓고
일무서운거 모르고 살았는데,
결혼해서 아이 둘 키우며
사회경험도 없이 장사를 하며
그럭저럭 꾸려나가다가는
탈탈 털고 여기 산속으로 들어온지도
벌써 햇수로 3년째네요.

내 힘으로 받아주기엔 너무 어려운 노인네랑 살며
산으로 고사리며 취나물등 나물 채취라도 없었으면
아마 벌써 두 손 들고 나갔을겁니다.

어쩌다보니 동생 장사하는데 같이 다니게되고
내가 산에서 채취하는걸 돈으로 바꾸게되고
그러다보니 봄이 더욱 기다려지는겁니다.
다행히 이곳엔 나물이 많아요.
노인네가 달래도 많이 퍼뜨려놓았고요.
두릅이며 머위도 지천이고요.
유성 우리 친정 산에는 없는 취도 많지요.
그 뿐인가요.
눈만 크게 뜨고보면 더덕과 잔대도 많지요.

4월이 다가오면 날짜를 체크합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매일 산에 가봤어요.
익숙하지 않은 산은 두려움으로 다가옵디다.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 부지런히 다녔지요.
그 산의 얼굴이 어떻다는걸 머릿속에 익혀두면
어느 지점에 내가 있다는걸 인식하고
두려움을 삭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익숙해지지 않는건 뱀이었어요.
스윽하고 나타나서는 날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독사들.
쉿!하고 쫓으려하면 외려 덤벼들려는 녀석들.
빙~돌아서 내가 피합니다.

강아지 한마리 키우면
같이 다니고 좋을텐데
노인네가 그건 절대 안된답니다.
당신 생전엔 개는 절대 못들여놓는다나요.
그래서 대신 고양이를 기릅니다.
내다버리라고 매일 성화대셨지만
굳세게 데리고 잡니다.
가까운 산엔 안고 갔다가 내려놓으면 올때까지 곁에 있어주네요.

아주 이른 고사리 조금 났어요.
그 불난 산엔 싸리가 자릴 온통 차지했어요.
여름이 짙어지면 그 산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택트를 타고 조르르 달려가곤 하던 그 산.
이제 며칠 후면 대전이고 유성에서 몰려오는 사람들로
몸살을 한바탕 할 그 산.

두어시간 돌아다니며
온통 발자국 찍어놓고 왔습니다.
2005-04-11 00:53:12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게시물 댓글과 답글 6
  • 목사골 2005-04-11 01:52:58

    참 대단하신분 이시군요.
    글을 보면 항상 활력이 넘쳐나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토록 삶을 즐겁게 사시는 분도 있구나 생각 했지요.
    늘푸른유성님도 항상 부지런 하고 활기찬 모습을 느끼거든요.

    우리 과수원 주위에도 지금 고사리가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가끔씩 쳐다만보지요. 일이 바쁘니 언제 꺾을 시간도 없고
    휴일이면 사람들이 많이 와서 꺾어가지요.
    이젠 우리도 과수원의 일들이 하나씩 정리가 되면 좀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농사를 지을려고 한답니다.
    농사일이 꼭 마음먹은 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로워
    지고 싶은 마음 이지요. 산에도 다녀 보고 싶고요.
    새벽에 강변연가님의 글을 읽고 생각이 많아 집니다.
     

    • 늘푸른유성 2005-04-11 07:59:10

      언니! 나 정말로 밥만 싸갈거야. 언니가 반찬은 준비한다고 해서....
      언니 ! 산으로 다니다 보면 또 살빠질일만 남았네. 하동에 벚꽃 다 졌으면 어디루 놀러가지?
      언니 이따봐....
       

      • 노래하는별 2005-04-11 09:27:43

        산과 얼굴을 익힌다는 느낌이 좋네요
        저는 한달에 두번 산행을 하는데 그렇게 산의 얼굴을 익히고
        친해진다는 생각을 못해봤네요
        글을 읽는데 봄나물 생각에 입안에 침이 고이는데요 ^^

        활기찬 봄날을 위하여~~~
         

        • 이장집 2005-04-11 16:36:41

          안녕하세요 강변연가님!
          산나물을 좀 살수있을 까요.
          031-959-6205. 011-201-5555.
          저의 식당에서 쓰려고 합니다 많은량은 아니고 싱싱한것 매일 조금씩 필요합니다^^
           

          • 강변연가 2005-04-11 22:06:43

            고사리가 나기 시작하면 새벽 다섯시부터 기상입니다.
            평소엔 일곱시 기상이지요.후후~
            그러다보니 봄이되면 살이 좀 빠지지요.

            이장집님.
            전 그렇게 많은 량을 수확하지 못해요.
            그리고 그날 그날 수확하는 량은
            동생이랑 같이 장에 가서 다 소비하지요.
            인터넷 카페에서 주문을 받아 말려주기도합니다만.

            관심 가져주셔서 고마워요.
            더 좋은 산채를 구하실 수 있을거에요.

            오늘은 장사가 잘 되었어요.
            굉장히 피곤하네요.
            저녁 먹으려고 동생은 준비중입니다.
             

            • 이장집 2005-04-11 22:37:14

              여기는 아직 새순이 안나와서 급한마음에 혹시나 해서 였습니다.
              몇일만 있으면 여기도 많이나오겠지요.
              봄에나오는 산채는 잘만 활용하면 우리 몸에 일년을 두고 좋은 효과가 있기에 올해는 남쪽부터 시식을 하려 했습니다^^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공지 후원자 전용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 2024-08-23 125618
              공지 8월 20일 후원자님들 자닮농장 방문, 뜻깊은 자리였습니다.(사진있음) (54) 2024-05-27 587387
              공지 후원자 분들과 매월 말 줌(ZOOM)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 2024-05-23 491473
              공지 자닮농장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고 있습니다. (13) 2023-05-19 1828940
              3020 신나부렀서..누군지는 몰라도 2탄. (3) 2005-05-21 5013
              3019 이크 이거 맞으면 어떡하지.. (3) 2005-05-20 5033
              3018 신나부렀서..누군지는 몰라도. (5) 2005-05-20 4969
              3017 토미잘받았습니다. (1) - 2005-05-20 5102
              3016 동자액의 제조와 사용법에대하여 - 2005-05-20 4617
              3015 [여주] 분홍꽃 아까시 활짝 펴 (2) - 2005-05-20 4831
              3014 미래의 회원님들.. (7) 2005-05-20 4717
              3013 차 문화축제를 알리는 풍물놀이.. (7) - 2005-05-19 4875
              3012 6월에는 단오,,,창포 머리감기와 취떡과~~행사로 (2) - 2005-05-19 4715
              3011 지두 토착미생물 좀 보내주시아요. (3) - 2005-05-19 4493
              3010 들꽃향기님만 못한 미인 ㅋㅋㅋㅋ (14) - 2005-05-19 5484
              3009 아자!! 가위! 바위! 보! (4) - 2005-05-19 4537
              3008 화개에서 차 문화축제가열립니다. (3) 2005-05-19 4933
              3007 산중 매실 과수원에 반가운 손님이 왔습니다. (9) - 2005-05-18 4928
              3006 토미 잘 받았읍니다. (1) - 2005-05-18 4834
              3005 저도 토착미생물 좀 부탁-드-- (2) - 2005-05-18 5113
              3004 시설오이, 토마토 견학코스 찿습니다 (4) - 2005-05-18 5039
              3003 건강세미나(5.23~28) (1) - 2005-05-18 4701
              3002 '항복'에 선 하나만 그으면 '행복'이라네 (1) - 2005-05-18 5020
              3001 저도 토착미생물을 받지못했는데요 (1) - 2005-05-18 5187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